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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2851753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5-07-15
책 소개
★ 제주 시골 마을에 살며 자연에게 배운 5년간의 기록!
★ 시적 산문의 진수를 읽는다!
★ 흙에서 꺼낸 초록 이야기 마음의 위로!
▶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문태준 시인의 신작 산문집의 백미는 뛰어난 시적 문장과 함께 노동 속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짓는 자연의 시들을 읽는 묘미다. 제주 시골 마을에 집을 짓고 돌담을 쌓고 밭을 일구며 다섯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동안 그는 풀의 시인, 농부 시인으로 거듭났다.
손에는 어느덧 호미를 쥐고 있었다. 농사 일지를 들춰보며 시월에는 쪽파와 대파, 배추 모종을 심었다고 기록하고 십일월 초에는 보리나 유채 씨앗을 뿌릴 때라고 적기도 한다. 지렁이가 많은 오래된 밭의 이름을 ‘구구전(蚯蚯田)’으로 지었다. 뜻은 한자 그대로 지렁이 밭이라는 의미로, ‘오! 지렁이, 지렁이!’라는 감탄이 들어 있다.
텃밭에 들어가 있으면 정말이지 흙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드라마틱한지를 잘 느끼게 된다.
자연의 주체들을 보다 가까이 접촉하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다. 자연의 오묘한 변화를 감각하는 일은 우리의 생활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자극을 얻으려면 우리도 자연을 이루는 주체들의 변화를 자세히 보아야 한다
산비둘기가 울고, 뻐꾸기가 이어서 울고, 옥수수가 익어가고, 수박 넝쿨이 땅을 기어가고, 해바라기의 키가 커가고, 대낮의 시간이 길어지고, 목에 두른 수건이 흠뻑 젖어 있으니, 이즈음을 여름의 얼굴이 설핏설핏 보이는 때라고 해야겠다
- 〈여름의 얼굴이 설핏 보이는 때〉 중에서
흙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드라마틱한 일들을 시인은 손으로 직접 만지며 여름 얼굴의 진면목을 본다. 제주의 사계절 내내 생명이 움트고, 자라고, 꽃을 피우고, 낙화하는 모습들을 보며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신비로운 생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농부일지에 쓴다.
꽃의 개화를 보면서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내 마음에 무량한 평온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꽃과 꽃의 개화가 곧 나의 모습이요, 성품이기도 한 셈이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골의 자연 속에서 살면서, 또 화단을 가꾸고,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내가 생명 존재들과 관계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 〈내 마음에 작약꽃 피어나네〉 중에서
시인은 그 생명들이 연결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마음의 평화에만 머물지 않고,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땅에 무릎을 꿇고 잡초를 뽑아내는 일은 마치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것과 같고 매일 잡초를 뽑는 육체적인 노동이 정신을 건강히 버티게 해준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시인은 풀을 뽑으면서도 끝없이 내면을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풀밭의 환경을 비유한다.
풀을 뽑고 풀을 베어내 풀밭에서 나오려고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풀을 뽑고 풀을 베면서 풀밭에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풀밭의 비유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있는 삶의 조건이자, 삶의 환경일 것이다. 이 풀밭은 우리가 생활하는 곳이고, 또 우리가 살아갈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곳은 어지럽고 두렵고 피곤과 피로를 일으키는 곳이지만, 또 어느 때에는 잘 정돈되어 있고, 풀꽃과 같은 쾌감의 꽃을 선물하고, 노동의 대가가 반드시 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풀밭이라는 이 삶의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 이 풀밭을 우리의 가족이라고 불러도 좋고, 직장이라고 불러도 좋고, 모임이라도 불러도 좋고, 아주 개인적인 ‘나’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해가 바뀌어도 풀밭은 여전히 그곳에 있고, 또 우리는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살아갈 것이다.
- 〈풀을 뽑으며 살고 있습니다〉 중에서
문학적 통찰력, 자연을 관조하는 깊이 있는 사고와 사유의 힘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풍성하게 만들고 상상하게 한다. 특히 본문 중간중간 시인이 자연을 실천하며 그 속에서 얻어지는 시들을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최근 시인의 지순한 시적 체험이 어디서 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시적 문장의 진수를 읽는다!
두 손바닥을 오목하게 모은 듯한 모양으로 작약꽃은 피어서 그 안쪽에 아주 밝은 빛을 담고 있었다. 작약꽃은 성당 같았고, 절 같았다. 맑고 화사한 마음이 그 꽃 속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완성해야 할 마음씨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 〈작약꽃은 성당 같고 절 같고〉 중에서
먼 곳의 절에서 들려오는 범종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 세계가 큰 종소리의 내부에 있는 것만 같다. 종소리는 인자한 할머니의 말씀 같다. 종소리는 옆집 이웃이 파 놓은 연못의 바닥에 고이고, 마른 수풀과 고단한 사람들의 잠을 덮고, 수척한 얼굴을 쓰다듬고, 내 집 지붕으로 넘어와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렸다 낙숫물처럼 떨어져 흐르고, 그림자 없이 마당을 천천히 거닐고, 청록의 비늘이 촘촘한 측백나무에 서고, 어리숙한 나를 흔들고 흔들고, 오죽의 잎사귀 한 잎 한 잎에 지나간다.
