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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아카넷"(으)로 29개의 도서가 검색 되었습니다.
9788957339817

철학의 눈으로 본 노년 (플라톤 철학 서설·플라톤 사상 강의)

이재영, 임건태, 김성호, 김옥경, 김은주  | 아카넷
21,600원  | 20250530  | 9788957339817
철학 속에서 노년을, 노년 속에서 철학을 바라보다 노년 하면 흔히 질병, 고립, 빈곤, 우울, 죽음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또한 오늘날 노인 계층은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존재로 존경받기보다는 사회적 부담이 되는 존재로 여겨지거나, 때로는 혐오나 학대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노년은 언젠가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보편적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은폐 또는 외면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영국의 소설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많은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원하면서 늙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며 노년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최근 한국도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퍼센트 이상인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노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커져 가고 있다. 그러나 그 관심의 초점은 주로 사회복지 차원이나 기타 정책적 측면에 맞추어져 있다. 반면 그러한 가시적이고 실질적 차원의 근본 바탕이 될 수 있는, 노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여전히 많이 빈약해 보인다. 해외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노년론』을 쓴 고대의 키케로와 『노년』을 쓴 현대의 시몬 드 보부아르를 제외하면 노년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보여 주는 경우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이에 노년을 철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밝혀 보고자 국내 아홉 명의 서양철학 연구자들이 의기투합했다. 이 책은 3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 온 이들의 공동 연구의 결과물로서, 그간 담론의 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노년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인문적 탐색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노년이 과연 무엇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시기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등 노년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한 다음, 이에 기반하여 과연 어떤 방식의 노년이 바람직한지 규범적, 실천적 지침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철학사 속에 숨어 있던 노년에 대한 사유를 추적했는데, 이것이 1부의 내용을 이룬다. 1부에서는 키케로, 보부아르를 비롯하여 데카르트의 기계론, 게오르크 헤겔의 사변적 자연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의지 형이상학에 담겨 있는 노년에 대한 견해를 만날 수 있다. 가령 키케로는 흔히 인생의 비극으로 간주되기 쉬운 노년에 대한 대반전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흔히 노년에는 질병으로 고통스럽고, 신체적 쾌락이 감소하며, 지위와 역할도 추락하고,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찬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키케로는 노년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은 이전에 어떻게 살았느냐의 문제일 수 있으며, 노년에도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과 절제를 통해 예전의 체력을 상당히 유지할 수 있고 배움의 활동을 통해 정신적 건강을 증강시킬 수 있다고 여러 예를 들며 반박한다. 또한 노인은 삶의 지혜를 전수해 줌으로써 사회에서 교육자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젊었을 때부터 죽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삶의 훈련을 잘 받은 사람이라면 불안과 공포에 눌리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모든 개체의 탄생과 성장과 노화와 죽음을 ‘맹목적 의지’의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이에 따르면 다른 존재자들과 차별되는 인간 고유의 실존적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인생의 쇠퇴기로 간주되는 노년기가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맹목적 의지의 부정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유년기나 청년기와는 달리 인간은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환상, 미망, 편견에서 해방되어 사물을 냉철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년에 관한 보기 드문 철학서를 쓴 보부아르는 노년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 키케로나 쇼펜하우어와는 달리, 인류 역사 내내 노인의 처지는 대개 비참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녀는 노인을 홀대해 온 문명 전체를 비판하면서도 노년에 대한 어떤 적극적 개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년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노년을 예찬한 키케로와는 상반되는 시각을 드러내었다. 결국 그녀는 “젊을 때와 똑같이 살라, 마치 늙음이 없는 것처럼”을 노년의 삶에 대한 처방으로 제안한다. 필자는 이러한 결론이 삶의 의미란 미래를 향한 기투에 있다고 여기는 보부아르의 실존주의 철학이 도달한 일관된 결론이라는 점과, 동시에 그것이 어떤 자기모순에 빠지는지를 짚어 본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자연과학적 노화 이론, 노년과 서사적 정체성, 폴 리쾨르의 서사적 시간, 존 로크의 인격 동일성 이론, 데이비드 흄의 발전적 감성 개념, 행화주의 감정 이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효 개념,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 정부론 등을 통해 노년을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어떤 방식의 노년이 바람직한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먼저 6장에서는 노화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여러 시도를 일별하면서 그중에서도 ‘노화는 세포의 상해와 손상에 대응하는 손상 복구 기제가 과로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이비드 싱클레어의 정보 이론에 주목한다. 싱클레어에 따르면 노화란 현재의 자기와 미래의 자기 사이에서 생명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다. 7장에서는 노년의 고유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이야기 정체성 혹은 서사적 정체성에서 찾는다. 노년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나’는 누구인지를 묻고 정체성을 재정립하게 되는 시기로, 그것은 나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가능해진다. 서사적 정체성은 나이 듦을 단순한 생물학적 변화나 사건이 아니라 자기 해석의 창조적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필자는 말한다. 8장에서는 노년이 마주한 시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밝힌다. 노년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시선의 바탕에는 연대기적 시간관이 놓여 있는데, 필자는 주관적 시간과 객관적 시간을 이야기를 통해 매개할 수 있다고 보는 리쾨르의 서사적 시간관을 통해 유한성을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9장에서는 마고라는 인지증 환자의 사례를 통해 노년의 인격 동일성 문제를 다루며, 10장에서는 창조적 노화 모델을 통해 노화의 장점에 주목하는데, 그중에서도 ‘지혜’를 꼽는다. 11장에서는 노년의 우울에 대해 다루며, 12장에서는 현대의 효 개념이 결여하고 있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의 효 개념을 통해 살펴본다. 13장에서는 오늘날 선거 제도 안에서 노년층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증대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현상인 실버 민주주의의 문제를 다룬다. 노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단순히 노인을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표 필자인 임건태는 서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칠 줄 모르고 앞으로만 치달으면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했던 젊은 층이 주도해 온 문명이 앞으로 계속 존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로의 전향이 절실하며, 이런 전향을 위해서 인간의 한계와 제한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롭게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은 노년의 삶에서 드러나는 유한성을 포용하는 지혜가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제 여기 내놓는 작은 책이 이 같은 지혜의 중요성을 널리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9788957339770

