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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8698322
· 쪽수 : 60쪽
· 출판일 : 2024-11-2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먼저 가.”
그린이가 말했지만, 청설모는 겁에 질린 듯 눈동자가 뱅글뱅글 돌고, 빗자루 같은 꼬리도 덜덜 흔들렸습니다. 그린이는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예전에 본 청설모들은 마주치면 재빨리 나무를 타고 도망갔거든요. 그래서 모든 청설모는 사람을 만나면 다 그렇게 도망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청설모는 왜 도망도 안 가고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숲이 네 집인데 왜 떨어?”
그린이가 청설모에게 물었습니다.
“…… 왜 안 가?”
청설모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조그맣게 물었는데도 계속 떨기만 했습니다. 그걸 보니 청설모가 생긴 건 똑같아도 성격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어른인데 유난히 겁이 많았습니다. 작은 벌레가 신발에 밟혀 죽은 걸 봐도 쩔쩔매고, 한밤중에 ‘뿌앙’ 하고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놀라 눈이 똥그래지기도 했습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런 이유로 겁먹는 엄마는 없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벌벌 떠는 청설모를 보니 ‘아하, 엄마라고 해서 모두 강한 건 아니구나. 겁보 엄마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수수께끼가 풀린 것 같아 개운했습니다.
엄마는 참나무를 쳐다보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린아……. 엄마는 저기 참나무까지 일직선을 긋고 선을 따라 걸어가듯이 인생도 그렇게 일직선으로만 걸어가고 싶었어. 이리저리 헤매면서 살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가고 싶지 않은 길도 가게 되고, 자꾸 헤매게 돼…….”
그린이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엄마, 숲에서는 삐뚤빼뚤 걸어가야 해요. 일직선으로만 가면 다른 길에 핀 꽃이랑 풀은 보지 못해요…….”
그린이의 말에 엄마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렇지. 일직선으로만 걸어가면 예쁜 꽃들도 다 보지 못하고 재미없지. 숲이니까 삐뚤빼뚤 걸어 보자.”
그린이와 엄마는 까만 숲속을 삐뚤빼뚤 걸어 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