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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헤비 (미국인의 회고록)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4523796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5-09-26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4523796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5-09-26
책 소개
키에스 레이먼은 현대 미국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로, 자전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인종, 계급,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헤비』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고백과 수치를 숨김없이 드러낸 작품으로, 진실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누가 이 남자의 무게를 잴 수 있는가?
미국 사회를 뒤흔든 가장 정직하고 본질적인 질문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
개인의 서사를 사회 비평의 정점으로 끌어올린 기념비적 회고록
“오 마이 갓. 『헤비』는 놀랍다. 심오하다.
강렬하다. 겹겹이다. 와, 그냥 와.” _록산 게이(『헝거』 저자)
★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 카네기 논픽션 메달· LA타임즈 이셔우드 자서전 산문상
★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오디블 올해의 오디오북상
한 개인의 몸에 새겨진 상처로 미국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 기념비적 회고록, 키에스 레이먼의 『헤비』가 마침내 국내에 출간된다. 이 책은 억압받는 몸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 위태로운 사랑에 대한 정직하고 고통스러운 고백으로, 출간 즉시 영미 문학계를 뒤흔들며, 저자를 현대 미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화제작이다.
키에스 레이먼은 현대 미국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로, 자전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인종, 계급,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첫 소설 『기나긴 분열』에서는 흑인 청소년의 언어와 기억을 다뤘고, 에세이집 『미국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에서는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비평과 엮어낸 바 있다. 『헤비』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고백과 수치를 숨김없이 드러낸 작품으로, 진실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제목 ‘헤비(Heavy)’는 단순한 신체적 무게를 넘어, 한 개인이 평생 짊어져야 했던 역사와 비밀, 그리고 상처의 은유적 무게를 담고 있다.
『헤비』의 중심에는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학대했던 어머니와의 모순적 관계가 있다. 레이먼은 그 관계 속에서 사랑과 폭력이 공존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그 상처가 몸과 삶에 새겨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체중 변화는 흑인 남성으로서의 사회적 억압과 가족사의 무게와 연결되며, 독자들은 개인의 상처가 사회 문제와 이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은 2018년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앤드루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 또한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선’과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 50선’에 이름을 올리고, 커커스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언론과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책을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책”이라 극찬하며,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될 작품의 탄생을 알렸다. 저자 키에스 레이먼은 2022년 특출난 독창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천재들의 상(Genius Grant)’이라는 별명을 가진 맥아더 팰로십을 수상했다.
산문에 숨을 불어넣는 힙합의 리듬과 플로우
언어를 뒤흔들며 존재를 다시 세우는 격렬한 서사
“당신에게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 _19쪽
키에스 레이먼의 문체는 미국 남부 흑인 공동체의 구술 전통에 뿌리를 두고, 랩의 플로우처럼 음악적 리듬을 타는 것이 특징이다. 거칠고 감각적인 묘사와 날카로운 사유가 교차하며, 문장은 마치 비트 위에서 전개되는 가사처럼 긴장과 완급을 조율한다. 그는 어머니를 향한 2인칭 시점(‘당신’)을 통해 이 언어적 리듬에 격렬한 정서적 파동을 더하며, 고백과 대결, 사랑의 감정을 겹겹이 울려퍼지게 만든다.
예컨대 그는 어머니가 글을 가르쳐주던 다정한 순간을 회상하다가도, 곧바로 “당신은 왜 그렇게 나를 때렸느냐”고 묻는다. 애정과 폭력이 교차하는 이 직접적 화법은 평생 외면해온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저자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며, 독자를 모자 관계의 팽팽한 감정선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이처럼 자기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흑인 공동체의 경험을 환기하는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힙합의 작법과 닮아 있다.
이러한 문학적 태도의 뿌리에는 역설적으로 어머니가 생존 기술로 가르친 ‘고쳐 쓰기(revision)’가 자리한다. 완벽한 문장만이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흑인 소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갑옷이라 믿었던 어머니는, 붉은 펜으로 아들의 글을 가차 없이 수정하며 완벽을 강요했다. 그러나 아들에게 ‘고쳐 쓰기’는 단순한 작문 기술을 넘어, 자신의 삶과 관계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행위가 된다. 그는 어머니가 물려준 그 날카로운 도구로, 오히려 가장 숨기고 싶었던 진실을 파헤친다. 유년 시절의 성적 학대, 어머니의 도박 문제라는 가족의 비밀, 인종차별의 압박감, 그리고 몸의 물리적 무게까지―그는 모든 ‘헤비’한 진실들을 ‘고쳐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해부하고 재구성한다.