고대의 플라톤주의자들 1 (플라톤 철학 서설·플라톤 사상 강의)

알비노스, 알키노오스  | 아카넷
19,800원  | 20250430  | 9788957339770
옛사람들은 플라톤을 어떻게 이해하고 가르쳤을까? 플라톤 철학의 해석과 전승 전통을 원전으로 읽는다 플라톤은 살아생전에 이미 유명인이었고, 그가 서기전 387년경에 세운 학교인 아카데메이아는 그의 철학에 매료되어 가르침을 구하던 수많은 영특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플라톤 철학의 해석과 전승의 전통은 이후 서기 6세기까지 다양한 조직과 형태를 취하며 무려 900년 넘게 지속하였고, 다채롭고 복잡하면서도 고도로 체계화된 플라톤주의를 형성하게 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이른바 ‘중기 플라톤주의’라고 철학사에서 부르는 서기 2세기에 활약했던 두 명의 플라톤주의 철학자, 알비노스와 알키노오스가 남긴 플라톤 철학의 교과서들을 번역한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책에서 옛사람들이 플라톤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했으며, 플라톤이 언급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플라톤 식으로 답변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오늘날 플라톤 철학에 관심을 갖고서 그의 작품을 읽어 보려는 독자들에게 좋은 참고서이자 지침서가 된다.
9788957339633

