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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8621429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제1화_사에즈리 도서관의 카미오 씨
제2화_사에즈리 도서관의 고토 씨
제3화_사에즈리 도서관의 모리야 씨
제4화_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번외편_한밤중, 도서관의 아이들
epilogue_그래도 이 손에 책을 들고
책속에서
와루츠 씨는 씩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카미오 씨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네.”
카미오는 끄덕이던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러고는 물결이 흔들리는 머그잔 표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자신은 뭘 해도 잘 안 풀린다고.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생각으로 다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런 생각이 들면 세상일도, 사람들도 전부 싫어진다고.
부질없는 푸념이었다. 하물며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도서관 사서에겐 더할 수 없는 민폐이리라. 그러나 와루츠 씨는 조금도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카미오의 고민을 끝까지 듣고 나서는 위로도 비난도 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카미오가 머그잔에서 눈길을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특히 더 책이 좋거든요. 울적할 때도 좋고, 즐거울 때도 좋고. 책은 언제든 다 좋지만.”
그러고는 다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아무 문제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입학 선물로 책이라니. 책은 최신 간행물이라 해도 상당히 고가이니 중학생이 되는 아이 선물로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옷이나 단말기를 사주는 게 훨씬 싸고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도 코토는 책을 주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딸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책이 좋아.”
“응?”
이번엔 코토가 놀라며 되물었고, 딸이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엄마가 쓴 책이면 좋겠어.”
코토가 눈을 깜빡거리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자신의 백과사전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랬다. 이 책과 만난 덕분에 자신은 지금 여기에 있다. 일이 무엇보다 소중해서 엄마 노릇은 잘 못 하지만, 그래도 이게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런 엄마가 딸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중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겠다고 코토도 생각했다.
“그럴게.”
전화를 끊은 뒤 코토는 일을 마무리하려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모리야가 도서관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저녁이었다. 책을 반납할 때는 조금 긴장됐지만, 도서관 직원은 사무적인 인사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서관 사서와 마주치지도 않았고, 오늘은 그 성가신 오지라퍼 여자도 오지 않은 모양이다.
‘빨리 다른 책을 찾아서 대출하고 돌아가자.’
모리야는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동료에게 부탁해서 간신히 짬을 내긴 했지만, 어제는 철야 근무를 했다. 기차 안에서 정신없이 좀 자긴 했지만 서고에 들어가 안경을 쓰는 순간 현기증이 났다. 애초에 근시 안경을 쓰는 모리야에게 이 돋보기의 도수가 맞을 리가 없었다. 무리해가며 한 권 한 권 판권 페이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해 나갔지만, 졸음을 참을 수 없어 그는 발판에 앉은 채 무거운 눈꺼풀을 감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