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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8873361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5-10-01
책 소개
서울대 학생자치언론 『서울대저널』의 전·현직 기자들이 함께 펴낸 신간 『서울대의 이슈: 혹은 우리의 문제』가 출간됐다. 이번 책은 서울대 학생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계엄’, ‘학생사회’, ‘언론’을 주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태원 참사, 그리고 최근의 12·3 내란 사태를 지나온 20대 청년들이 기록한 시대의 증언을 담았다.
『서울대의 이슈』는 ‘서울대생에게 서울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개인의 소속을 넘어, 학벌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서울대생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혹은 서지 않아야 하는지를 성찰한다. 가령, 계엄 직후 캠퍼스에서 기성언론 기자가 학생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지성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냐고 물을 때, 한 저자는 어떤 ‘찝찝함’을 느낀다. 서울대생은 과연 지성인인가? 서울대생은 윤석열의 후배인가, 박종철의 후배인가? 이러한 의문들은 개인적 고민에 그치지 않고, 기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비대면 강의와 제한된 활동 속에서 보낸 세대, 동시에 이태원 참사와 내란 사태라는 국가적 충격을 젊은 시절에 겪은 세대가 바로 이 책의 필자들이다. 그들은 ‘청년’이라는 이름에 쉬이 환원되지 않는 자신들의 모순되고 복잡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는 학생자치언론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으며, 언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과도 직결된다.
책 속에는 학생언론의 가능성과 한계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성폭력 규탄 시위를 취재하기 위해 장비를 들고 뛰어갔지만 행사장 출입조차 거부당했던 경험은 학생자치언론이 처한 현실적 벽을 보여 준다. 그러나 기자들은 좌절 대신, “언론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언론 없이 세상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렇게 학생언론은 학생사회 내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학벌 구조와 청년 담론을 당사자로서 고민하기도 한다. “서울대 출신이라면 탈락하지 않는다”는 취업 시장의 기묘한 공식, 뚜렷하지 않은 청년·대학생 담론의 정체성, 극우 집회와 민주주의적 공존의 번거로움 등은 필자들이 청년으로서 갖는 고민이자 이 사회 전체가 마주하고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고발이나 비판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학생사회는 ‘탈정치화’ 혹은 ‘극우화’되었다고 쉽게들 말하지만, 노동·젠더·장애·생태 의제를 붙잡고 활동하는 자치 단위들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준다. 『서울대의 이슈』 속 기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포착하고 기록하면서, 혹은 직접 가담하면서, 정치적 무관심이 학생사회의 전부는 아님을 증언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자들이 남들을 ‘인터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트라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외부를 향한 취재와 동시에 자기 내부와 공동체를 향한 성찰을 병행하는 방식은, 학생언론이 단순한 보도 기관이 아닌 자기 탐구와 사회 비판이 맞닿는 공간임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지금의 청년들이 겪은 위기와 상처를 결코 사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는, 사회적 아픔으로 끌어올린다. 성소수자 배제, 전세 사기,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이들……. 기자들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확인하며 기록을 이어간다. 이는 곧, “우리의 문제란 곧 우리이며 우리의 답도 곧 우리”라는 책의 기획의도와도 맞닿는다.
『서울대의 이슈』는 ‘서울대생’이라는 특수한 이름을 붙잡으면서도, 그것을 넘어 오늘의 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고민을 보여 준다. 팬데믹, 참사, 내란이라는 연속된 위기를 겪어 낸 20대의 기록은 단지 대학 캠퍼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응시해야 할 ‘지금 한국 사회의 초상’이라 할 만하다.
『서울대의 이슈』는 출판공동체 편않이 소개하는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의 아홉 번째 책이다. 〈우리의 자리〉는 언론·출판 종사자가 각각 자신의 철학이나 경험, 지식, 제언 등을 이야기해 보자는 기획이다. 언제부터인가 ‘기레기’라는 오명이 자연스러워진 언론인들, 늘 불황이라면서도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여 걷고 있는 출판인들 스스로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과 출판정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2022년부터 만들어지고 있다.
목차
나와 계엄, 계엄과 서울대, 서울대와 나 | 손원민
서울, 2020년대 초, 학생사회에 대한 회고 | 이강
어떻게 하면 사랑을 끌어와서 불안함을 씻을 수 있을까? | 김유민
어떤 시절의 증명과 저널 | 윤성은
세상에 감응되기,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기 | 김한결
‘듣말쓰’를 아시나요 | 김현서
저널, 그 이후 | 장하엽
나는 쓰지 않았고, 썼다 그리고 쓰지 않았다 | 이다빈
여자애 구하기 | 천세민
인터뷰와 인트라뷰 사이로 | 홍인표
편집 후기 | 지다율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울대란 무엇인가. 나에게 “지성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는 말씀이시죠?”라고 물은 기자에게 나는 그렇지 않다며, 시민으로서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한 바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이 학벌주의까지 미치고 나니 이 대답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학벌주의가 윤석열의 시대를 낳은 원인 중 하나라면, 그리고 현재의 서울대생에 대해서도 학벌주의를 기반으로 한 수사가 쓰인다면, 그리고 실제로 서울대생이 그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면, 그 서울대라는 위치를 마냥 부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대생에게 서울대는 무엇인가’를 비판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이는 서울대생이 계엄에 관해 목소리 내는 것이 어떤 의미겠느냐는 질문과 연결돼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은 자신이 그곳에서 그 말을 하는 이유를 밝히기 마련이다. 서울대생이 뭔가 목소리를 낸다면, 그때 서울대생의 위치는 어디여야 하겠는가?
- (손원민, 「나와 계엄, 계엄과 서울대, 서울대와 나」)
기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더라도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존재한다. 당장 학교에서는 학생언론이 아니면 아무도 보도하지 않을 사안들이 매달 일어난다. 학교 밖에서도 학생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회의적이기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울대저널』과 같은 대학 내 자치언론들이 언론운동을 통해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널은 말 그대로 언론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적어도 저널을 만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언론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언론 없이 세상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 (이강, 「서울, 2020년대 초, 학생사회에 대한 회고」)
그래도 『서울대저널』은 서울대학교의 3대 언론 중 하나다. 학교 방송국과 학보, 그리고 우리.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선배들에게서 대대로 전해진 것이니 그저 믿었다. 그런데 학교 행사에선 쫓겨나기 일쑤였다. 2023년 겨울, 편집실 유선 전화기가 울렸다. 오늘 있을 학위수여식(졸업식)에서 진행할 ‘권력형 성폭력 규탄 및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1인 시위’에 대한 취재 요청이었다. 그 시간 편집실에 있었던 스스로를 칭찬하며 급히 장비를 챙겨 들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출입은 불가능했다. 프레스 부스에서 명함과 지면을 보여 주며 설명했지만, 당일에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는 언론 중 『서울대저널』은 없었다. 소득 없이 편집실로 돌아와 보도자료를 받아 읽어 보는데, 허탈함이 밀려왔다. 나는 언제나 ‘자치언론’이라는 이름에 빚을 지고, 내 자율성을 보장받는 울타리로 생각해 왔지만, 종종 그 이름은 한계가 되기도 한다.
- (김유민, 「어떻게 하면 사랑을 끌어와서 불안함을 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