에피노미스

플라톤  | 아카넷
11,700원  | 20250124  | 9788957339633
『법률(Nomoi)』의 후속편으로 여겨지며 작자가 플라톤이 아닌 대화편 『에피노미스(Epinomis)』가 단독으로 출간되었다. 『에피노미스』는 제목에서부터 『법률』과의 관련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서명의 접두어 “에피(Epi-)”가 ‘~에 부치는’ 또는 ‘~에 뒤따르는’ 뜻이기에 『법률』에 잇대어 썼다는 작자의 의도가 제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법률』이 플라톤의 최종적 견해들이 담긴 작품이라면 『에피노미스』는 어떠한 견해를 담고 있을까? 왜 작자는 ‘시퀄’ 작품을 발표하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전혀 감추지 않는 방식으로 썼을까? 『에피노미스』는 『법률』과 달리 정치철학 주제들은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고 지혜/학문의 문제, 종교의 문제에 논의를 집중한다. 병렬 독서의 대상에 해당하는 대화편도 『법률』만이 아니라 『티마이오스』, 더 나아가 『국가』도 일부 포함한다. 제목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상호 텍스트성’ 자체가 작품 독해의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작자가 플라톤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고치려고 하는가에 주목한다면, 이 작품은 독립적 독해를 넘어서 색다른 재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또 그러한 때에야 플라톤과 플라톤주의에 대한 유연하고 균형 잡힌 이해에 이를 수 있다.
9788957337813

테아이테토스

플라톤  | 아카넷
19,800원  | 20220221  | 9788957337813
‘앎’이란 무엇인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심오한 인식론 텍스트 『테아이테토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심오한 인식론 텍스트 가운데 하나이자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은 대화편이다. 이 대화편은 ‘앎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중단 없이 일관되게 탐문하며, 이런 점에서 플라톤의 대화편 가운데 가장 명확하고 단일한 주제로 묶인 책이다. 그러나 『테아이테토스』는 아주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이를테면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어려서부터 플라톤의 대화편을 통해 지적 훈련을 받았음에도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불평을 자서전에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테아이테토스』는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많은 작품이다. 논의의 다양함과 예리함, 그리고 독창성의 측면에서 독자의 끝없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식론 텍스트로 『테아이테토스』에 버금가는 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아이테토스』에 대한 연구자들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해석의 갈림길이 플라톤에 대한 이해를 다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플라톤 철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꿈꾸는 독자라면 『테아이테토스』를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다. 『테아이테토스』의 논의는 산파술로 진행되기 때문에 겉으로 보아서는 좇아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같은 논의 방식 때문에 길어내고 길어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깊은 통찰을 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3년 출간된 초판의 오식을 바로잡고 오독의 가능성이 있는 번역을 다듬어 10년 만에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으로 출간됐다.
9788957337639