그러니까 『헤비』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장 충실히 따르면서도 동시에 근본적으로 배반함으로써 완수되는, 한 인간의 위대한 문학적 투쟁기다. 그의 글쓰기는 고백과 폭로의 형식을 취하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상처로 부서진 자신을 언어로 재조립하는 자기 구원에 있다. 이 치열한 자기 탐색의 끝에서 저자는 마침내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써 내려가는 데 성공한다.
읽기, 다시 읽기, 쓰기, 고쳐 쓰기. 이 네 가지를 당신이 내게 선물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30년 전, 할머니의 현관(porch)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물들 덕분에, 혹은 바로 그 선물들 때문에, 나는 인정해야 했습니다. 다른 모든 미국 아이들처럼, 나도 당신에게 잔혹하리만큼 솔직하지 못했다는 걸. 그리고 다른 모든 미국 부모들처럼, 당신도 나에게 그랬다는 걸. _32쪽
개인적 고백으로 그려낸 시대의 상처,
가족·정체성·인종을 넘나들다
『헤비』의 힘은 개인의 이야기를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치밀한 서사 구조에 있다. 가족, 몸, 사회 등 여러 겹의 주제는 서로가 원인이자 결과가 되며 얽히고설킨 유기적 관계를 형성한다. 그 결과, 미시 서사와 거시 서사가 한 개인의 삶 속에서 교차하는 순간이 드러난다. 이때 몸은 고통을 담는 그릇이자, 사회적 억압이 각인되는 살아 있는 기록물이 된다.
이 책의 감정적 핵심이자 기본 서사는 어머니와의 관계다. 저자는 사랑과 폭력으로 점철된 그 관계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자기 연민으로만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쌍방의 상처를 드러내고 마주함으로써, 관계의 진실을 더 깊고 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처절한 시도를 보여준다. 그가 『헤비』를 통해 어머니에게 보내는 이 길고 고통스러운 편지는, 왜곡된 관계를 회복하려는 절박한 몸짓이며, 그러면서도 끝끝내 이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랑의 행위에 다름 아니다.
나는 침대 끝에, 당신은 책상에 앉았습니다. 우리는 몇 분 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탓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탓하려면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를 먼저 인정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_355쪽
『헤비』의 모든 주제는 저자의 ‘몸’을 통해 구체화되고 증언된다. 그의 몸, 특히 평생에 걸쳐 변화해 온 ‘무게’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상징이다. 여기서 몸은 육체 이상의, 개인사와 사회사가 교차하는 텍스트로 기능한다. 그의 몸무게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하며 음식을 탐하는 행위, 자기혐오로 스스로를 굶기는 처절한 투쟁, 그리고 흑인 남성의 신체를 위협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방어기제가 뒤엉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러한 서술은 몸에 새겨진 폭력과 공포, 생존의 흔적을 고백한 록산 게이의 『헝거』와도 강하게 공명한다. 두 작가는 고백이라는 방식으로 억압된 몸과 기억을 되살리며, 침묵 대신 얻어낸 자신만의 언어로 공동체의 윤리와 기억을 복원해간다.
