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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98207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4-03-01
책 소개
목차
제14장 이제 고난은 장차 영광
제15장 옹이에 마디
제16장 가는 세월 오는 인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뭣이여? 진주만이란 놈이 으찌 되ㅤㅇㅑㅆ다고?”
놀랍고도 또 놀라운 그 소식 접하는 순간, 야마니시 아끼라 영감은 은행알 크기 두 눈 한껏 치떠 간장종지 규모로 단박에 키워놓았다.
“아, 아니, 그렇다 허이면, 그 서양 귀축 한 구텡이가 잠시잠간에 뭉청 떨어져나가뿌렀다, 요따우 말뽄새냐?”
“그렇습니다요, 어르신! 대일본제국이 시방 미합중국을 상대로 선전을 포고허고는 시방 진주만 태평양함대한티 궤멸적 타격을 입혀뿌렀다고 면소 앞 게시판에 대문짝만허게 붙여놓은 방문을 시방 요 두 눈구녁으로 똑똑허니 읽고 오는 질입니다요, 시방!”
장조카 진용은 면소재지부터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돌아온 흥분을 내처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볼일 생겨 소재지 나간 길에 면사무소 앞 게시판에 나붙은 전황 속보를 접했노라 떠벌렸다. 승전보 방문(榜文) 앞에 구물구물 모여 목통 터지도록 천황폐하 만세, 황군 만세 연창하는 관헌들과 면민들 똑똑히 목격했노라고도 했다. 사랑채 당도하기 무섭게 진용이 들입다 상곡 어르신 안전에 쏟뜨려놓은 말들의 폭포수였다.
“따른 만도 아니고 그 이름도 영롱헌 진주만이란 놈을 잠시잠간에 쑥대밭으로 맨들어뿔다니! 허어, 그것참!”
야마니시 영감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본 군대가 소홀찮이 강력한 줄이야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동서양 막론하고 세계 만국 힘꼴깨나 쓴다는 나라들 제멋대로 쥐락펴락하는 그 천하막적 영미귀축(英米鬼畜)의 급소 겨냥해 그처럼 단방에 치명상 입히고도 남으리만큼 막막강병인 것까지는 미처 몰라본 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