카르미데스

플라톤  | 아카넷
17,100원  | 20211227  | 9788957337639
‘절제’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30인 과두정의 당사자들과 소크라테스가 나누는 극적인 아이러니의 대화편 『카르미데스』는 포테이다이아 전투(기원전 432~429년)에서 돌아온 소크라테스가 크리티아스와 카르미데스를 상대로 ‘절제’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을 핵심 주제로 나누는 대화편이다. 이 작품은 소크라테스와 긴밀하게 연상되어 회자되는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그 유명한 말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또 애초에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가능한지, 또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흥미롭고 중요한 문제를, 대화편이라는 극적 장치를 활용해서, 네 가지 주요 덕 중의 하나인 절제와 연결지어서 다룬다. 또 덕을 추구하는 훌륭하고 좋은 삶이란 어떠한 것이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될 수 있는가 하는 좀더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윤리적 문제의 맥락 속에서 ‘자신을 안다’는 일과 그것을 삶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의 의미와 중요성을 관련된 논쟁점들과 함께 다룬다. 이 대화편이 다루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의 하나이자 전통적으로 ‘절제’와 ‘겸양’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된 ‘소프로쉬네’를 플라톤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개념으로 재해석한다. 곧 절제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자각하는 일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단순하게 인식론의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앎의 가능성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는 당사자의 태도와 인격, 사람됨을 포함하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까지를 포괄하며, 바로 여기에 이 개념의 독특하고도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옮긴이는 강조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덕윤리라는 논의의 지평에서 ‘실천적 지혜’를 다룬 내용의 기반과 출발점을 플라톤이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소크라테스의 지혜는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가? 덕을 실현하는 훌륭하고 좋은 삶의 출발점은 어디에 있는가? 플라톤이 이 작품을 저술한 시점을 고려한다면, 작품 속 소크라테스는 30인 참주의 과두정을 주도하고 이에 가담한 크리티아스와 카르미데스를 과거의 어느 시점에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셈이며, 이러한 설정은 과두정의 폭정을 경험한 당대의 아테네 독자들의 관점에서 대단히 역설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을 지닌 작품 속 청년 카르미데스는 왜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삶의 방식을 택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30인 참주의 행동대원으로 머물렀을까? 옮긴이는 이러한 플라톤의 작품 설정이 절제를 비롯한 덕을 실현하고 발휘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깨지기 쉬운(fragile)가 하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처한 실존적이고 실천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함께 품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젊고 아름답고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던 카르미데스가 선택의 기로에 서서 한쪽으로 기울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이 작품에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알고 공동체라는 삶의 맥락 속에서 그것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일은 훌륭하고 좋은 삶의 출발점이다. 작품 속 소크라테스가 카르미데스와 크리티아스에게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이러한 자각과 실천의 중요성이 아니었을까.
9788957337493

메넥세노스

플라톤  | 아카넷
10,800원  | 20211102  | 9788957337493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대화편 「메넥세노스」, 당대 소피스테스와 페리클레스로 대변되는 주류 정치철학과 정치체제에 대한 안티테제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9788957337417

프로타고라스 (개정판)

플라톤  | 아카넷
11,700원  | 20210827  | 9788957337417
“덕은 가르쳐 줄 수 있는가”를 둘러싸고 벌이는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치열한 토론 드라마와 철학의 결합이 가장 극대화된 작품으로 행간 읽기를 통해 철학적 주제와 관련된, 감추어진 통일성 찾기가 묘미 플라톤의『향연』과 더불어 플라톤의 문학적 역량이 가장 탁월하게 발휘된 것으로 평가받는 대화편이다. ‘소피스트들’이라는 부제가 붙여지기도 했던 이 대화편에서 플라톤은 다른 어떤 대화편에서보다도 더 등장인물과 배경의 묘사에 공을 들임으로써 아테네의 전성기에 아테네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에서 벌어진 소피스트들과 촉망받는 젊은이들의 모임을 생생하게 그려 낸다. 이 대화편은 플라톤의 대화편들 중에서 가장 밝고 희극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대화편 중 하나이며, 언어유희와 농담, 우스꽝스러운 묘사들이 가득하다.
9788957337349

에우튀프론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 아카넷
10,800원  | 20210521  | 9788957337349
정의를 내리는 작업에 관한 최초의 논의와 당대 그리스 종교에 대한 비판을 담은 대화편 “경건한 것은 신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경건한 것인가, 아니면 경건하기 때문에 신들에게 사랑받는가?” 『에우튀프론』은 소크라테스와 에우튀프론 사이의 경건에 대한 짧은 대화를 담고 있다. 대화 중간에 소크라테스는 “경건한 것은 신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경건한 것인가, 아니면 경건하기 때문에 신들에게 사랑받는가?”라는 유명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소위 ‘에우튀프론 문제’라고 불리며, 중세 이래 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감과 논쟁의 원천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에우튀프론』에서 에우튀프론 문제 자체가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소크라테스가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음이나 도덕적 옮음 등이 신의 의지에 의해 구성된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다. 『에우튀프론』은 소위 ‘아포리아(aporia)’로 끝나는 대표적인 대화편, 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끝나는 대표적인 대화편이다. 만약 플라톤이 이 대화편을 아포리아로 끝냈다는 사실을 보다 더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에우튀프론』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경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은연중에 숨겨놓은 것이 아니라 경건과 관련해서 간단히 해결되기 어려운 진정한 문젯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9788957337219

