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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98716156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5-04-10
책 소개
책속에서
가을이 막바지에 달한 어느 날 저녁, 멀건 밀크 커피로는 배를 채울 수가 없어 카를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또다시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그는 소리 없이 계단을 내려가 현관을 수색했다. 그곳에서 잠시 수색전을 펴던 중, 사기 접시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큼지막하고 빛깔 좋은 겨울 배 두 개가 네덜란드산 슬라이스 치즈와 함께 붉은 테두리를 한 접시에 놓여 있었다.
집주인의 식탁에 놓일 음식인데 하녀가 잠시 이곳에 보관해 두었을 거라는 것쯤은 배고픈 그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광경에 눈이 뒤집힌 그는 자비로운 운명이 그에게 내려 준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그는 감사의 뜻을 표하고 그 선물을 자기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어머, 그래? 알았어. 그럼 됐어. 주머니에 넣은 거 가져가. 그리고 치즈도 그냥 갖고 가고. 그런 거 이 집에 아직 많아. 난 이제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누가 내려올지도 몰라.”
카를은 야릇한 기분에 젖어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생각에 잠긴 채 네덜란드산 치즈를 먼저 먹고 다음에 배를 먹었다. 다 먹고 나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는 크게 한번 숨을 쉬고는 기지개를 켠 후 바이올린으로 감사의 찬미가를 한 소절을 연주했다. 연주를 막 끝내려는데 나직하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는데 바베트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버터를 아낌없이 바른 큼지막한 빵을 그에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