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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6626183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소설의 밖에서
1부 붉은 수수, 그 고향은 어떻게 내 소설이 되었는가?
고향을 뛰어넘자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와 그 황금시대
나의 대학 경험
나도 이러한 소설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다
『붉은 수수 가족』의 운명
낡은 ‘창작담’ 비판
내가 본 작가 아청
풀, 나무, 벌레, 물고기
부엌의 구경꾼
사진을 찍은 이야기
홍수와 황소개구리
노래할 줄 아는 담장
2부 삶을 질투하지 않는 문학, 문학을 질투하지 않는 삶
먹는 일 세 가지 이야기
초 패왕과 전쟁
기이한 봉우리를 죄 찾아 밑그림으로 삼다
달빛은 물처럼 검은 옷을 비추누나
개 이야기 세 편
전에 머물던 곳을 다시 돌아보니
‘국가 애도일’에 일어난 조그만 일 두 가지
예전의 설날
말발굽
말馬의 말
그림 밖의 목소리
전쟁문학에 대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당대문학 자유 토크
충웨이시 선생 이야기
악을 알아야 선하게 될 수 있다
마오 주석이 돌아가신 날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고향의 체험, 고향의 풍경, 고향의 전설 등은 어떤 작가라도 모두 벗어나기 어려운 꿈나라이지만, 이 꿈나라를 소설로 바꾸려면 필연적으로 이 꿈나라에 사상을 부여해야 한다. 이 사상적 수준의 높낮이가 당신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이를 결정한다. 여기에는 진보와 낙후의 구분이 없다. 단지 깊고 얕은 차이만 있다. 고향을 뛰어넘기는 무엇보다 먼저 사상적으로 뛰어넘기를 해야 하며, 혹자는 철학적 초월이라고 말한다. 이 철학이란 신비한 빛발이 어느 운 좋은 머리 위를 비출지 모르지만, 운 좋은 머리가 되기 위하여 나와 나의 동료들이 똑같은 노력을 들여 기도하고 또 기대하고 있다.
_「고향을 뛰어넘자」 중에서
왜 이러한 역사를 쓰고 전쟁을 쓴 소설이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켰는가? 나는 이 작품이 당시 중국 사람의 공통적인 심리상태를 딱 맞추어 표현한 데 있다고 여긴다. 개인의 자유가 오랫동안 억압을 받은 뒤에 『붉은 수수 가족』이 대담하게 생각하고 대담하게 말하고 대담하게 개성해방의 정신을 퍼뜨렸다. 하지만 나는 당시에 이 창작의 사회적 의미를 결코 의식하지 못하였고, 사람들에게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만약 요즘 『붉은 수수 가족』을 쓴다면, 몇 배는 더 ‘야’하게 써도 무슨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요즘 독자가 안 읽어본 것도 있나? 그래서 사람마다 나름의 운명을 가진 것처럼 작품도 모두 나름의 운명을 갖는다. 『붉은 수수 가족』은 아주 좋은 운명을 가졌고 행운의 신이 비춰준 소설이다.
_「『붉은 수수 가족』의 운명」 중에서
바닷속의 물고기는 나에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많고 많은 지난 일을 떠올리게 한다. 고등어 떼가 올 때는 늦은 겨울과 이른 봄 무렵이다. 어머니가 고등어가 싱싱한가 아닌가를 알려면 녀석들의 눈을 잘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녀석들의 눈이 피가 스며든 것처럼 붉으면 싱싱한 것이고, 만약 눈이 붉지 않으면 싱싱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한 해에 생선을 몇 차례 먹을 수 없었다. 매번 어머니가 생선을 다듬는 것을 구경할 때마다 어머니가 나에게 생선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었다. 어머니가 말한 것도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당시에는 생선이 아주 많았던 듯하다. 4월에 싱싱한 갈치가 시장에 나오면,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너희 외할머니 집 대문 앞 큰 길거리는 전부 은백색이었지. 전부 생선이었어. 갈치가 얼마나 넓고 두툼한지, 솥단지에 넣고 지지면 지글지글 기름을 내뿜었지.”
_「부엌의 구경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