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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달

물속의 달

백문현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11-04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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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달

책 정보

· 제목 : 물속의 달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5545073
· 쪽수 : 280쪽

책 소개

문학을 꿈꾸었으나 그 길로 가기 힘든 상황에서 태어난 한 문학도의 작품집. 광부로 간호사로 인력 수출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전쟁 직후 시골의 모습, 그것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 그 후로 변하는 세대의 기록들이 차례로 실려 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와 그 속의 다양한 군상들을 아기자기하게 그린 소설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목차

1장. 설레임
비 그리고 여운 / 틈새로 스며든 바람 / 미망(迷妄) / 삼십 년만의 전화 / 내려가되 돌지 말고 / 내가 미쳐, 미쳐! / 아, 우리들의 광대 / 파장골 풍경

2장. 끌림
포근해서 좋은날 / 연둣빛 넥타이 / 인생, 새옹지마 / 어느 한가위 풍경 / 어버이날에 부쳐 / 심심풀이 땅콩 / 인생 길동무 / 어느 팔순잔치 소묘 / 오랜만에 엄마의 아들이 되었다 / 아름다운 마무리 / 인연을 셈하며 / 우리 할아버지가 최고 / 삼대

3장. 어울림
새날이 밝았다 / 학의천을 걸으며 / 겨울 새벽 / 산, 산, 산 / 지하철 군상 / 옛날의 금잔디 / 내 벗은 시골에 산다 / 너나 잘해 / 우리 먼 훗날 / 墓地에서

저자소개

백문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인생에 대한 깊은 사유와 자신을 성찰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와의 재혼’도 그 가운데 생각해낸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걷기를 좋아하며 책 읽다가 잠드는 것을 로망이라 생각하는, 일손을 놓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된 베이비부머 세대다. 상주고, 경북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석유공사에서 30년간 일했다. 《아내와의 재혼》은 《물 속의 달》, 《거울 속의 꽃》에 이은 지은이의 세 번째 책으로, 은퇴 후의 일상에 순응해가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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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에 땡볕이 하루 종일 내리 쬔 마당에서 흙냄새가 구수히 풍긴다. 빗방울 소리만이 마음을 달래 준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부엌 안에서 옷을 챙겨 입는 소리에 처마 밑으로 비켜선다. 마루에 걸터앉는다. 긴 숨을 한차례 내쉰다. 갑작스레 세찬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거세진다. 이제 와서 비를 맞고 자리를 피하기도 어중간하다.
“나뭇짐을 부려놓고 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멈칫하는 연재 어머니의 말없는 물음에 더듬거리며 대답하는 말소리에 아직도 열기가 있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방 안으로 들어서는 연재 어머니의 볼도 발그스레하다. 찬물을 끼얹은 온몸이 화끈 달아오른다. 요란하던 매미소리는 언제부턴가 멈췄다. 비가 장대같이 쏟아진다. 마루까지 쳐들어온다. 그대로 있다간 온몸이 흠뻑 젖겠다. 이제 와서 빗속으로 나서는 것도 어정쩡하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들어 와서 비는 피하고 가셔야지…….”
비에 젖어가는 옷을 보고 말끝을 흐리는 연재 어머니 말에 홀린 듯 기다린 듯 멈칫거리지도 않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방문을 크게 열어 놓고서도 마주 보지 못하고 마당에 내리는 세찬 빗줄기에 눈길을 둔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다. 천둥이 으르렁거린다. 방문을 닫지 않아도 거세진 빗줄기가 방문에 발을 친 것처럼 방 안은 딴 세상이 된다. 하늘이 금방 어두워지며 방 안이 칠흑같이 변한다. 하늘 저 멀리 천둥소리가 한층 더 요란하다. 아무도 없다. 좍좍 쏟아지는 빗소리도 귀청을 어지럽힌다. 세상과 동떨어진 조그만 섬에 두 사람만이 있다. 애써 감춘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는지 치맛자락이 가볍게 물결친다. 방 안에 더운 열기가 확 퍼진다.
두 사람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힘겹게 내쉬는 뜨거운 숨길을 둘 다 피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을. 뜻밖에 벌어진 예기치 않은 상황인가, 긴 세월 연모의 정이 이제야 꽃 핀 것인가.
갓 씻은 살결에서 상큼한 참외 냄새가 난다. 땀에 전 몸에서도 단호박 냄새가 난다. 빗줄기가 더욱 세차게 몰아치며 열린 문짝을 흔들어 댄다. 그만 문이 세차게 닫힌다. 고개를 숙인 목덜미가 붉어진다. 그 아래 젖무덤도 오르내린다. 서로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고 있다. 뜨거운 숨소리도 듣고 있다. 야들 야들한 어깨 위로 두툼한 손이 얹힌다. 무겁다. 밀어내려 하지만 힘이 없다. 껴안는 손아귀엔 힘이 들어가는데 뿌리치는 손길엔 힘이 빠진다. 그만 마음과 달리 제풀에 힘없이 쓰러진다. 이래선 안 된다. 한데 뿌리칠 수가 없다. 아니 뿌리치고 싶지 않다. 이런 날을 결단코 기다린 건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 비 탓이다.

- <틈새에 부는 바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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