내 몸은 알고 있었습니다. 내 몸무게, 그 정확한 숫자가 오래전부터 내게 감정적, 심리적, 영적인 목적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 체중계의 그 숫자를 통제하는 일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거나, 사랑을 느끼거나, 돈을 벌거나, 섹스를 하는 일보다도 내 몸을 덜 역겹게 느껴지게 했고, 내 안을 가장 풍요롭게 채워주었습니다. _331쪽
그리하여 『헤비』는 개인의 고백을 넘어, 미국이라는 국가가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는지를 고발하는 거대한 증언으로 확장된다. 미시시피에 뿌리내린 인종차별, 백인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려 했던 어머니의 비뚤어진 훈육, 가난과 인종적 시선이 만들어낸 비만. 『헤비』는 인종, 계급, 젠더의 문제가 교차하며 한 인간의 삶을 형성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가장 사적인 고백이 어떻게 가장 강력한 정치적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나아가 한 개인의 트라우마를 직시하는 일이 결국 사회 전체의 치유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성찰하게 한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무거워져야 한다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는 위대한 공감의 힘
누구나 마음속에 삼켜버린 말들이 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 웃고, 아픈 기억은 없는 일처럼 외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외면했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몸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이유 모를 불안이 되고, 관계를 망치는 그림자가 되어, 어느새 삶 전체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된다.
키에스 레이먼의 『헤비』는 바로 그 무게의 실체를 향해, 한 인간이 벌거벗은 정직함으로 써 내려간 지독하고도 용기 있는 투쟁의 기록이다. 이 책은 ‘강한 남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세상의 신화에 균열을 낸다. 저자는 성공과 강인함 대신, 자신의 가장 깊은 연약함과 실패를 언어의 제단 위에 올려놓는다. 인종차별의 상처, 어머니의 사랑과 폭력, 음식 중독과 싸워온 망가진 몸의 기억까지. 그는 가면을 벗어 던진 목소리로,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히려 그 연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온전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성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자, 솔직한 자기 탐색이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증명이다.
『헤비』의 진정한 ‘무게’는 가장 개인적인 고백이 국경과 문화를 넘어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위대한 공감의 힘에 있다. 자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정직하게 이야기할 때, 우리는 더이상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무게를 딛고 일어서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의 삶이 시작된다는 묵직한 희망을 이 책은 우리에게 건넨다.
미국 사회를 뒤흔든 가장 정직하고 본질적인 질문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
개인의 서사를 사회 비평의 정점으로 끌어올린 기념비적 회고록
“오 마이 갓. 『헤비』는 놀랍다. 심오하다.
강렬하다. 겹겹이다. 와, 그냥 와.” _록산 게이(『헝거』 저자)
★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 카네기 논픽션 메달· LA타임즈 이셔우드 자서전 산문상
★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오디블 올해의 오디오북상
한 개인의 몸에 새겨진 상처로 미국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 기념비적 회고록, 키에스 레이먼의 『헤비』가 마침내 국내에 출간된다. 이 책은 억압받는 몸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 위태로운 사랑에 대한 정직하고 고통스러운 고백으로, 출간 즉시 영미 문학계를 뒤흔들며, 저자를 현대 미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화제작이다.
키에스 레이먼은 현대 미국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로, 자전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인종, 계급,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첫 소설 『기나긴 분열』에서는 흑인 청소년의 언어와 기억을 다뤘고, 에세이집 『미국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에서는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비평과 엮어낸 바 있다. 『헤비』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고백과 수치를 숨김없이 드러낸 작품으로, 진실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제목 ‘헤비(Heavy)’는 단순한 신체적 무게를 넘어, 한 개인이 평생 짊어져야 했던 역사와 비밀, 그리고 상처의 은유적 무게를 담고 있다.
『헤비』의 중심에는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학대했던 어머니와의 모순적 관계가 있다. 레이먼은 그 관계 속에서 사랑과 폭력이 공존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그 상처가 몸과 삶에 새겨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체중 변화는 흑인 남성으로서의 사회적 억압과 가족사의 무게와 연결되며, 독자들은 개인의 상처가 사회 문제와 이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은 2018년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앤드루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 또한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선’과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 50선’에 이름을 올리고, 커커스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언론과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책을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책”이라 극찬하며,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될 작품의 탄생을 알렸다. 저자 키에스 레이먼은 2022년 특출난 독창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천재들의 상(Genius Grant)’이라는 별명을 가진 맥아더 팰로십을 수상했다.
