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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9871611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4-06-10
책 소개
목차
유년 시절 7
대리석 공장 37
가을 도보 여행 79
늙은 태양 아래서 123
작품 해설 185
책속에서
그 시절 나무들은 환희에 젖어 의연하게 창공을 향했고, 정원에는 수선화와 히아신스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봉오리를 열었다. 그 시절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조차 부드럽고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다. 그들은 우리의 매끈한 이마에 아직 신의 입김이 서려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이 신의 입김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었다. 신의 입김은 우리가 성장하는 사이에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얼마나 거친 개구쟁이였던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속을 얼마나 많이 썩였던가! 어머니는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이 노심초사하고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셨던가! ― 하지만 내 이마에는 신의 광채가 서려 있었다. 내 눈에 비친 것은 모두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경건함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는데도, 내 생각과 내 꿈속에는 천사와 기적과 동화가 한데 어우러져 들락거리고 있었다.
<유년 시절>
뛰어오느라고 꽤나 더웠던지 브로지는 상의를 벗더니 조끼마저 벗고 이끼에 털썩 드러누웠다. 한번은 그 아이가 몸을 뒤척이는 통에 목 언저리의 셔츠가 벌어졌다. 그때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하얀 등 위에 붉은색 상처 자국이 길게 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그 상처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내심 진짜 불행한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누가 알겠는가. 갑자기 묻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 본 체했다. 나는 그렇게 큰 상처를 입은 브로지가 무척이나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처는 분명 엄청난 피를 흘렸을 테고, 브로지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브로지에게 예전보다 더 큰 애정을 느꼈지만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숲에서 시간을 보내다 느지막해서 집으로 갔다. 내 방에 들어온 나는 굵은 라일락나무 기둥으로 만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총을 꺼냈다. 이 총은 하인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건데, 그걸 가지고 가서 브로지에게 선물했다. 브로지는 내가 장난으로 그러는 줄 알고 총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양손으로 뒷짐을 졌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걸 그의 주머니에 강제로 넣어 줄 수밖에 없었다. <유년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