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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5514628
· 쪽수 : 274쪽
· 출판일 : 2007-11-23
책 소개
목차
폭염이 몰려왔다
김해공항에 내려 담배 두 대를 피웠다
마리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태양이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개미 같은 빗물이 창문에 붙어 꿈틀거렸다
늦게까지 잠을 잤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 사람들은
대개 비정하거나 비장한 뭔가를 품기 마련이다
베란다에 발을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다가
다리에 힘을 주면 아파트가 기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먹을 건 있소?
마리가 부엌에서 정어리 조림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차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를 달렸다
스쿠터가 달려왔다
부식 가게 여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공터의 어둠을 이끌고 그가 왔다
이제 어떻게 하지?
마리가 신부 곁에 누웠다
하수도 공사장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해설 - 모방 욕망의 고현학 / 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든 난관을 막을 길이 없었다. 힘이 빠졌다. 이성과, 타인과, 시대와, 시뮬레이션이 아닌, 자신과 자신의 싸움은 이렇듯 쉽게 육체를 지치게 했다. 그것은 노동으로 지친 영혼의 가련함과 견주어 말할 차원이 아니었다. 내 안에 두껍게 자리 잡았던 불안, 이제 그 에너지가 다 소진하여 먼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바다 깊은 곳에 박혀 있다가 수천 년간 작은 고기의 콧잔등에 묻어 빛을 본 돌이 파도에 밀려 모래사장에 던져지고, 누군가 그것을 엉덩이에 묻혀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떨어뜨린 뒤 발바닥에도, 간혹 침대 위에서도 묻어 있는 먼지! 몇천년 전, 바다에 표류하다가 갈치 떼에 뜯겨 죽은 한 인간의 마지막 혼불일 수도 있고 공룡의 뼈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아는 어느 영웅의 발톱일 수도 있는 것들! 그런 먼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 나는 허공에 가볍게 떠 있었다. - 본문 210~21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