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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9653023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6-03-31
책 소개
목차
옥춘당 귀녀회
뱅가니갱 : 자주색 여자들
리뷰
책속에서

「옥춘당 귀녀회」
사극 드라마 세트장 풍경 속에서 눈을 떴다.
“정신이 드느냐?”
양반집 마님 분장을 한 중년 여성이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얘, 광년아, 괜찮냐고 묻고 있다. 아이고, 광년아…….”
누구지? 유명 배우는 아닌 것 같았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로 세트장에 들어왔는데, 대본도 없는 데다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했다. 나는 몸을 일으킨 뒤 곁눈질로 주위에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조금 낮춰 마님 역 배우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죠? 제 이름이 광년입니까?”
마님이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미친년이라고 욕을 한 것이야. 넋 나간 며느리에게 이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한다니, 말년에 이 무슨 전생의 업과를 치르는지 모르겠구나.”
“아하…….”
(…)
“어, 어머님? 제 이름이 무엇인가요? 광년이라는 별명 말고…….”
“이름까지 잊다니, 네가 죽을 날이 가까운 모양이다. 아가, 네 이름은 ‘며느리’다.”
갑작스러운 일들에 휘말렸다. 복귀는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내가 모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아역 출신 배우의 과감하고 도전적인 베드신이라며 찍지도 않은 영화가 연일 화제를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었다.
대책 없이 구역질이 치밀었다.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조작 의도가 뻔한데 왜 화제가 될까. 세간의 화제란 건 어떤 힘이 만들어 내기에 누군가에겐 이토록 속수무책인 걸까.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동료가 몰래 나를 촬영한 사진이 신문기사로 공개되었다. 자기들과는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내 일에 흥미를 가졌다.
사람들은 아역 출신 배우가 성인이 되자마자 베드신을 찍는 것이 과감한 도전인지 결단인지, 혹은 퇴폐적인 추락인지 논했다. 그렇게 상세하게 언급할 바엔 이 일로 누가 돈을 버는지나 논해 줬으면 했지만 그건 과한 기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