- 〈설한풍을 마주하며〉 중에서
문태준만의 전통적 서정성을 시적 문장으로 승화한 이번 산문집은 이야기의 논리적 구조와 전개 속에서도 절제된 언어로 시의 이미지와 상징을 사용하여, 감정의 깊은 울림과 공간감의 매혹을 안겨준다. 밝은 빛을 담고 있는 작약꽃 안쪽에서 성당 같고, 절 같은, 고요함과 성스러움을 보며 그것이 우리가 완성해야 할 마음씨와 모습이라고 쓴다.
시인은 눈보라가 굶주린 산짐승처럼 혹은 벌 떼처럼 몰아치는 혹독한 제주의 바람을 묘사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가 그처럼 느리고 그처럼 신중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시인이 깨어난 새벽,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절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자연과 어우러지는 상상력과 비유는 마치 이 세계가 하나의 울림 안쪽에서 존재하는 것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감각적 이미지의 문장구조와 시적 상상력이 펼쳐내는 문태준 시인의 녹색서! 천천히 오래 읽어도 좋을 그가 발견한 자연의 가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제공해 준다.
▶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를 사는 일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는 여름부터 시작하여 가을, 겨울, 봄, 시인이 자연과 오롯이 맞닥뜨린 사계절을 담으며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제주의 사계절 모두가 치열하다고 말한다. 봄은 찬연하고 여름은 우레가 몰아치는 삶 같고 가을은 공활하게 아름답고 겨울은 산짐승이 눈 속에 남기고 간 발자국처럼 처연하지만 그것이 자연의 조화이고 나름 그 계절들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를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라봉 열매는 각각 다른 높이에 달려 있다. 낮은 가지에, 서쪽 가지에, 안쪽에, 나무의 꼭대기에 각각 달려 있다. 나는 그 각각의 다른 높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 높이를 한라봉 열매가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라고 부른다. 한라봉 열매는 각각의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에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열매가 더 높은 곳에 열렸다고 해서 그것이 더 좋은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각각의 높이에서 제각각의 열매들은 나름으로 열심히 달콤함을 채우면서 좋은 열매로 익어가는 것일 뿐이다.
-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 중에서
▶ 마음의 평화로운 내면을 찾아가는 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헤르만 헤세, 게리 스나이더, 야마오 센세이……. 당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모두 문명을 버리고 자연 속으로 들어간 시인들이다. 그리고 동양철학 사상과 불교철학에 심취한 지식인들이기도 하다. 본문에도 자주 인용되는 이들의 삶처럼 문태준 시인은 마음을 살피고 다스리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30년 넘게 불교방송에서 몸을 담고 일해온 시인은 자신이 공부했던 불교사상, 고승들의 삶, 그리고 작고 느슨하고 단순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공부들을 이 책에서 자주 전한다.
한 해를 살면서 무엇에든 반 발짝 뒤로 물러섰다는 생각은 든다. 격렬한 감정으로부터, 악착을 부리며 더 쥐려는 욕망으로부터, 험한 언어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부터, 이미 벌어졌거나 일어난 일들로부터, 음식과 옷으로부터, 융숭한 대접과 칭찬으로부터, 홀대와 비난으로부터, 수확한 것의 적고 많음으로부터 반 발짝 뒤로 물러선 느낌이다.
- 〈끝자락에서 돌이켜 생각함〉 중에서
올해 내내 내 마음에 분노가 적었다는 것에 대해 크게 만족한다. 작년보다 화내는 일이 적었고, 화내는
일이 무용하다는 것을 점차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화가 날 때에도 화가 생겨났다는 것을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어쩌면 나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언 호수의 수면 아래서 발견한 평온한 내면의 거실이 내 내면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호수의 얼음 아래에 있는 차분하고 한결같은 내면의 거실〉 중에서
그리하여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호수 깊은 곳에 있는 평온한 내면을 찾아가고 발견하려 한다. 꽃 안쪽에서 피어나는 환한 빛이 성당 같고 절 같다고 느끼며 그 꽃의 평온한 거실에 머물며 우리가 배우고 도달해야 할 마음을 이 책에 이렇게 쓴다.
꽃은 험담을 할 줄 모르고, 꽃은 불평이 없고, 꽃은 분노가 없다.
연한 꽃잎이 수줍은 듯이 피어 있다. 그 꽃 앞에 내가 앉고, 식구가 앉고, 찾아온 손님이 앉고, 나비가 앉고, 시간이 앉는다.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기운을 받는다. 꽃이 환하니 사람도 환하고 세상도 환하다. 서러운 일은 잊을 수 있다.
