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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25510125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07-06-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생(生)은 매순간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성에에 새긴 이름
나를 방생해준 자연
내 마음의 발가락
"저기 캔버스가 있다"
요나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까닭은
나의 오른손
안식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라라야, 안녕
오전 11시 23분
생애 가장 긴 순간
잃어버린 시계
감사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이 많이 오는 산이었다. ... 밤은 낮에 비해서 고요하고 차분했다. 바람 부는 소리만 슬쩍 지나갈 뿐. 낙석이나 낙빙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잠잠해진 위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떠한 상태도 영원하지 않고, 영원한 현상은 변화뿐이다. 안전한 상태 역시 그렇다. 새로운 위기는 발 아래서 찾아왔다. 산에선 어제 내린 눈이 얼어붙은 위로, 새로 내린 눈이 뒤따라 언다. 새로 언 눈은 널찍한 판처럼 되고, 거기를 선등자가 밝고 가면 발자국을 다라 판이 잘리게 된다. 잘린 아랫부분이 언제든 떠내려갈 가능성이 잠복하는 것이다. 판 형상의 눈사태ㅡ판상 눈사태의 가능성이.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리석다. 내 발아래서도 그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못하다니. 숱한 알피니스트들이 거기 휩쓸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갔는데.
형의 헤드 랜턴이 비탈을 저만큼 앞서서 가로질렀다. 내가 뒤이어 그 사면에 올라서는 순간, 와그르를, 발아래서부터 폭음이 솟구쳤다. 나는 순식간에 넘어졌다. 그리고 어쩌지도 못할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눈 쌓인 얼음판이 몸 아래 있었다. 그게 비탈을 따라 급속도로 미끄러졌다. 차라리 추락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아, 이렇게 끝나고 마는 구나.'
- 본문 182~183쪽,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