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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01105901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0-03-10
책 소개
목차
파크라이프
플라워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공원 안에서는 되도록 고개를 숙이고 걸어간다. 그때 곧바로 고개를 들면 안 된다. 먼저 넥타이부터 느슨하게 풀고, 지하철 매점에서 사온 캔커피를 한 모금만 마신다. 고개를 들기 직전 몇 초간은 눈을 감는 게 좋다.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신 후, 단번에 고개를 쳐들며 눈을 크게 뜬다. 비좁은 지하도에 익숙해진 눈에는 조금 가혹하지만, 머릿속이 어질어질 하는 가벼운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까닭은 모르겠지만, 왠지 눈물이 복받쳐오를 때도 있다.
싫어하는 이유와 좋아하는 이유가 완전히 똑같을 수 있을까
파문이 번지는 연못, 이끼 낀 돌담, 나무, 꽃, 비행기구름, 그런 모든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상태는 실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이고 뭔가 한 가지, 예를 들면 연못에 떠 있는 물새를 본다고 의식함으로써 비로소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진 물새가 물새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최대한 몸이 닿지 않게 팔을 벋디디는 자세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 위치까지 몸을 지탱하며 히카루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닿지는 않았지만, 그 입술이 부드럽다는 것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히카루를 끌어안고 있었다. 너무 꼭 끌어안아서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히카루가 눈을 떴다는 것은 알았다..... 아직도 그날 밤,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자세로 몸을 지탱하던 팔의 이두박근이 후들거리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