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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신 1~5 세트 - 전5권](/img_thumb2/K44293845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K442938458
· 쪽수 : 2092쪽
· 출판일 : 2024-03-01
책 소개
목차
1권
제1장 더디 오는 봄
제2장 낮마다 일식 밤마다 월식
제3장 화적패가 들다
제4장 알나리깔나리
2권
제5장 다가드는 운명의 발소리
제6장 피난처 있으니
제7장 잡는 손 뿌리치는 손
제8장 가을이면 가을 노래
3권
제9장 겨울이면 겨울 노래
제10장 고개 너머 또 고개
제11장 봄은 봄이로되
제12장 아이고, 내 새끼
4권
제13장 초록저고리 얼룽지고
제14장 이제 고난은 장차 영광
제15장 옹이에 마디
제16장 가는 세월 오는 인연
5권
제17장 청사등롱에 불 밝혀도
제18장 부병자자 새기는 뜻은
제19장 감격의 양달과 응달
제20장 밟아도 아리랑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야마니시는 독립운동에 암냥해서 치부 활동까지 일거양득 도모했던 지난날 행적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마저 알뜰히 챙겨 복장 안에 담고 있었다. 다름아닌 총독부 토지 조사 사업 얘기였다. 하마터면 게도 놓치고 구럭마저 잃을 뻔했던 그 위중한 시기에 야마니시 아끼라, 아니, 당시 최명배였던 그는 체면이고 나발이고 돌볼 겨를 없이 이 논, 저 밭, 그 산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더금더금 걸터들였다. 남달리 약삭빠르게 타고난데다 일찍이 세상 물정에 눈뜬 인물이 있어 그 무렵 산서 일대 땅들을 확실하게 챙겨놓았기 망정이지, 안 그랬더라면 시방 산서 사람들 거개가 동척 농장 머슴 신세로 전락해 애면글면 목숨 겨우 부지하고 지냈을 게 아닌가. 독립운동이란 게 뭐 별것이더냐. 크든 작든, 많든 적든 대일본 제국에 손해 끼치는 일이라면 좌우지간 뭐든지 다 독립운동이 틀림없지 않은가.
_1권
“낙철이 너…… 그걸 시방 말이라고……”
하려던 말 못다 마친 채 부용은 부르르 진저리쳤다. 상상을 뛰어넘는, 그 해괴망측한 이야기가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포장된 채 낙철의 입에서 예사로이 뱉어진 뒤부터 부용은 숨조차 임의롭게 쉴 수 없었다.
“강도단이 목적을 달성헐 수 있도록 야마니시 영감 맏아드님이 집안에서 내응을 보내준다면 고맙겄어.”
“낙철이 너, 시방 날 으떻게 보고 그따우 수작질이냐? 지아모리 반쪽바리 악덕 모리배라 헐지라도 그 냥반은 엄연허니 내 아버지고 느그 이모부다! 그런디 너는 시방 그 냥반 아들한티 느그 이모부 털러 나선 강도단 끄나풀 노릇을 떠ㅤㅁㅐㅌ길 작정이냐?”
부용은 요란한 소리로 두근 반 서근 반 방망이질하는 심장 동계를 애써 억누르며 목청 드높여 힐문했다.
“이 세상 어떤 거사든 간에 반다시 거사에는 활동자금이 필요헌 법이지.”
“철부지들 헤이떼이고꼬(병정놀이)에도 진짜배기 빠르찌산맨치로 군자금이 필요허단 말이냐?”
“조선팔도 못난이들이 죄다 비웃어도 형만은 우리를 비웃을 자격이 없지. 물론 반동지주를 인민의 이름으로 징치헌다는 목적 하나만으로도 명분은 충분허지. 그런디 우리가 당면헌 위기국면을 돌파허자면 야마니시 영감 재물이 반다시 필요허다, 그런 말이지.”
“니가 시방 뭣인가를 잘못 아는 것 같은디, 나는 철부지들 헤이떼이고꼬 따우는 도통 관심이 없는 어른이다. 어엿헌 성년이란 말이다!”
“야마니시 영감 목숨만은 절대로 해허지 않겄다고 약조허지. 그러니깨 형은 염려 말고 우리한티 협조허란 말이여. 형이 잠깐만 수고를 보태면 뒷감당은 우리가 다 알어서 탈나지 않게끔 헐 모냥이니깨.”
_1권
이 환란에서 저 환란으로 계속 이어지는, 참으로 끔찍스럽고 징글징글한 세월이었다. 환란으로 날이 밝고 환란으로 날이 저물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말 그대로, 그 환란들끼리 생면부지 사이처럼 서로 내외하면서 하나씩 따로 오는 게 아니라 여럿이 작당해 겹치고 포개지며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옴치고 뛸 수조차 없는 형편이었다. 사망 권세 물리치고 죄악 세상 이기신 구주 예수 권능 힘입어 환란으로 점철되는 현실에서 평안함을 얻을 그날은 대관절 언제쯤 찾아올 것인가. 이렇듯 곤고한 처지일 때 사모 쪽지에 예고된 대로 구원의 복음 같은 예배당 종소리가 뎅그렁뎅그렁 온누리에 가득 울려퍼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제나저제나 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사모가 예고했던 그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분명코 그랬다. 구원의 종소리는 끝내 울리지 않은 채 먹빛으로 캄캄한 지옥의 나날만이 아무런 작정도 없이 그저 도도히 흘러가고 있을 따름이었다.
_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