산문에 숨을 불어넣는 힙합의 리듬과 플로우
언어를 뒤흔들며 존재를 다시 세우는 격렬한 서사
“당신에게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 _19쪽
키에스 레이먼의 문체는 미국 남부 흑인 공동체의 구술 전통에 뿌리를 두고, 랩의 플로우처럼 음악적 리듬을 타는 것이 특징이다. 거칠고 감각적인 묘사와 날카로운 사유가 교차하며, 문장은 마치 비트 위에서 전개되는 가사처럼 긴장과 완급을 조율한다. 그는 어머니를 향한 2인칭 시점(‘당신’)을 통해 이 언어적 리듬에 격렬한 정서적 파동을 더하며, 고백과 대결, 사랑의 감정을 겹겹이 울려퍼지게 만든다.
예컨대 그는 어머니가 글을 가르쳐주던 다정한 순간을 회상하다가도, 곧바로 “당신은 왜 그렇게 나를 때렸느냐”고 묻는다. 애정과 폭력이 교차하는 이 직접적 화법은 평생 외면해온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저자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며, 독자를 모자 관계의 팽팽한 감정선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이처럼 자기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흑인 공동체의 경험을 환기하는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힙합의 작법과 닮아 있다.
이러한 문학적 태도의 뿌리에는 역설적으로 어머니가 생존 기술로 가르친 ‘고쳐 쓰기(revision)’가 자리한다. 완벽한 문장만이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흑인 소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갑옷이라 믿었던 어머니는, 붉은 펜으로 아들의 글을 가차 없이 수정하며 완벽을 강요했다. 그러나 아들에게 ‘고쳐 쓰기’는 단순한 작문 기술을 넘어, 자신의 삶과 관계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행위가 된다. 그는 어머니가 물려준 그 날카로운 도구로, 오히려 가장 숨기고 싶었던 진실을 파헤친다. 유년 시절의 성적 학대, 어머니의 도박 문제라는 가족의 비밀, 인종차별의 압박감, 그리고 몸의 물리적 무게까지―그는 모든 ‘헤비’한 진실들을 ‘고쳐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해부하고 재구성한다.
그러니까 『헤비』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장 충실히 따르면서도 동시에 근본적으로 배반함으로써 완수되는, 한 인간의 위대한 문학적 투쟁기다. 그의 글쓰기는 고백과 폭로의 형식을 취하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상처로 부서진 자신을 언어로 재조립하는 자기 구원에 있다. 이 치열한 자기 탐색의 끝에서 저자는 마침내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써 내려가는 데 성공한다.
읽기, 다시 읽기, 쓰기, 고쳐 쓰기. 이 네 가지를 당신이 내게 선물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30년 전, 할머니의 현관(porch)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물들 덕분에, 혹은 바로 그 선물들 때문에, 나는 인정해야 했습니다. 다른 모든 미국 아이들처럼, 나도 당신에게 잔혹하리만큼 솔직하지 못했다는 걸. 그리고 다른 모든 미국 부모들처럼, 당신도 나에게 그랬다는 걸. _32쪽
개인적 고백으로 그려낸 시대의 상처,
가족·정체성·인종을 넘나들다
『헤비』의 힘은 개인의 이야기를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치밀한 서사 구조에 있다. 가족, 몸, 사회 등 여러 겹의 주제는 서로가 원인이자 결과가 되며 얽히고설킨 유기적 관계를 형성한다. 그 결과, 미시 서사와 거시 서사가 한 개인의 삶 속에서 교차하는 순간이 드러난다. 이때 몸은 고통을 담는 그릇이자, 사회적 억압이 각인되는 살아 있는 기록물이 된다.
이 책의 감정적 핵심이자 기본 서사는 어머니와의 관계다. 저자는 사랑과 폭력으로 점철된 그 관계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자기 연민으로만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쌍방의 상처를 드러내고 마주함으로써, 관계의 진실을 더 깊고 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처절한 시도를 보여준다. 그가 『헤비』를 통해 어머니에게 보내는 이 길고 고통스러운 편지는, 왜곡된 관계를 회복하려는 절박한 몸짓이며, 그러면서도 끝끝내 이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랑의 행위에 다름 아니다.
