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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575490
· 쪽수 : 37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게이타.”
료타가 불렀다.
“아빠랑 캠핑 간 적 없잖아?”
“응.”
이번에도 게이타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했니?”
료타의 목소리에 나무라는 기색은 없다.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학원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랬어.”
료타는 그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흐음, 그랬구나. 입시 학원이란 곳이 대단하네.”
료타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한 뒤, 게이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소리 내 웃었다.
미도리가 목소리를 낮추고 게이타에게 말했다.
“그럼. 대단하고말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오므라이스입니다’라는 대답도 똑 부러지게 했는걸.”
미도리와 게이타가 공범처럼 소리를 죽이고 웃었다.
“아빠다.”
미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료타가 전화하는 일은 드물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살짝 불안해진 미도리가 “다시 전화할게”라고 엄마에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보세요?”
미도리보다 게이타가 먼저 거실 쪽에 설치된 카운터 위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아빠야?”
미도리가 물어도 게이타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료타가 건 전화가 아니면 게이타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다. 미도리는 젖은 손을 닦고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전화 바꿨습니다.”
목소리가 낯선 남성이 매우 정중한 말투로 자기소개를 했다.
영업 전화 종류는 아니었다.
미도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바꿔 잡으며 귀에 찰싹 갖다 댔다.
게이타는 두 사람의 손을 한데 모으더니 아빠와 엄마의 손등을 맞대고 부드럽게 비볐다.
“사이좋게 지내요, 사이좋게…….”
그 순간 료타는 쑥스러움과 동시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온기를 느꼈다. 그런 감정은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이유도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사소한 일로 아내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직 어렸던 게이타가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사이좋게 지내요, 사이좋게”라며 화해시킨 적이 있었다.
그때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쑥스러움과 온기 그리고 약간의 당혹감.
료타는 게이타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게이타의 머리 너머로 미도리와 눈이 마주쳤다.
미도리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오늘 밤은 부모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게이타가 민감하게 알아챈 걸까. 그래서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한 걸까?
료타는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말없이 아내의 눈만 지그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