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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01109572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0-07-15
책 소개
목차
어느 날 너에게 -7
주말을 보내는 방법- 36
스캔들의 O양 -61
가자, 북경반점 -86
낭만과 전쟁 사이 -111
편지하기 좋은 날 -140
사상 최악의 캐스팅 -176
만인의 연인 -213
지극히 사소한 루머 -241
당신이 앙코르를 외쳐야 할 때 -285
작가의 말 -314
리뷰
책속에서
이렇다 할 꿈도 목표도 없다. 남들처럼 일에 대한 욕심이나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딱히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도 찾지 못했다. 자주 만나 허물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없다. 그리고 이제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사랑마저 끝이 났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걸까. 이제껏 삶을 뒤집어엎을 만한 어떠한 모험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라고 둘러대곤 했지만 스물아홉이 된 지금에 와서 두 손을 들여다보니 딱히 잃을 만한 것도 없다. 생각해 보면 모험의 부재가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에는 열정의 증거가 없었다.
점보 햄버거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차주희는 핫윙 조각을 집어 들었다.
"아줌마, 아니, 언니는 결혼했어요?"
"아니."
"그럼 이혼은요?"
"안 했다니까."
"남자 친구는?"
"없어."
"그럼 나 말 놔도 되지?"
내가 싱글인 것과 그녀가 내게 반말을 하는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얼떨결에 햄버거 가게까지 따라오긴 했으나 앞으로 또 볼 일은 없을 터였다. 그녀는 아작아작 소리를 내며 닭날개를 끝까지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이거 또 어디서 기어 들어왔구먼."
그가 내 옆에 서 있는 파마머리 남자를 향해 윽박질렀다.
"이 새끼야, 내가 저런 것들 단속 잘하라고 했어, 안 했어? 너 지난번에 사고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일을 이 지랄로 해?"
"죄송합니다."
"여기가 애들 놀이터냐? 개나 소나 기어 들어와서 시시덕거리는 놀이턴 줄 알아?"
나를 돌아보는 남자의 입에서 “부정 타게, 씨발.”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다. 특별히 잘난 것 없이, 눈에 띄는 일 없이 살아온 29년이지만 내 평생 부정 탄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