- 〈꽃은 험담할 줄 모르고〉 중에서
목차
들어가는 글•6
여름: 여름 정원에 은하 같은 수국은 피어
소나기가 지나가는 시간•21
풀을 뽑으며 살고 있습니다•24
꽃은 험담할 줄 모르고•26
우리의 삶에 우레가 지나가더라도•28
풀벌레 우는 밤이 들어오는 집•31
어리숙하여 얻는 것•34
초여름의 싱싱한 일상을 주세요•39
큰 더위의 시간•43
푸른 비와 맹꽁이 울음소리•47
여름의 얼굴이 설핏 보이는 때•49
기억을 적어둔 페이지•53
바람이 세게 불 때에 억센 풀을 안다•55
빨랫줄을 걸어 놓고•56
말과 글에 깃든 빛깔과 향기•58
호미•62
어린이니까 사랑하는 것이다•64
수평선•65
보슬비 올 때에 정원에서•67
문득 나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68
연꽃 연못•70
섬•72
두 대의 자전거•73
초대받은 손님처럼•75
개복숭아나무•77
내 터졌다•79
모종과 씨앗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81
돌담과 푸릇푸릇한 이끼•83
여름날의 각별한 장면•85
나는 흙과 돌과 숲과 내게로 물러나네•87
여름의 끝자락에서•91
가을: 가지마다 자줏빛 무화과 조롱조롱 맺혀 있고
우리에겐 서로 나눌 열매가 충분히 남아 있다•95
까맣게 그을린 두 얼굴•99
들녘의 기록•102
연못이 품은 세계•103
나의 생활이 의지하고 있는 것들•104
사치와 고요와 흥취의 찰나•105
돌을 피하고서•106
고맙거나 미안하거나•108
조용한 만남•112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114
내 몸과 마음의 안팎을 돌보는 일•115
가을 새벽 빗소리가 깨운 것들•117
옹색함에 대하여•120
영역 너머로•121
칸나•123
얼굴이 가려지지 않도록•126
가을과 흰 그늘과 고흐•128
사람의 뿌리도 이래야 해•134
향유가 다시 돌아오거든•136
가을이 담긴 무화과나무•138
귤빛으로 물드는 계절•141
이웃집 개•143
정원의 시간•145
작은 가을 정원을 가꾸며 배우는 일•147
할머니는 비료 포대를 끌고 다니며•150
이제 때가 되었네•151
가을 안쪽에서 만난 가을의 끝•153
낙엽을 쓸며•156
겨울: 눈보라에도 살얼음 같은 발자국 남기고
겨울에도 경작하면 봄처럼 재배할 수 있다•161
스스로 기뻐하는 높이•164
첫눈•166
햇살 아래•167
눈사람의 시간•168
괜히 했던 말•171
푸른 댓잎 신우대•172
환한 세상에서 살다 가야 해•175
첫 보름달•179
고요를 얻는 시간•180
설한풍을 마주하며•185
팥죽•188
겨울바람의 목소리들•189
유자 향기•190
새 달력을 받고•191
세 알의 생이밥•193
마음에도 새로운 풀이 돋아나길•194
맑고 향기로운 것들•196
자신만의 꽃에 들어있는 꿀을 찾아서•199
마른 꽃 마른 잎•202
호수의 얼음 아래에 있는 차분하고 한결같은 내면의 거실•204
싸락눈 내리는 겨울밤•207
흰빛과 겨울 정원•208
미미하지만 때로는 바위보다 무거운•211
추사의 귀양살이•213
붉은 동백꽃의 시간•217
폭설의 시간을 살며•218
끝자락에서 돌이켜 생각함•220
봄: 오목하게 모은 손바닥에 고인 밝은 빛처럼
얇은 얼음 아래의 봄•223
무화과나무 가지에 새순이•226
봄눈과 봄볕•228
할머니의 봄 냉이•231
여우비 스며든 봄의 그늘에•233
입춘 풍경•236
텃밭 구구전•237
삶과 죽음이 물과 얼음 같으니•240
일곱 밤을 재우세요•242
객토•243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244
모르는 사이에 피어난 해바라기•246
노란 복수초 같은 목소리•248
노부부의 식당•249
금은처럼 반짝이는 일상의 음악•251
잡다한 생각을 끊는 법•255
백발까지 함께 걸을 사랑이라면•256
낙화 눈보라•260
돌에 물을 뿌려요•261
멀리 나가고 싶지 않아요•263
듣기 좋은 말만 해요•264
백 걸음에 아홉 번 꺾인 길•266
작약꽃은 성당 같고 절 같고•268
세 가지 결심•271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273
더 열심히 웃어야겠다•274
정원과 석류 화분•278
내 마음에 작약꽃 피어나네•282
툇마루 예찬•284
돌•286
그때 들었던 조언을 더 오래 기억했더라면•28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너무 상황이 나쁘다고 여기지도 말고, 이만하면 됐다고, 그럼 됐다고, 그런 일도 있으려니 생각할 일이다. 지루한 장마의 때를 살면서도 젖은 것은 젖은 대로 보고, 마른 것은 마른 대로 볼 일이다. 우리의 삶에 더 큰 우레가 지나가더라도.
<우리의 삶에 우레가 지나가더라도>
쌓은 돌담에 이끼가 생겨나는 것을 바라보거나 화단의 축축한 흙에 이끼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삶의 시간도 저처럼 자라고, 흐르고, 쌓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돌담과 푸릇푸릇한 이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