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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9031913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4-12-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1. 사람을 살리는 일
02. 내가 잘하는 일
03. 클라라
04. 나는 트랜짓(transit), 환승 중입니다만
05. 범죄 전문 통역사, 김문희
06. 감사한 일, 좋은 일, 가슴 떨린 일
07. 루이스, 루이스, 루이스
08. 사랑합니다. 김문희도, 우에무라 에이키도
09. 북관대첩비
10. 마마 vs 마마
11. 그리고 살아간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배가 옵니다!”
누군가가 낮게 소리치자 형사들은 항구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근데 나도 뛰었다. 놀라서 도망가는 뜀이 아니라 마약 밀수범을 잡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형사들과 함께 뛴 것이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장담하는데 이런 상황이면 여러분도 뛴다. 뒤에서 추월하던 호사카 형사도 나를 한번 힐끗 보고는 뛸 만한 사람이 같이 뛰는군, 하는 표정으로 앞질러 나갔던 걸 보면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었나 보다.
“배 안 고파요?”
엄마의 빨간 유전자가 작동해 뭘 좀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유학생에게 다가가 한 말이었다. 일어가 서툰 그를 위해 영어로 물어봤던 것 같다. 당연히 나의 느닷없는 질문에 놀란 눈으로 경계하는 그에게, 우리 집에 가서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말했다. 후원 가정을 할 형편은 아니지만, 식사 정도는 대접할 수 있다고, 보답은 들고 있는 우산을 씌워주면 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 말에 마음이 풀렸는지, 그 착한 인상에 미소가 그어지며 ‘땡큐’. 요사밧토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일본어 할 줄 아세요?”
“아뇨, 모릅니다. 근데 한국분이세요? 한국 사람 맞으시죠? 고향이 어디세요? 아, 이런 데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니까 너무 반갑,”
“조용히 하시구요.”
순간 나도 모르게 뱉어낸 차가운 대꾸에 내가 더 놀랐다. 정말 아끼노 형사의 피가 내 안에 흐르고 있는 걸까? 그 말을 들은 밀수범 역시 당황한 얼굴이었고, 처음 보는 내 정색한 표정에 아끼노 형사도 살짝 긴장하며,
“무슨 말이었는지……”
“또 고향을 물어보길래…… 조용히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