고르기아스

플라톤  | 아카넷
16,200원  | 20210225  | 9788957337219
힘과 권력,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 플라톤 철학의 가치와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화편 플라톤의 『고르기아스』는 연설술을 주제로 시작하지만 곧바로 도덕과 정치의 문제로 나아가며 근본적으로는 행복과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연설술의 주제는 표면적이거나 부차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도덕과 행복의 문제와 치밀하고 정교하게 엮여져 있다. 플라톤이 정치술로서의 연설술을 주제로 삼은 것은 그것이 당시 일반 사람들이 선망하는 행복한 삶의 유력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적인 측면과 함께 플라톤이 연설술의 문제를 중요시할 만한 직접적인 이유가 있다. 연설은 “말로 혼을 이끄는” 힘, 즉 설득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대중들의 생각과 관념을 연설가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수 있게 해 주는데, 이것은 정치가의 사명이 시민들의 혼을 돌보는 일, 즉 덕을 갖게 하는 일에 있다고 보는 플라톤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연설술은 설득의 힘으로 시민 대중을 사로잡아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정치적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플라톤은 연설술이 갖는 이러한 영향력과 힘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고르기아스를 필두로 한 당대 소피스트들이 제공하는 연설술과 그것이 지향하는 정치적 삶을 비판하고자 한다. 플라톤은 아테네인들의 구원은 새로운 연설술의 확립과 도덕적으로 올바른 연설가(정치가)의 출현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고르기아스』는 거의 2400년이나 지난 시대의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정치와 도덕의 문제를 고찰함에 있어 하나의 지침으로서 손색이 없다.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으며 문제를 바라보는 플라톤의 시각은 정곡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9788957337424

