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76111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06-16
책 소개
목차
1. 검은 물음표
2. 쉬이프로 가는 길
3. 적색 지대
4. 단옥 이야기
5. 하인 수업
6. 떠나는 길, 돌아가는 길
7. 유리 벽
8. 박스 기사와 녹음테이프
9. 사이퍼
10. 은인들의 관계
11. 덕이 이야기
12. 정의와 음모
13. 곤들매기
14. 건너가는 사람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온전한 성인이 되려면 고아가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고아(孤兒), 외로운 아이. 그래서 온전한 성인들은 저마다 외로운 아이 하나를 가슴 속에 숨겨 두고 있다. (1장 검은 물음표)
앙투안과 함께 집에 들어서자,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공간에서 곰팡이와 종이 냄새, 테레핀 냄새 중간쯤인 퀴퀴한 냄새가 났다. 덧창을 올리고 창문을 열었다. 햇살이 망막에 닿는 순간 울컥하고 아버지의 부재가 허기와 뒤섞였다. 주인의 영원한 부재는 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늘 드나들던 곳인데 처음 온 장소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슬픔과 배고픔은 배다른 형제 같은 사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슬픔을 배고픔으로 착각하고 자꾸 먹어 대는 것일지도 모른다. (1장 검은 물음표)
묘지의 정문 쇠창살 너머로 하얀 십자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핏 보아도 수천 기에 가까운 무덤들이 줄지어 있었다. 일차 대전에서 전사한 프랑스 병사들의 묘지였다. 쉬이프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 곳이었다. 먹구름이 몰려와 점점 잿빛으로 변하고 있는 하늘과 대조적으로, 십자가는 더욱 하얗게 빛났고, 얼핏 하얀 나무처럼 보였다. 하얀 십자가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현우는 문득 그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2장 쉬이프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