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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25557519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15-10-23
책 소개
목차
개정판 작가의 말
초판 작가의 말 : 생生은 매 순간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해바라기
성에에 새긴 이름
내 마음의 발가락
나의 오른손
"저기 캔버스가 있다."
집으로 가는 길
하늘로 난 길
라라야, 안녕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나를 방생해준 자연
순간마다 피는 꽃
감사의 말
작가 후기 :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성에에 새긴 이름>
몇 초 후 그녀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서이말 등대 남동쪽 12킬로미터, 오전 9시 48분이었다. 몸이 휘청거린 순간, 조타실 내부의 모든 윤곽이 이중 삼중으로 흔들렸다. 시커먼 연기가 거세고 빠르게 조타실 앞창을 때리고 가렸다. 선교가 거대한 연기에 휩싸였다. 조타실 전원이 나갔고 캄캄한 방에 역하고 매캐한 연기가 들어찼다. 바닥이 급하게 기울어 그녀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손으로 붙잡을 곳을 찾았다. 몇 초 전 갑판을 찢고 폭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쇠를 찢고 날려버리는 폭음이었다. 바로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아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내 마음의 발가락>
인생의 열정 가운데는 불가해한 것들이 있다. 금지된 열애와 같은 것. 소년 시절의 꿈은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그것이 있기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꿈은 생명을 지피는 불과 같다. 아무리 현명한 분별력도 소용 없다. 비현실적이고, 실용성이라곤 없는 맹목. 오로지 이 열정만으로 인생을 사는 것은 어리석고 불가능하지만, 한 시기도 그런 게 없는 삶은 또 얼마나 비루하고 나른한가.
<저기 캔버스가 있다>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해답의 열쇠는 자기가 쥐고 있다. 인생의 벽에는 흐릿하고 불분명한 것들이 벽돌로 꽂혀 있다. 워낙 사적이고 미묘한 것들이어서 남들이 알아보고 설명해줄 수는 없다. 자신이 더듬고 두드리고 마침내 남에게 가르쳐줄 만큼 깨달았을 때 벽에 숨겨진 문을 찾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