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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25536712
· 쪽수 : 556쪽
· 출판일 : 2010-03-1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처럼 어둡고 우울한 순간에는 어쩌다 자신의 삶이 이렇게 비뚤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더 고약한 것은 앞으로 얼마나 더 비뚤어질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결기를 품고 다른 인가들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이 과연 정상일까, 하고 랩은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것이 그가 지닌 문제의 핵심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은 케네디에게 농담 삼아 “다른 사람들은 몇 살이 되기 전에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싶다거나, 중국 여행을 하고 싶다거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따위의 소망이 있는데, 내겐 그런 것들이 없어요. 그 대신 나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파라 하루트와 라피크 아지즈를 죽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죠. 이게 건전한 소망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한 적도 있었다.
농담하고 껄껄 웃는 것이야말로 랩에게는 최상의 치료약이었다. 유머가 없으면 결코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임무를 수행할 때는 긴장을 약간 풀고 있어야만 한다. 시계태엽처럼 너무 팽팽하게 죄고 있다간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그는 모든 각도에서 자신의 위치를 살펴보았고, 그것이 도덕적이고 정의롭다고 믿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을 사냥하는 사냥꾼은 그 자신도 파괴된다는 사실이었다. 랩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정상적인 사회와의 단절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테러범들과 절대 협상하지 않습니다, 장관님. 그냥 죽여 버려요.” 그는 두 손으로 연설대 양쪽 모서리를 잡고 테이블을 내려다보며 다시 말했다. “나는 그들을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 버립니다.”
“좋아요, 크루즈 씨. 이 테러범들을 죽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당신에게 꼭 연락하죠. 그때까진 당신 자리로 돌아가서 조용히 앉아 주시겠어요? 우린 당면한 일을 시급히 처리해야 하니까요.”
“베이루트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장관님?” 랩은 여자의 반응을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말했다. “아마 없으시겠죠. 혹 궁금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라피크 아지즈가 바로 거기 출신입니다. 이란은 어떻습니까? 거긴 가보셨나요?” 랩은 1초도 기다리지 않고 제 입으로 냉큼 대답했다. “아마 없겠죠. 난 어젯밤 이란이 있었습니다. 혹시 페르시아어나 이란의 방언들을 접해 보신 적 있습니까?” 랩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역시 없으시겠죠. 무슬림 신앙이나 성전은 어떻습니까? 라피크 아지즈와 그 국민들의 관습은 이해하고 계신가요?”
튜트윌러가 화난 표정으로 물었다. “말하고 싶은 요지가 뭐죠?”
“내 말의 요지는 당신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자에 대해 눈곱만큼도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토크쇼 따위에 나가 수사기관들이나 비난하고 돌아다닐 때 나는 라피크 아지즈를 찾아 중동의 지옥 같은 구덩이 속을 기어다녔어요.” 랩은 그녀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고함을 질렀다. “이봐요, 장관님! 이건 게임이 아니에요! 누가 박사냐, 누가 계급이 가장 높으냐의 문제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죽었어요. 이 일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겁니다.”
랩은 MP-10을 밀실 구석에 세워놓고 소음기를 부착한 9밀리 구경 베레타를 뽑아들었다. 그리곤 권총을 지그시 응시했다. 분노가 끓어올라 주먹으로 벽이라도 뚫고 싶은 기분이었다. 진정해, 하고 그는 자신을 달랬다. 지나친 분노는 판단력을 흐린다. 그렇지만 랩은 남의 것을 함부로 빼앗는 깡패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짐승처럼 구는 인간쓰레기들을 아주 싫어했다.
랩의 마음은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었다. 저쪽 방에 있는 여자는 누군가의 딸인 동시에 누군가의 아내이거나 어떤 아이의 엄마일 수도 있다. 랩은 방탄 장치가 된 안전한 밀실 안에 앉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죽어도 모르는 체할 수가 없었다. 랩은 무광택 검정색 단검을 뽑아들었다. 왼손에 든 단검과 오른손에 든 권총을 바라보며 그는 잠시 망설였다. 애덤스는 혀끝으로 마른 입술을 핥은 뒤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랩은 곁눈으로 애덤스를 힐끗 보고나서 말했다. “나가서 저 쓰레기를 해치울 거예요. 그래선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