나는 침대 끝에, 당신은 책상에 앉았습니다. 우리는 몇 분 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탓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탓하려면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를 먼저 인정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_355쪽
『헤비』의 모든 주제는 저자의 ‘몸’을 통해 구체화되고 증언된다. 그의 몸, 특히 평생에 걸쳐 변화해 온 ‘무게’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상징이다. 여기서 몸은 육체 이상의, 개인사와 사회사가 교차하는 텍스트로 기능한다. 그의 몸무게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하며 음식을 탐하는 행위, 자기혐오로 스스로를 굶기는 처절한 투쟁, 그리고 흑인 남성의 신체를 위협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방어기제가 뒤엉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러한 서술은 몸에 새겨진 폭력과 공포, 생존의 흔적을 고백한 록산 게이의 『헝거』와도 강하게 공명한다. 두 작가는 고백이라는 방식으로 억압된 몸과 기억을 되살리며, 침묵 대신 얻어낸 자신만의 언어로 공동체의 윤리와 기억을 복원해간다.
내 몸은 알고 있었습니다. 내 몸무게, 그 정확한 숫자가 오래전부터 내게 감정적, 심리적, 영적인 목적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 체중계의 그 숫자를 통제하는 일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거나, 사랑을 느끼거나, 돈을 벌거나, 섹스를 하는 일보다도 내 몸을 덜 역겹게 느껴지게 했고, 내 안을 가장 풍요롭게 채워주었습니다. _331쪽
그리하여 『헤비』는 개인의 고백을 넘어, 미국이라는 국가가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는지를 고발하는 거대한 증언으로 확장된다. 미시시피에 뿌리내린 인종차별, 백인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려 했던 어머니의 비뚤어진 훈육, 가난과 인종적 시선이 만들어낸 비만. 『헤비』는 인종, 계급, 젠더의 문제가 교차하며 한 인간의 삶을 형성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가장 사적인 고백이 어떻게 가장 강력한 정치적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나아가 한 개인의 트라우마를 직시하는 일이 결국 사회 전체의 치유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성찰하게 한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무거워져야 한다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는 위대한 공감의 힘
누구나 마음속에 삼켜버린 말들이 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 웃고, 아픈 기억은 없는 일처럼 외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외면했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몸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이유 모를 불안이 되고, 관계를 망치는 그림자가 되어, 어느새 삶 전체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된다.
키에스 레이먼의 『헤비』는 바로 그 무게의 실체를 향해, 한 인간이 벌거벗은 정직함으로 써 내려간 지독하고도 용기 있는 투쟁의 기록이다. 이 책은 ‘강한 남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세상의 신화에 균열을 낸다. 저자는 성공과 강인함 대신, 자신의 가장 깊은 연약함과 실패를 언어의 제단 위에 올려놓는다. 인종차별의 상처, 어머니의 사랑과 폭력, 음식 중독과 싸워온 망가진 몸의 기억까지. 그는 가면을 벗어 던진 목소리로,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히려 그 연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온전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성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자, 솔직한 자기 탐색이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증명이다.
『헤비』의 진정한 ‘무게’는 가장 개인적인 고백이 국경과 문화를 넘어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위대한 공감의 힘에 있다. 자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정직하게 이야기할 때, 우리는 더이상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무게를 딛고 일어서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의 삶이 시작된다는 묵직한 희망을 이 책은 우리에게 건넨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있었던 일
1부 어린 남자
훈련
아무것도 없는
젖은
그 자리에 있기
2부 흑인의 풍요로움
빈약한
축약형
헐크
깡
3부 집에서 만들어진 것
판타스틱
재앙
이미
곧
4부 중독된 미국인들
채소
공포
안전벨트
약속들
휘어진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실패는 부끄러움을 낳고, 부끄러움은 수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삶을 고쳐나가려면 자기 자신을 직시할 용기와 정서적 무게를 감당할 힘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에 대한 비전은 물론, 가족과 일, 사회, 국가에 대한 비전까지도 새롭게 구성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무거움뿐입니다. _「한국어판 서문」에서
당신에게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
내가 책을 읽고, 다시 읽고, 쓰고, 고쳐야 한다고 당신이 끊임없이 말해준 덕분에, 나는 문장, 문단, 쉼표, 여백 앞에서 결코 두려워하지도, 쉽게 감탄하지도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당신은 내게 글을 실험할 수 있는 흑인 남부의 실험실을 만들어줬습니다. 그 안에서 나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순간마다, 기억과 상상력을 조립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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