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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01061627
· 쪽수 : 197쪽
· 출판일 : 2006-12-01
책 소개
목차
1. 내 삶의 작지만 커다란 선물
할머니의 검정 비닐 봉투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와
막내아들의 반격
빨간 고무장갑
북극성
수납 창구에 서 계신 어머니
이제부터는 당신이 조수 해요!
움푹 패어나간 흔적
구세주 쿠폰
서울에서 제일 큰 방에 사는 사람
김밥
휴식 같은 친구
손끝으로 매만져 고른 장롱
자정 지나 바둑 두는 아버지와 아들
엄마가 사다 준 담배 한 갑
마지막 선물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사랑하고 존중하며
2. 내 곁을 지키는 따뜻한 동생
남편의 셔츠
마을 어른들이 마련해 준 무대
싸우면 갈 데도 없는 사람
그 바닷가의 물주전자
순대 한 접시
열 칸 쓰기 공책
남남북녀
김치 냉장고
수호천사
우표 없이 배달된 편지
형과 바꾼 세상에 하나뿐인 볼펜
날마다 아내가 마련해 주는 차표 한 장
막다른 골목에서 꽉 쥔 손
반찬 관리 위원
엄마의 첫 크리스마스
죽순이에서 기술자로
편도행 티켓
네 덕에 내가 일을 한다
아내가 준 '인생길' 내비게이션
3. 내일을 비추는 마음의 별
뒤늦게 도착한 소포
된장
31년 동안의 사랑
최고야!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 때마다
날마다 자라는 사람
노력
우리가 도와주겠다
아들과 신문 돌리는 어머니
책임진다는 말
신호에 걸려 꼼짝도 할 수 없을 때마다
잠옷 한 벌로 채운 수학여행
가르치는 사랑
폐허 위에서
너무 꽉 맞는 바지
26년 만에 다시 걷는 길
힘겹게 지하철 손잡이를 부여잡고 있을 때
글을 마치며 - 우리의 하루가 선물이 되기를
저자소개
책속에서
작은 섬마을에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실업계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매일 바닷가를 지나 학교에 갔습니다. 소녀는 때때로 멈춰 서서 그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여덟 살 무렵, 소녀에게 그 바다는 그저 기쁨이었습니다. 선주였던 아버지가 저 너른 바다를 두 쪽으로 가르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소녀의 어깨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갔습니다.
.. 열여덟이 되어 소녀는 그 바다에서 막막함을 배웠습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소녀는 슬며시 교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수돗가에 나뒹구는 물주전자에 수돗물을 받아 배를 채우고 나면 소녀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그 작은 섬마을에는 눈길 닿는 곳 모두 바다뿐이니까요. 그래서 소녀에게 그 바다는 뛰어넘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막막함이었습니다.
그날도 소녀는 교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며 도시락을 먹는 친구들, 그 웃음소리에 등 떠밀려 소녀는 수돗가로 달려갔습니다. ... 소녀는 수돗가에 있는 물주전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 안의 물을 벌컥 들이켰지요. 순간 소녀는 깜짝 놀라 주전자 속을들여다보았습니다. 소녀의 바짝 마른 목을 축여준 것은 수돗물이 아니라 우유였습니다. 누군가 소녀를 위해 그 물주전자 가득 우유를 채워두었던 것이지요.
소녀는 우유가 든 물주전자를 꽉 쥔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온통 막막한 바다뿐이던 소녀의 시야에 처음으로 바다 말고 다른 그 무엇이 들어차고 있었습니다. - '그 바닷가의 물주전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