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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9235601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05-01
책 소개
목차
정오의 언어 7
건호를 찾아서 33
주유소 캐노피 아래에서 슬라임을 생각한다는 건 65
오픈런 91
파도보다 더 높이 119
별을 보러 갑니다 147
해안로 175
해설 | 전청림(문학 평론가)
적당한 점액질의 인간 농도 201
작가의 말 22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점심시간이 되면 탕비실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통화를 할 때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했기 때문에 혼잣말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의 점심 메뉴는 주로 빵이나 컵밥이었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십 분, 십오 분이면 다 먹을 수 있어서 여유 시간이 꽤 남는 편이었다. 그녀는 그 시간을 모두 통화하는 데에 썼다.
「정오의 언어」 중에서
점심시간의 탕비실은 온전히 그녀만의 공간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와 탕비실을 공유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내가 탕비실로 들어갈 때마다 그녀는 빨리 먹고 나가라는 수준을 넘어, 도대체 네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차원의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마주하다 보면 탕비실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게 절로 느껴지곤 했다.
「정오의 언어」 중에서
기차가 서울을 벗어날 때쯤 나는 왜 Y시에 가려고 하는 건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건호에게 데뷔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미쳤냐고 호통치고 싶은 것도 아니었으며 하염없이 거리를 떠돌다가 건호와 마주치는 우연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건호가 사랑하는 사람, 죽었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도대체 누가 죽었길래 그 사람이 죽었다는 이유로 꿈을 접게 된 건지 궁금했다. 나는 팬이라는 이유로 건호를 꽤 알고 있다고 여겨 왔지만, 그 게시글을 본 순간 건호를 티끌만큼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건호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아이돌이 되려고 했던 건지, 아이돌을 때려치우고 싶어서 아무 핑계나 대는 건지, 그도 아니라면 정말 국가적인 문제라도 개입된 건지 아는 게 전혀 없었다. 물론 Y시에 간다고 한들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만히 누워 밤을 지새우고 싶지는 않았다.
「건호를 찾아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