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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530680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08-11-25
책 소개
목차
제1장 파란 지붕 집
제2장 시골 생활
제3장 패닉 장애
제5장 피와 콩
제6장 언니의 방문
제7장 다섯 번째 선반
리뷰
책속에서
“솔직히 성공하고 싶어.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돈도 벌고 싶어. 그런 생각으로 일해 왔어. 그렇지만 그것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건 이제 무리일지 몰라. 계속 달릴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난 할 수 없다는 걸 겨우 깨달았어.”
“그렇다면 쉬고 싶은 만큼 쉬면 돼.”
데짱은 손을 뻗어 내 앞머리를 부드럽게 만졌다. 오른쪽으로 했다가 왼쪽으로 했다가 역시 오른쪽으로 되돌린다.
“이쪽으로 하는 게 더 어울리네.”
“그런가?”
“응, 도모코는 왼쪽 이마를 보이는 게 예쁘니까.”
그런 찬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는 데짱이 너무너무 좋다. - 본문 17쪽, '제1장 파란 지붕 집' 중에서
똑똑 기름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여러 소리가 들리는 부엌의 분주함 속에서 오직 데짱만이 아무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데짱이 프라이팬을 난로에 다시 가져가더니 내 쪽을 보았다.
“도모코, 수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먹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업주부를 하게 해준 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만약 생활이 빠듯해지면 이번엔 내가 일할 테니까. 도모코가 먹여준 만큼 나도 먹여줄게.”
무척 진지한 얼굴로 의리 있게 말해서 약간은 겸연쩍었다.
“통장이 바닥나면 부탁해.”
“오케이, 걱정 마.”
‘수고 하셨습니다.’ 역시나 정색을 한 채 공손하게 말하고 데짱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남자한테 이렇게까지 공손하게 인사를 받는 일, 태어나서 처음일지 모른다. 그래서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얼굴을 든 그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 본문 23쪽, '제1장 파란 지붕 집' 중에서
인생은 예측불가능하다. 데짱과의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결혼을 할지도 모르고 안 할지도 모른다. 일을 할지도 모른다. 안 할지도 모른다. 여러 길이 내 앞에 있고 어떤 길을 걸을지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다. 그것이 겁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언젠가 언니와 전화로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무한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이미 많이 제한되어 버렸지만 우리에게도 아직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것이 꼭 좋은 일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 울고 싶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저주하는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인생에는 때론 멋진 순간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 본문 274쪽, '제5장 다섯 번째 선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