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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01220680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18-06-20
책 소개
목차
■ 1815년 유럽 국경지도
■ 헌사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리엔이 언제 암살자들을 보내 알을 파괴할지 몰랐다. 우아한 오팔색의 알이 황성의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나고 알을 지키던 경비병들은 죄다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테메레르는 다시 온몸이 떨렸다.
“난 가야 돼.”
테메레르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로렌스를 데려가지 않을 것이므로 짐을 쌀 필요는 없었다. 따로 준비를 하거나 식량을 챙길 필요도 없었다. 먹이는 비행을 하면서 사냥으로 조달하면 되었다.
“에로이카, 이따가 로렌스에게 내 말을 전해줘…….”
하지만 테메레르는 말문이 막혔다. 로렌스가 이미 알고 있을 만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네가 그를 두고 떠나게 돼서 안타까워하더라고 전할게. 그리고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너 대신에 그를 보호할 거라고도 말할게.”
테메레르는 고개만 끄덕이다가 훌쩍 날아올랐다. 양 날개로 공기를 크게 퍼서 뒤로 밀어내며 동쪽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바깥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로렌스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고는 테메레르가 그를 두고 떠났음을 즉시 알아챘다.
새끼 용은 딱 잘라 말했다. “근시안적인 생각이세요. 황제라고 다 같지는 않아요!”
테메레르가 맞장구를 쳤다. “하긴 청 황제의 동반자가 되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되지. 프랑스 황태자의 용이 되면 적국에 몸담는 배신자가 되는 거잖아.”
“배신자라는 표현은 저와는 맞지 않아요. 저는 지금 청국이든 영국이든 프랑스든 어느 나라에도 충성하지 않으니까요.”
새끼 용은 강건한 눈빛이었다. 몸 전체의 크기가 테메레르의 주둥이보다 작았지만 자세를 바로하고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는 도전하듯 테메레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동반자에 대한 선택권은 저에게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게 혹시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동반자를 고르라는 뜻이었나요?”
“아, 흐음.”
당황한 테메레르는 고개를 뒤로 돌려 옆구리에 대고 쓰윽 문질렀다.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죽고 말지. 내 용의 이빨에 찢겨 죽고 말지…….”
피델리타스는 그 끔찍한 말에 경악해 비명을 질렀으나 풀 대령은 계속 지껄였다.
“내 눈앞에서 반역죄가 발생할 조짐을 보고도 모른 척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 나중에 내가 법정에 서서 아무것도 몰랐다며 푸념이나 늘어놓을 일은 없을 겁니다.”
“뭐, 이 빌어먹을 새끼가.”
그랜비도 칼을 뽑아들었다. 장교들은 편을 갈라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고 있던 챌로너와 승무원들이 그랜비 옆으로 달려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테메레르가 그 사이로 발톱을 넣으려 해도 불가능할 정도로 그들은 그랜비 옆에 바짝 붙었다.
“다들 뭐 하는 짓인가?”
로렌스의 고함 소리가 이토록 반가웠던 적이 없었다. 테메레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로렌스가 길을 따라 내려와 그들 앞에 섰다. 하지만 다음 순간 테메레르는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풀 대령이 어느새 로렌스 옆으로 다가가 로렌스의 목에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테메레르는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풀이 칼을 한 번만 밀어 넣어도 로렌스는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