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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25513508
· 쪽수 : 368쪽
목차
작가서언
제1몽 붉은 누리
제2몽 코를 찌르는 장미, 장미꽃 향기
제3몽 물갈퀴가 달린 조상들
제4몽 복수기
제5몽 곧 돌아올 작은고모
제6몽 늪지대를 가로지르는 망아지
작품해설 : 띠풀 먹는 가족의 유구한 독백
책속에서
누리가 이동해 강 북쪽에 도착했을 때, 빠라 사당 앞에는 향에서 나는 연기맛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둥그스름한 한 타래의 새털구름이 다시 바다 위에서 상승하더니, 풀 먹는 가족의 공중 위로 표류했다. 갓 자라 털이 보송보송한 풀잎 같은 구름군단이 헛되이 갈망하고 시련을 겪으며 심지어 초췌해진 대지를 몹시 가련하게 여기며 두리번거렸다. 늪지대 안에서 하염없이 울어대는 소리가 더없이 처참하게 들렸는데, 축축하게 습기찬 피비린내가 격동하는 바람이 바다 위에서 불어와 생기 없이 메말라버린 식물과 찰찰 충돌했다. 넷째 할머니의 시체와 땜장이의 시체, 당나귀의 시체, 그리고 그 아름답던 병사들의 시체 모두를 마을 사람들이 늪지대 안에 옮겨놓았다. 홍수림처럼 키가 크고 큼직한 일 년생 초본식물의 음습한 그늘 아래 성긴 틈 사이로 그들을 내버려두었다.
... 음침하고 으스스한 바람이 마음속 깊숙이 근심을 갈무리하고 끝없이 억누르고 있는 인간들의 너덜너덜해진 저고리와 메말라버린 잡초 비슷한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의기양양하게 흩날리던 붉은 먼지는 뿌옇게 건조해진 얼굴로 가득 떨어져 내렸다. 붉은 피 같은 구름이 한군데로 쏠려 층운을 이룬 뒤 천둥이 번쩍이며 꽝 소리를 냈다. 미친 듯이 빠르게 달려오는 은뱀이나 번쩍번쩍 빛나는 불꽃처럼 거무죽죽한 새가 하늘을 갈라놓더니,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벌벌 떨다가 하늘에 도안을 그렸다. 군중은 당황해 걸음을 멈추었고, 붉은 광채가 돌던 얼굴은 너부데데하고 지리멸렬하게 가물거렸으며, 붉은 광채가 번쩍거리는 눈이 푸르게 변했다. 분노한 번개가 소리를 낼 때 사람들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엎드려 다 같이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더듬었다. 우물거리는 소리가 비쩍 말라 갈라 터진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와 하나로 융합되더니, 하느님과 직접 대화를 했다. - 1권 본문 194~19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