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연애로그

젠은 복도에 우뚝 서버렸다. 엘리베이터 옆의 작은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것은 분명히 베르너였다. 그가 어떻게든 찾아와 주기를 바랐던 마음은 그날 그의 아파트를 떠나면서 죽었다고 생각했다. 베르너가 리앤 안으로 파고드는 흐릿한 영상은 그가 그동안 리앤과 함께 그녀를 농락했음을 증명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못 박힌 채로 서 있던 젠은 그를 어떻게든 믿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도 리앤에게 깊게 키스하는 그를 보는 동안 함께 죽어버렸다.
죽고 싶은 모멸감, 그리고 증오. 그런 마음을 남기는 것마저 그에게 너무 많이 허락하는 것 같아 다음에 만나면 활짝 웃어주리라 다짐했다. '너 누구니? 난 너 모르겠어.' 그렇게 말해 주리라 굳게 마음먹었는데, 막상 그곳에 앉아 있는 그를 보자 젠은 정신이 어찔해짐을 느꼈다.
'기억해.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이용했던 거야. 장난 쳤던 거야.'
"젠..."
그가 한 걸음씩 다가오자 젠은 걸음을 빨리해 못 본 척 그를 지나쳐 버리려 했다. 그를 피해 가는 것 따위 보여주지 않을 터였다. 너 같은 거 이젠 보이지도 않는다고 그렇게 무시해 버릴 작정이었다.
"젠..."
그의 목소리에 가슴이 급하게 저려왔다. 눈이 뜨거워지려는 것을 애써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며 그를 지나치려고 했다.
"젠, 나야." - 본문 28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