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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소설론
· ISBN : 9788920002243
· 쪽수 : 310쪽
책 소개
목차
매혹魅惑된fascinated 사람들
험버트, 그의 해쓱한 빈손_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 잔물결 너머, 어두운 해일 같은 …17
- 험버트와 롤리타 이야기 …19
- 험버트, 그의 해쓱한 빈손 …27
- 미학의 극치를 향해 가는 ‘나보코프블루스’ …32
- 영화 <연인> …37
미조구치, 죽음에 이르는 아름다운 병_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 금각사 방화사건 …41
- 미조구치 이야기 …43
- 인간에 대한 색다른 탐구 …48
- 기이한 우국憂國의 길 …52
- 영화 <아마데우스 > …56
그 남자, 질투 혹은 집착의 화신_ 앙리 로브그리예의 『질투』
- 질투, 녹색 눈빛의 괴물 …61
- 그 남자와 그 아내 이야기 …63
- 격렬한 질투, 건조한 묘사 …68
- 누보로망과 누벨바그의 선두주자 …74
-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78
시마무라, 허무와 열정 사이에서_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 신화가 된 눈(雪)의 나라 …83
- 시마무라 이야기 …85
- 감각적인 일본미의 세계 …88
- ‘아름다운 일본’을 넘어 …92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97
유배流配된exiled 사람들
몰리나, 기품 있고 아름다운 거미 아니 게이_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 둔중한 여음을 남기는 소설 …103
- 몰리나와 발렌틴 이야기 …105
- “위대한 지식의 목소리”보다 위대한 것 …111
- 영화와 소설 사이 …117
- 영화 <해피 투게더> …121
슈호프, 그래도 살아야 할 하루_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양심의 심장이 멎기 전까지는 침묵할 수 없다 …125
- 이반 데니소비치 이야기 …127
- 빵 한 조각의 슬픔과 행복 …135
- 수용소를 넘어 세계에 던지는 질문 …138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142
수잔, 완벽하게 혼자라는 희열을 위하여_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 통속과 진실 사이 …147
- 수잔과 매튜 이야기 …149
- “19호실”에만 있는 것 …153
- 차별에 저항하는 시선 …157
- 영화 <디 아워스> …161
블랑쉬, 한없이 부서지는 삶_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극락 행 전차 …167
- 블랑쉬 이야기 …169
- 블랑쉬 vs 스탠리 …171
- 비극적 감성 연극 …175
- 영화 <태앙은 가득히> …179
나타나엘, 무의식에 내재한 파멸의 힘_ E. T. A. 호프만의 『모래사나이』
- 매혹과 공포의 이중주 …183
- 나타나엘과 클라라 이야기 …187
-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어두운 파멸의 힘 …193
- 낭만주의 환상문학의 대부 …197
- 영화 <빅 피쉬> …201
월경越境하는traverse 사람들
라일라, 진흙탕의 세계를 건너는 법_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
- 오 물고기여, 작은 황금물고기여! …207
- 라일라 이야기 …209
- 여성 영웅의 귀환 …213
-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행자의 기록 …216
- 영화 <나는, 인어공주> …220
T부인, 느림의 속도를 아는 사랑의 고수_ 밀란 쿤데라의 『느림』
-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225
- T부인과 젊은 기사 이야기 …227
- 욕망의 아취, 욕정의 속취 …233
- 즐거움을 위한 거대한 장난질 …237
- 영화 <비포 선라이즈> …242
방드르디, 문명의 얼굴 저편_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18세기의 로빈슨 크루소, 무인도를 개척하다 …247
- 방드르디와 크루소 이야기 …249
- ‘제국의 문명’에서 ‘자연’으로 …256
- 현대적 신화의 창조자 …258
- 영화 <아바타> …263
청년과 노인, 서로 등을 기댈 때_ 가오싱젠의 『버스정류장』
- 버스 혹은 고도Godot를 기다리며 …267
- 청년와 노인, 버스정류장 사람들 이야기 …270
- “서로 등을 기대요, 이렇게 하니 좀 따듯하네요.” …275
- 실험극과 리얼리즘 사이 …280
- 영화 <바그다드 카페> …284
싯다르타,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삶을 찾아_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 청춘의 동반자들 …289
- 싯다르타 이야기 …291
- 붓다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 붓다 …299
- 현대인의 정신적 스승 …303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307
책속에서
(『롤리타』 중에서)
롤, 리, 타, 롤리타, 이렇게 매혹적인 이름이 또 있을까?
작가 나보코프는 소설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齒를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전 세계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와 가장 비윤리적이며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소설 『롤리타』. ‘롤리타 신드롬’은 으레 어린 소녀를 향해 성적性的 동경을 품는 비정상적인 욕망을 뜻한다. 혹은 롤리타라는 이름을 접두어처럼 붙여 소녀를 성적인 이미지로 환기해 상업화시키는 불순한 이름처럼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소녀를 향한 성적인 욕망이나 환상, 혹은 남성을 끝내 파멸에 이르게 하는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롤리타의 핵심은 아니다. 이런 편견들은 소설 『롤리타』를 헤적이는 잔물결일 뿐, 이 소설은 그 물결 너머 바다가 품고 있는 어두운 해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중에서)
영화에서 알마시가 한순간도 손에서 놓지 않는 책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다. 알마시와 캐서린이 처음 대화를 나누며 교감을 시작한 순간에도, 고통받는 캐서린 옆에 자신의 분신처럼 가장 소중한 것을 놓아두는 순간에도, 끝내 캐서린의 차가운 몸뚱이를 끌어안고 알마시가 오열하는 동안에도, 전신이 뭉그러진 화상을 입은 알마시가 캐서린과의 사랑 이야기를 남기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마지막 순간에도, 그 책은 늘 함께 있다. 기원전 미지의 땅에 살던 인간 삶의 역사를 글의 지도로 썼던 헤로도토스, 위대한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였던 헤로도토스는 사하라 사막에 길을 내고 지도를 만들던 알마시의 멘토였다.
인간의 욕망 같은 사막과 그곳의 사람들, 그들의 사랑과 질투는 절망이 되고 격렬한 증오가 되고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된다. 사랑이 격정으로 치달아가는 순간 알마시는 캐서린에게 묻는다.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요?”
“지금이요.”
“가장 불행했던 때는?”
“지금이죠.”
사랑, 그것은 광활하고 황량한 사하라 사막에서 길을 찾아 지도를 만드는 일, 어둠속에서도 명멸하는 불빛에 비춰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미지의 땅에서 인간의 숨과 삶의 결을 찾아 글로 쓰는 일과 흡사한 인간의 역사일 것이다.
(『싯다르타』 중에서)
한스 기벤라트, 싱클레어, 데미안, 나르치스, 골드문트, 크눌프, 싯다르타, 모두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소리 내어 이 이름들을 부르면 청춘의 꿈과 좌절에 얽힌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이야기가 되살아날 것만 같다. 한국에 소개된 외국 작가 중에서 헤르만 헤세만큼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이도 없을 것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라든가, “모든 인간의 생활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길이며 시도이다”와 같은 명구는 헤세의 이름과 함께 독자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헤세의 작품을 읽으며 청춘을 보내고, 헤세의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의 작품들은 인간의 개성이나 자아의 옹호이자 절규라고 볼 수 있다”라고 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헤세의 작품은 대부분 한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