미노스 사랑하는 사람들

플라톤  | 아카넷
11,700원  | 20210827  | 9788957337424
‘위작’으로 치부되던 ‘특이한 두 작품’ 이제 우린 플라톤 작품집의 새로운 면모를 만난다 『미노스』 “ 『미노스』 는 보편과 개별의 긴장, 소통-공감의 문제와 더불어 칭찬의 균형을 이야기한다. 칭찬의 적절한 ‘배분’이 ‘법’이고, 칭찬의 달인이 ‘시인’이며, 칭찬을 잘하는 게 좋은 ‘시가’다.” 『미노스』 가 끝나는 곳에서 『법률』 이, 그리고 『법률』 이 끝나는 곳에서 『에피노미스』 가 시작된다고 흔히들 생각해 왔다. 플라톤 저작 분류의 대표 격인 트라쉴로스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이런 ‘삼부작’ 구도는 『미노스』 를 묶는 전통적인 끈이었다. 이런 묶음이 『미노스』 를 『법률』 의 앞뒤에 놓인 두 위작 가운데 하나로 치부하는 근거 노릇을 해 온 것 또한 『미노스』 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운명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플라톤의 작품 하나하나는 실로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미노스』 에서 동료가 소크라테스의 논의에 계속 저항과 이견을 표명하면서 붙들고자 한 생각들이 가진 의미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보편의 이름으로, 본질의 이름으로 통일된 ‘하나’ 말고 구체적이고 서로 다른 제각각의 면모와 특징을 지닌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그것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자는 것 말이다. 보편의 베일에 가려진 그 개별의 중요성, 디테일의 중요성은 『법률』 에서 아테네인 손님에 의해 되살아난다. 『미노스』 는 『법률』 의 서론으로 덧붙여지는 작품이 아니라 『법률』 과 다른 목소리, 그러나 결국 『법률』 에 의해 수용되는,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담긴 작품이다. 그것이 재현하는 하나-여럿, 토큰-유형, 보편-개별, 이론-실천 간의 대립과 긴장은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압도하고 삼켜 버리는, 정답이 정해진 싸움이 아니라, 양자가 긴장 속에 공존하면서 조화와 공감을 모색하고 이루어 가는 복합적 경쟁으로서, 오늘날 우리 담론 세상이 도달해야 할 과제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제까지 우리가 주목해 온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첫 질문이나 ‘미노스’라는 제목만이 아니라 후반부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는 미노스 찬양까지도 감안하여,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미노스』 의 주제가, 혹은 『미노스』 에서 저자가 힘주어 드러내려는 바가 미노스로 대변되는 훌륭한 입법자나 훌륭한 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법률』 삼부작 착상도 실은 다분히 그것을 향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이미 언급한 보편과 개별의 긴장이나 소통과 공감의 문제와 더불어 ‘칭찬’, 특히 ‘칭찬(및 비난)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반부의 미노스 논의를 약간 다른 시각에서, 즉 무엇이 주제이고 누가 주인공인가에 주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칭찬의 적절한 ‘배분’이 ‘법’이고, 칭찬의 달인이 ‘시인’이며, 칭찬을 잘하는 게 좋은 ‘시가’다. 종결부 논의에서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칭찬-비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면서 메타적으로 칭찬-비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칭찬-비난의 모델을 수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가 평판 권력으로 작용하는 비극에 대해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하는 것 자체가, 그러면서 비극이 아니라 서사시를, 자기 논의를 펼치기 위한 분석과 입증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칭찬-비난 담론에 대한 균형감 있는 조명이 필요함을 보여 주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의 부끄러움 이야기까지도 실은 일종의 ‘자기 비난’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 소크라테스에게서 칭찬과 비난은 시종일관 영혼의 좋음-나쁨 및 그것을 위한 교육과의 긴밀한 연관성 속에서 논의되고 수행된다고 할 수 있다.
9788957336687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 아카넷
11,700원  | 20200228  | 9788957336687
소크라테스가 죽고 철학이 살다 플라톤 철학의 출발점 『소크라테스의 변명』 서양 철학이 플라톤 대화편의 주석이라면, 플라톤 대화편은 『변명』의 주석 플라톤의 대화편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플라톤 철학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으로 새롭게 나왔다. 『변명』은 플라톤 작품 가운데 소크라테스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 있는 유일한 작품이며 소크라테스의 연설을 생생하게 직접 화법으로 전달하는 중량감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되는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토양 위에서 공동체의 행복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지를 사유한 소크라테스. 그러한 영광의 세기가 퇴색하자 희생양으로 재판정에 선 소크라테스를 당대의 지식인들은 지나쳐 버리지 않았다. 그의 재판뿐만 아니라 일련의 행적과 대화 내용까지 주목을 받으며 사실상 플라톤의 모든 대화편이 속하는 ‘소크라테스적 이야기’라는 장르가 유행하기에 이른다. 2000년의 서양 철학은 플라톤 대화편들의 주석에 불과했다는 영국 철학자 화이트헤드의 표현에 빗대자면, 플라톤 대화편들은 『변명』의 주석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9788957337240

