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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99031715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5-06-27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명화가 감정의 열쇠라면 향수는 기억의 열쇠다
CHAPTER 1. 애니멀릭 ANIMALIC
-영롱한 시선, 은밀한 상상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ART×SCENT 이성을 사로잡는 은근한 살내음:머스크
-형태를 지운 뒤에야 발견한 내면 세계 • 바실리 칸딘스키
ART×SCENT 카오스 속 감각의 하모니:캐스토리움
CHAPTER 2. 플로럴 FLORAL
-순간을 붙잡아 영원으로 남긴 빛의 마술 • 클로드 모네
ART×SCENT 맑고 투명한 수련 연못의 향기:수련‧아쿠아
-조용한 날들, 행복의 정의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ART×SCENT 사랑스러운 여인의 향기:로즈
-부서진 마음으로 가장 선명한 색을 길어내다 • 빈센트 반 고흐
ART×SCENT 반 고흐에게 전하는 위로의 향기:아이리스
-‘어제의 세계’ 위에 다시 그린 금빛 예술 • 구스타프 클림트
ART×SCENT 황금빛 에로틱 향기:일랑일랑
-사람을 그리다, 삶을 그리다 • 존 싱어 사전트
ART×SCENT 밤의 여왕, 재스민의 고혹적인 향기:재스민
-중력을 이겨내는 건 오직 사랑뿐 • 마르크 샤갈
ART×SCENT 첫사랑의 풋풋함을 닮은 보랏빛 향기:라일락
-매화를 사랑하여 백발이 되었네 • 우봉 조희룡
ART×SCENT 봄의 시작을 알리는 그윽한 향기:매화
-끝까지 간 풍류, 끝까지 간 미친 짓 • 일호 남계우
ART×SCENT 신록을 물들이는 가장 우아한 향기:모란‧치자
CHAPTER 3. 우디 WOODY
-고해성사처럼 그려낸 얼굴들 • 렘브란트 반 레인
ART×SCENT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세월의 향기:침향‧앰버그리스
-모두가 흠모한 화려한 도시의 뒷모습 • 에드워드 호퍼
ART×SCENT 고독한 도시 남자의 향기:시더우드‧토바코
-마침내, 우리의 것 • 겸재 정선
ART×SCENT 촉촉한 안개비를 머금은 소나무 숲 향기:소나무‧이끼
-비운 듯 채운 듯 여백의 미학 • 추사 김정희
ART×SCENT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향기:측백나무‧소나무
-투박해서 더 진한 사람 내음 • 박수근
ART×SCENT 투박하지만 편안한 향기:베티베르‧파촐리
CHAPTER 4. 그린/아로마틱 GREEN/AROMATIC
-늦더라도 제대로 도착하기 위해 • 앙리 루소
ART×SCENT 풀 내음과 흙 내음이 뒤섞인 야생의 향기: 로즈메리‧라임‧베티베르
CHAPTER 5. 시트러스/프루티 CITRUS/FRUITY
-색면으로 쏟아낸 감정들 • 마크 로스코
ART×SCENT 에너지를 품고 생동하는 향기:레몬‧애플‧오렌지
CHAPTER 6. 몰트 MALT
-유쾌한 붓질, 미술사의 첫 캐리커처 • 프란스 할스
ART×SCENT 술술 풍기는 고소한 보리향:몰트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게 〈수련〉은 의미가 남다르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이 대작을 마주한 순간, 생애 처음으로 그림에서 향을 느꼈다. 조향사로서의 정체성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이후 같은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이끌고 향기 투어를 진행할 때, 나는 수련 향과 아쿠아 향을 아주 심플하게 블렌딩해 사람들에게 직접 시향해보도록 했는데, 투어 중 가장 반응이 좋았다. (…) 더운 여름 잔잔한 호수 위에 활짝 핀 수련. 시원한 물 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곧이어 부드러운 수련 향기가 포근하게 감싼다. 물론 실제 물의 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은 본래 향이 없고 물에서 향을 추출할 수도 없다. 그런데 막상 물의 향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어렴풋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누군가에겐 시원한 여름의 바다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촉촉히 내리는 빗방울이, 어떤 이에게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떠오른다. 저마다 가진 ‘물의 향’에 관한 기억이 후각을 시각화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후각적 이미지를 가진 소재를 향수 브랜드들이 활용하지 않을 리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에는 시원하고 상쾌한 인상을 주는 아쿠아 콘셉트의 향수가 출시되어 있다. 불가리의 ‘아쿠아 뿌르 옴므 마린(Aqua Pour Homme Marine)’, 다비도프의 ‘쿨 워터(Cool Water)’,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Aqua Di Gio)’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정원에서 본 보라색 아이리스와 라일락 덤불을 그리고 있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언젠가는 다시 예전처럼 온전히 몰두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겨.”
1889년 5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반 고흐는 아이리스를 언급했다. ‘반 고흐’ 하면 보통은 해바라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해바라기 못지않게 그가 사랑했던 꽃이 바로 아이리스다. 그는 아이리스를 주제로 4점이나 그림을 그렸다. 스스로 귀를 자르고 들어간 정신병원에서는 아이리스를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아이리스는 우리나라 말로 ‘붓꽃’이라 불린다. 꽃봉오리가 마치 먹을 머금은 붓처럼 생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영어 명칭인 ‘iris’는 그리스 신화의 무지개 여신 ‘이리스’에서 유래되었다. 아이리스는 프랑스의 국화이자 이탈리아 피렌체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피렌체의 엠블럼에서 아이리스를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