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포럼 (키워드로 읽는 2020년대 한국문학)
소영현, 소유정, 양윤의, 장은정 | 문학과지성사
23,400원 | 20250930 | 9788932044644
가족과 계급, 기후와 생태를 가로지르며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는 읽기와 비평
열일곱 명의 평론가가 함께 모색하는 문학의 미래
비평을 읽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해도 비평이 대상 텍스트에 대한 거리를 둔 읽기인 것만은 아니다. 읽는 주체 역시 세계의 일원이며, 세계를 읽는 과정은 세계에 대한 이해이자 읽는 주체에 대한 이해일 수밖에 없다. 비평이란 언제나 세계에 대한 읽는 주체의 이해의 변형이자 재구축이며 세계에 대한 재구축인 셈이다. 친숙해지지 않는 낯선 경험을 반복하고자 하는 비평의 열망이 다시 샘솟게 되는 것은 아마도 바깥 혹은 다른 것과 연결되고자 하는, 변형과 재구축을 향한 우리 안의 열망 때문일 것이다.
―‘들어가며’(p. 10~11)에서
세계를 재구축하는 열일곱 개의 시선,
2020년대 한국문학을 관통하는 열 개의 키워드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문단_내_성폭력’ 이후 한국문학은 소수자와 타자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달려왔다.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시민적 열망이 사회 곳곳을 채우는 동안, 한국문학은 가족·노동·돌봄에서 계급·세대·폭력·사랑을 거쳐 비인간·생태·기후에 이르는 광범위한 키워드로 시대를 사유했다.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가 기획하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비평포럼: 키워드로 읽는 2020년대 한국문학』은 열일곱 명의 평론가가 각기 다른 키워드와 독해 방식으롷 2020년대 한국문학의 다양한 결을 포착한 비평 앤솔러지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가족, 노동, 돌봄’에서는 더 나은 공동체의 미래를 향한 ‘함께’의 문학적 고민을, 2부 ‘계급, 세대, 폭력, 사랑’에서는 시대적·세대적·계보적으로 뒤얽혀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3부 ‘비인간, 생태, 기후’에서는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에 대한 한국문학의 관심을 소개한다. 소영현, 백지은, 김미정, 조연정, 오혜진(이하 1부), 황정아, 김형중, 이소, 이은지, 소유정(이하 2부), 양윤의, 박서양, 장은정, 양경언, 송현지, 최다영, 이희우(이하 3부)는 정교하고 섬세한 언어로 한국 시와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노동·돌봄·계급·세대·폭력·사랑·비인간·생태·기후의 문제를 살피고,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대안적 가능성을 찾아 전한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입증했듯, 선진성과 이국성이 미묘하게 뒤엉켜 있는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결코 적지 않다. 소수 언어인 한국어 문학이 번역을 통해 언어의 위계를 가로지르며 다른 세계의 독자와 만날 때, 그것은 언어와 문화, 나와 우리 그리고 세계를 연결하고 해체하며 발견하는 일이 된다. 번역이 언어-문화 간 권력관계를 조정하고 매개하는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비평적 시선을 통과한 한국문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통로를 연다. 소수자와 타자에 대한 관심은 연원이 긴 한국문학의 특성일 뿐만 아니라 한국 SF와 같은 새롭게 부상하는 한국문학의 특이성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은 비중심과 탈중심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잇대어진 채 세계문학으로서의 새로운 좌표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