뤼시스

플라톤  | 아카넷
10,000원  | 20210409  | 9788957337240
서양 지성사에서 처음으로 필리아(우정/사랑)가 본격적으로 문제되고 조명되는 작품 ?뤼시스?는 그 난해함과 독특함 때문에 중요성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많은 논란거리나 생각거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작품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어쩌면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제의 특성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서양 지성사에서 『뤼시스』는 흔히 ‘우정’이나 ‘사랑’이라고 번역하는 필리아(philia)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리아가 우리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덕목이라는 생각이 널리 공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것을 주제로 삼은 학문적인, 특히 철학적인 논의는 요즈음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논의를 발견하려는 사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필리아가 현대 사유에서 제자리를 못 찾고 있는 데는 우선 근대 서양이 키워 온 개인주의적 성향이 한몫하는 것 같다.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자기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필리아라는 덕목을 거추장스럽거나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게 된 경향이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런 사유를 문제시하면서 ‘우리’라든지 ‘연대’, ‘형제애’ 등을 강조하는 경향(공동체주의 등)도 현대 사유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 또한 다른 편 극단에서 보편성이나 개방성, 공공성을 중시함으로써 사적이고 특수한 관계로서의 필리아를 시야에 잡아 두지 못한다. 이렇듯 현대 사유에서 필리아는 많은 이들이 그 중요성을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논의 주제 노릇을 하지 못하고 학적 논의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나중에 플라톤 자신이 쓴 ?향연?과 ?파이드로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니코마코스 윤리학?(특히 8, 9권) 등 이른바 대작들은 모두 이 책 ?뤼시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우리가 놓치면 안 될 것은 위의 대작들에서 다루는 문제의 핵심적인 줄기들이 모두 ?뤼시스?에 적절한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플라톤이 그 작품들에서 개진하는 에로스론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윤리학 저작에서 펼치는 필리아론은 모두 이 작품에서의 논의를 토대로 삼아 새로운 모색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그런 발전된 논의들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작업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뤼시스?의 가치는 단지 그런 ‘대작’들을 이해하기 위한 발판 역할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에로스와 필리아가 긴밀히 결합된 채로 다루어지고 있다. 플라톤이 왜 이 주제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물으면서 읽다 보면, 이 작품이 주목하여 다루고 있는 문제 자체의 폭과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9788957337271

편지들

플라톤  | 아카넷
16,200원  | 20210402  | 9788957337271
13편의 편지에 담긴 플라톤의 육성 이행의 시대에 선 역사적 플라톤을 만나다 『편지들』은 노년의 플라톤이 가까운 인물들과 주고받은 13편의 편지를 묶은 것이다.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수십 편의 대화편과는 달리, 플라톤의 육성과 당대의 역사적 현실이 편지글에 생생하게 묻어난다. 상당수 대화편 작품이 소크라테스를 주된 화자로 삼아 대화편의 소크라테스와 역사적 소크라테스의 관계를 묻게 하지만, 이 편지들에서는 대화편의 플라톤과 역사적 플라톤의 관계에 대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 편지들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그리스의 식민도시 시라쿠사이다. 또 시간적 배경이 되는 기원전 4세기 중엽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점으로 전통의 도시국가(그리스, 스파르타)들이 쇠락의 길에 들어서고 시칠리아와 마케도니아가 새로운 세를 형성하는 이행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플라톤은 일찍부터 신흥 제국으로 발돋움하던 시라쿠사의 동향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세 차례의 시라쿠사 여행에서 플라톤은 청년 정치가 디온과 참주 디오뉘시오스 부자와 교유하며 조국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담은 이상을 펼쳐 보려 하지만, 결국 좌절을 맞게 된다.
9788957337080

