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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야기
· ISBN : 979119887007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5-07-05
책 소개
목차
차례
추천사
서문 · ‘영화’라는 유령에 홀린 한 남자의 이야기
1. 극장전
어느 걸작주의자의 강박증
눈물이 주룩주룩
나, 스코티 그리고 매들린 · 영화〈현기증>에 관한 미친 기록
홍상수 감독과의 우연한 만남
류이치 사카모토를 찾아서
무엇을 볼 것인가? ·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조언
영화광은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는가? ·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
할머니와 <미나리〉
나의 단편영화 촬영기
시네필의 시대
2. 미치광이 같은 사랑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영원히 헤매다 · 〈현기증〉
간절한 기도 · 〈희생〉 예찬
흐르는 강물처럼 · 나루세 미키오
진실과 마주하는 법 · 〈파벨만스〉
극장의 유령 · 〈안녕, 용문객잔〉
내 기억 속의 영화 음악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기생충>까지
3.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오시마 나기사를 추모하며 · 영원히 젊은 영화를 만든 거장
장 폴 벨몽도를 추모하며 · 내 기억 속에서 <네 멋대로 해라>로 박제된 배우
엔니오 모리꼬네를 추모하며 · 포에버 시네마 천국
지나 롤랜즈를 추모하며 · 그날, 나는 존 카사베츠의 <오프닝 나이트>를 보았다
알랭 들롱을 추모하며 · 그는 시네마였다
데이빗 린치를 추모하며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4. 어느 가족
아버지와의 첫 포옹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안녕, 나의 집
어머니의 16mm 필름
여름날의 저녁 열 시 반
902호에 살았던 내가 1002호에 살았던 은희에게
후기 ·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걸어야 했던 기이한 길
참고 · 영화와 감독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영화에 미쳐 살기 시작한 지 대략 30년이 지나 뒤돌아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은 나의 맹렬한 짝사랑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병적인 사랑.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사람들로부터 얻고 싶었던 사랑을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나는 영화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서라도 그 결핍을 채우려고 했다.
영화와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영화로부터 그 어떤 보답도 받지 못한 것 같다. 한때 나와 함께 영화를 보던 사람 중에는 현재 평론가나 감독이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반면에 나는 조금의 진전은 있었을지 몰라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짝사랑’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영화가 나를 사랑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나는 영화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했다. 이것은 또다시 실패를 의미한다. 사랑은 상호적일 때 온전히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짝사랑하는 것은 타인과 소통하는 것보다 나에게 행복한 일이었다. 적어도 나는 영화로부터는 사람만큼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영화에 대한 병적인 사랑을 버릴 수 없었다.
나는 한때 타인과 소통할 수 없고 신앙적인 고민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스크린 속에서 영원한 죽음을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었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런 형태의 죽음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그 또한 쉽지 않았다. 마치 문명 세계에 적응하지 못했던 늑대 소년처럼 사람들과의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왔으나 다시 상처받고 영화로 돌아가고, 다시 필사적으로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또다시 상처받고 영화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런 가운데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고 나는 더욱더 사람들과 멀어지고 내 삶은 점점 망가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