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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고대철학 > 고대철학 일반
· ISBN : 9791175590182
· 쪽수 : 896쪽
· 출판일 : 2026-03-20
책 소개
정의를 믿지 않는 시대에 다시 정의를 묻다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가? 나쁜 일을 했던 사람이 명성을 얻어도 괜찮은가? 나 혼자 정의로우면 무슨 소용인가?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2400년 전 『국가』가 던진 질문을 우리는 오늘날에도 매일 반복한다. 서양 철학사에서 플라톤을, 그리고 그의 저작 가운데 『국가』를 으뜸으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지만 막막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바로 이 『국가』의 번역을 위해, 또 그리스 로마 고전의 연구를 위해 정암학당이 설립되었다. 그간 정암학당은 많은 고전들을 번역해 왔지만, 그중에서도 모두가 최고로 꼽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렵게 느끼는 『국가』를 더 쉽고 정확하게 선보이는 일은 학당의 연구원들과 이들을 자발적으로 후원해 온 시민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이 책의 번역을 맡은 네 명의 연구자들은 소크라테스와 논쟁자들이 나눈 대화의 현장감과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을 섬세히 전달하고자 원전을 읽고 또 읽었다. 서로가 서로의 감수자가 되어 낱말 하나, 문장 한 줄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이 책을 비로소 완성해 냈다. 정암학당이 출범한 지 26년, 『국가』 번역에 착수한 지 13년 만의 결실이다.
“정의로운 사람은 정의로운 국가를 닮았다”
비유로 설명하는 옳음의 가치
“이 책은 제목만 보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정치에 관한 글이 아니다. 지금까지 쓰인 것 중에 가장 훌륭한 교육론이다. 플라톤이 한 일은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는 일이었다.” - 장 자크 루소, 『에밀』
1권에서 축제를 구경하러 간 소크라테스는 그곳에서 트라쉬마코스를 만난다. 그는 정의란 강자가 정하여 약자에게 강요하는 것일 뿐이며, 따라서 정의롭게 사는 것은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때때로 ‘세상은 원래 정의롭지 않다’고 느끼는 우리의 직관과도 닮았다.
스승의 의견을 묻는 제자들에게, 소크라테스는 바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정의로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바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대상의 규모를 키워 정의로운 국가는 어떠한지 먼저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시작된 2권부터 10권까지 달하는 긴 문답에서 이데아와 동굴의 비유, 공동 육아와 철학자의 통치, 철저한 분업으로 운영되는 이상국가와 영혼 삼분설, 민주정과 참주정 간의 비교 등 『국가』에서 가장 유명한 논의들이 등장한다.
이 긴 비유를 통해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정의로운 국가가 살기 좋듯이,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정주행’을 돕는 가이드와 함께
하나의 책으로 이해하는 『국가』
플라톤은 이 과정을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회상하며 들려주는 독백극의 형식으로 구성했다. 독백이지만 소크라테스는 결코 먼저 자신의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 그는 대화 상대자뿐만 아니라 동시에 독자까지 설득하고 있다. 독자들은 그가 왜 이렇게 질문하고 이런 비유를 드는지를 직관에 기대어 쫓아가야 한다.
제목이 된 ‘국가’도 정의로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비유였다. 여기에 언어유희, 반어법, 관용구, 당대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독해는 더욱 어려워진다. 방대한 분량까지 고려하면, 오늘날 독자들이 이 고전을 끝까지 읽어 내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번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국가』는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고자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대화 속 인물들의 관계나 의도가 잘 드러나도록 말투를 세심하게 다듬고, 단어 하나하나를 맥락에 맞게 다양한 어휘로 옮겼다. 또 여러 판본을 비교하고 최신 연구까지 반영했으며, 어려운 내용들에 꼼꼼히 주석을 달았다. 비유를 그림으로 보여 주는 부록도 첨부했다.
무엇보다도 「작품 안내」에서 하나의 책으로서 『국가』의 체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1권과 2권 이후에서 소크라테스의 화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1권을 다른 부분에서 분절하여 이해하곤 했다. 그러나 역자들은 ‘뛰어난 작가’ 플라톤이 문제의식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자 하나의 작품 안에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가』 1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2권 이하에서 하나씩 극복한다는 구도에 따라 「작품 안내」에서는 각 지점의 논의들을 차례차례 정리하였다.
“정의는 정말 이득이 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은, 오늘날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정의로운 사회가 가능하다는 믿음은 점점 더 사라져 가지만, 그럼에도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 이득을 얻는 것이 문제라는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렇게 물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의로운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를 다시 상상할 수 있을까? 『국가』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품고 있다.
목차
‘정암고전총서’를 펴내며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을 새롭게 펴내며
작품 내용 구분
등장인물
일러두기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작품 안내
부록
참고 문헌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제 나는 아리스톤의 아들 글라우콘과 함께 헤이라이에우스로 내려갔었네. 여신께 축원도 드리고, 사람들이 축제를 어떤 식으로 치를지 구경도 하고 싶었다네. 이번에 처음 열리는 축제였거든. (…) 시종이 뒤에서 내 겉옷 자락을 붙잡더니 말했네. “폴레마르코스 님께서 선생님들께 기다려 달라고 하십니다.”
“그대여,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믿어 주세요.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처럼 대단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화를 내기보다 동정하는 것이 훨씬 합당할 겁니다.”
그는 이런 말을 듣더니 아주 신랄한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네. “세상에, 이게 바로 소크라테스 선생이 늘 그러시는 능청 떨기로군요. 그럴 줄 알고 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말을 해 두었죠. 누가 무슨 질문을 해도, 선생은 대답을 거부할 것이며 대답하는 것만 빼고는 능청을 떨면서 뭐든지 할 것이라고 말이죠.”
내가 말했네. “자, 그럼, 트라쉬마코스, 처음부터 다시 대답해 주세요. 당신은 완벽한 부정의가 정의보다 더 유익하다고 주장합니까? 정의가 완벽한 경우라도 말이죠.” (…)
그가 말했지. “그럼요, 부정의한 행동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나라든 종족이든, 사람들의 집단을 자신들 밑에 종속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 말입니다. 선생님에게는, 아마 제가 소매치기 같은 자나 이야기하는 걸로 보이시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