크라튈로스

플라톤  | 아카넷
11,700원  | 20210322  | 9788957337080
각 사물에는 이름의 올바름이 자연적으로 있는가, 아니면 합의나 관습에 의해서 있는가? 이 대화편의 부제는 “이름의 올바름에 관하여”로 알려져 있으며, 몇몇 학자들은 이 대화편의 주제를 ‘언어의 기원’에 관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름의 올바름’에 관한 문제는 프로디코스와 프로타고라스 등 기원전 5세기 소피스트들의 큰 관심거리였으며 이들은 그 주제로 돈을 받고 강의를 했다. 그렇다면 ‘이름의 올바름’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름의 올바름’이란 대체로 ‘어떤 이름이 올바른 이름이 되게 해 주는 것’이며, 또한 올바른 이름을 판별하는 기준, 즉 ‘올바른 이름의 기준’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경건함’이란 모든 경건한 행위가 경건한 것이 되게 해 주는 것이면서, 또한 경건한 것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는 것과도 같다. 『크라튈로스』에서 우리는 언어학적 논의, 언어철학적 논의, 인식론적 논의, 존재론적 논의 등을 두루 접한다. 이들 논의의 바탕이 되는 핵심어는 ‘이름의 올바름’이고, 핵심 주제는 사물들에게 본래 적합한 이름이 있는지 묻는 것에 있다. 이와 관련해 그런 이름이 있다고 보는 자연주의적 입장과, 이름은 합의나 관습의 산물일 뿐이라고 보는 규약주의적 입장이 대립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연주의적 입장을 지지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립의 중재자로 드러난다. 이 대화편에서는 이름의 올바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언어들의 기원을 밝히는 긴 논의가 전개되는가 하면,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인식론적 논의도 전개된다. 사물들에 대한 앎을 얻는 방법은 이름을 통해서인가, 아니면 사물 자체를 통해서인가? 소크라테스는 “이름(언어)을 아는 사람은 사물도 안다”는 크라튈로스에 맞서 사물들에 대해 아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사물들 자체를 통해서’라는 입장을 편다.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을 대변하는 셈이라면, 크라튈로스는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의 언어철학자들을 대변하는 셈이다.
9788957336915

파이드로스

플라톤  | 아카넷
11,700원  | 20200828  | 9788957336915
철학적 깊이와 문학적 서정성을 두루 갖춘 플라톤 대화편의 수작 일리소스 강변에서 나눈 사랑과 연설에 관한 세 편의 이야기 『파이드로스』는 플라톤 대화편 가운데 철학적 깊이와 문학적 서정성을 두루 갖춘 수작으로 꼽힌다. 다른 어떤 대화편에도 없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대한 묘사가 있는가 하면, 연설술이라는 주제와 사랑이라는 주제가 서로 얽히지 않는 듯 얽히는 독특함을 지닌다. 이와 더불어 ‘설득’이라는 주제 아래 신화적 설명과 시적 서술, 심리묘사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작품이다. 『파이드로스』가 지닌 이런 독특함은 수많은 플라톤 연구자들을 매료시켰으며, 이 대화편이 지닌 독특한 구성과 내용에 관한 논문이 따로 발표되기도 했다. 사랑에서 연설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주제 전환과 그 배경을 읽어내는 재미 작품은 소크라테스와 파이드로스가 우연히 만나 아테네 시 근교의 일리소스 강변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수려한 풍광의 전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한다. 둘 사이 대화 소재는 당대 최고의 연설문 작성가 뤼시아스의 ‘에로스(사랑)’를 주제로 한 연설이다. 그 연설에서 뤼시아스는 육체적 욕구를 가지면서도 그 욕구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는 자(소년애인)’의 능력임을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는 이 뤼시아스의 연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자신이 주도하는 다른 두 이야기로 화제를 옮기는데, 그 주제는 각각 ‘사랑을 하는 이에게 기쁨을 줄 것인가,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쁨을 줄 것인가’와 ‘연설술이란 무엇이고, 연설술은 기술인가’다. 이처럼 전후반부의 주제 전환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우며 이 전환의 배경에 놓인 의미를 읽어내는 일은 이 대화편의 읽기의 백미이다. 다양한 철학적 주제의 제시와 그리스 문화를 보여주는 풍성한 이야깃거리 『파이드로스』에서는 ‘에로스’와 ‘연설술’이라는 소재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여러 가지 철학적 주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진행한다. 광기, 혼의 세 부분, 카리스, 설득 등 플라톤이 부각하려는 여러 철학적 주제들이 두 인물의 대화 속에서 하나로 엮이어 제시된다. 이러한 가운데 그리스 여류시인 사포의 시를 비롯한 서정시가 등장하고 육체적 쾌락과 동성애 문화 등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들이 펼쳐진다. 바로 이 점에서 『파이드로스』는 철학적 깊이와 문학적 작품성을 함께 지닌, 플라톤 대화편 가운데 수작이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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