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냄비 시간을 끓이다 (냄새는 기억, 밥상은 이야기)
최민수 | 부크크(bookk)
18,700원 | 20250815 | 9791112041692
<엄마의 냄비 시간을 끓이다>
– 냄새는 기억, 밥상은 이야기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먼저 도착하는 밥 냄새가 있습니다. 된장의 구수함, 대파가 기름에 닿아 퍼지는 고소함, 갓 지은 밥의 포근함이 한데 어우러진 향. 그 향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고, 집이라는 이름을 완성시킵니다.
이 책은 그 냄새 속에서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밥상 기억의 연대기입니다. 엄마의 냄비 앞에서 배운 기다림과 조절, 시장 골목에서 건넨 반찬통의 온기, 계절마다 바뀌는 부엌의 풍경, 아픈 날의 국물에서 느낀 위로, 그리고 부재 이후에도 집안을 맴도는 그리움까지.
저자는 냄새와 맛, 그리고 그에 얽힌 사연을 따라가며, 한 집의 부엌이 어떻게 사람을 만들고 관계를 지키며 삶을 단단하게 하는지를 풀어냅니다. 빠름이 미덕이 된 시대에도, 그는 향을 선택하는 느림을 이야기합니다. 남은 밥을 다시 살려내는 재주에서, 밥상머리의 약속을 지키는 힘에서, ‘함께 먹는 사람’을 뜻하는 식구라는 단어의 온도에서, 우리는 오래도록 잊었던 마음의 근육을 다시 만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추억담이 아닙니다. 부엌에서 배운 삶의 철학, 후각이 불러오는 기억의 과학, 공동 식사의 사회적 의미, 계절과 식재료의 순환까지, 감성과 지식을 고루 담았습니다. 각 장마다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밥상과 냄새,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그리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다만 모양이 바뀌고 온도가 달라질 뿐, 밥 냄새를 타고 언제든 돌아온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어쩌면 당신 마음속의 부엌 불을 다시 켜는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 불 위에서 끓는 냄비는, 오늘도 누군가를 향해 천천히 향기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