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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유년 시절

헤르만 헤세 (지은이), 임호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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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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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유년 시절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98716149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04-10

책 소개

헤르만 헤세의 단편소설로, 어른이 된 주인공이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필사하면 기적과 같은 봄의 생명력과 헤세 문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저자소개

헤르만 헤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877년 독일 남부 도시 칼프에서 개신교 목사이자 선교사인 아버지와 유서 깊은 신학자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위스 바젤과 칼프에서 성장했다. 열다섯 살 때 재학 중이던 신학교를 그만두며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라고 결심한 헤세는 그해 6월 삶의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신경쇠약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을 다니다 다시 학업을 중단했고, 시계 공장과 서점 등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며 글쓰기에 전념했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첫 산문집 『자정 너머 한 시간』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자정 너머 한 시간』 출간을 결정한 독일 디더리히스 출판사의 대표 오이겐 디더리히스는 “이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만큼 더 그 문학적 가치를 확신한다”라며 헤세에게 작가로서의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 책으로 독일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헤세는 1904년 『페터 카멘친트』로 큰 주목을 받으며 일약 유명 작가로 발돋움했고,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청춘은 아름다워』 등을 발표하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독일포로구호’에서 일하며 전쟁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를 발행하는 한편, 정치적 논문과 선전문 등을 발표하며 전쟁의 비인간성을 규탄했다. 이런 활동들로 인해 그의 작품들은 독일 내에서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전쟁 기간 당시 정신적 어려움을 겪다 카를 구스타프 융에게 심리치료를 받았으며, 종전 뒤인 1919년에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젊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작품성 역시 인정받아 베를린시에서 주관하는 폰타네상을 수상했다. 이후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 등 여러 작품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에 비판적이고 나치를 경계한다는 이유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고, 나치 집권 이후에는 독일 내에서 작품의 제작과 판매가 어려워졌다. 종전 뒤인 1946년부터 독일에서 다시 헤세의 작품이 출간되기 시작했고, 같은 해 노벨 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50년 브라운슈바이크시에서 주관하는 빌헬름 라베 상을, 1955년 서독출판협회에서 주관하는 평화상을 수상했다. 1962년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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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일 (옮긴이)    정보 더보기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독일 뮌헨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독일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도서관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뷔히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주요 논문으로는 「번역은 원전에 대한 도전이다?」, 「추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뷔히너의 리얼리즘」, 「가다머의 예술론」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 이스터 저), 『희곡과 연극 그리고 관객』(하인츠 가이거/헤르만 하르만 저), 『실천문학이론』(플로리안 파센 저), 『뷔히너문학 전집』(게오르크 뷔히너 저), 『편견:인류의 재앙』(프레데릭 마이어 저), 『작은 세상』(헤르만 헤세 저), 『데미안』(헤르만 헤세 저),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페터 슈탐 저) 외 다수가 있다. 그리고 저서로는 『천재를 부정한 천재를 아십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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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갈색을 띠던 먼 숲이 며칠 전부터 파릇파릇 청아하고 밝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점토 골목길 가장자리에 앵초꽃이 오늘 처음으로 꽃잎을 반쯤 연다. 습기 먹은 쾌청한 하늘에는 엷게 깔린 사월의 구름이 꿈을 꾸고 있다. 채 쟁기질이 안 된 넓은 논밭이 갈색으로 반짝이며, 무언가를 갈구하듯 포근한 대기를 향해 가슴을 열어젖히고 있다. 무언가를 잉태하여 싹 틔우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갖가지 초록 싹과 위로 치솟는 풀잎을 통해 자신의 보이지 않는 힘을 시험해 보고, 느껴 보고, 선사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온 누리가 기다리고 준비하며 꿈을 꾸고 있다. 온 세계가 무엇이 되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혀 섬세하고 우아하게 내달리며 싹을 틔운다. 싹은 태양을 향해, 구름은 논밭을 향해, 이제 막 돋아난 풀은 대기를 향해 내닫는다. <8쪽>
그 시절 나무들은 환희에 젖어 의연하게 창공을 향했고, 정원에는 수선화와 히아신스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봉오리를 열었다. 그 시절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조차 부드럽고 친절하게 우리를 대했다. 그들은 우리의 매끈한 이마에 아직 신의 입김이 서려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이 신의 입김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었다. 신의 입김은 우리가 성장하는 사이에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얼마나 거친 개구쟁이였던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속을 얼마나 많이 썩였던가! 어머니는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이 노심초사하고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셨던가! ― 하지만 내 이마에는 신의 광채가 서려 있었다. 내 눈에 비친 것은 모두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경건함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는데도, 내 생각과 내 꿈속에는 천사와 기적과 동화가 한데 어우러져 들락거리고 있었다.


불이 꺼지고 미풍의 미동도 잠잠해졌다. 방바닥과 옷장 문도 다시 어두워졌다. 이제 눈만 감으면 다시 금빛 테두리를 두른 보랏빛 붉은 동그라미들이 파문처럼 번져 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잠들고 사방이 고요해지는데 갑자기 내 심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밤을 향해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알아들은 두 분의 대화가 과일이 연못에 떨어지듯 내 심장에 떨어졌다. 이 파문은 삽시간에 커져 고동치는 내 심장을 넘쳐흘러 호기심의 세계로 스며들었다. 온몸에 불안과 전율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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