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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25552033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4-04-14
책 소개
목차
01 침입자 .............................................10
02 책에서 걸어 나온 남자 ...................25
03 상처 입은 야수 ...............................43
04 미래의 회사 ....................................57
05 하등의 상관이 없는 ........................76
06 이 세계의 주인 ...............................93
07 이상한 초대 ..................................120
08 배려하는 마음 ...............................134
09 미지의 남자 ..................................147
10 유령의 그림자 ...............................165
11 생존을 위한 투쟁 ..........................178
12 회상 ...............................................198
13 두려움 지수 ...................................216
14 죽음을 꿈꾸는 남자 .......................231
15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249
16 추락 ...............................................270
17 어디에도 없는 땅에서 ....................290
18 이카로스의 그림자 .........................309
19 디지털 구름 ...................................319
리뷰
책속에서
호프만은 건물 모퉁이의 어둠 속에 혼자 남았다. 5월 첫 주의 스위스 날씨치고는 터무니없이 추웠다. 바람도 북동쪽의 레만 호수에서 곧바로 불어왔다. 인근 선착장을 빠르게 두드리는 파도 소리, 선박들의 금속 마스트에서 마룻줄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옷을 단단히 여미었지만 몸은 하릴없이 떨리기만 했다. 앙다물지 않으면 이가 서로 부딪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황 상태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공황은 두려움과 차원이 다르다. 공황이 도덕적, 신경증적 붕괴이자 에너지의 소진이라고 한다면, 두려움은 근육과 본능에 대한 얘기다. 예를 들어 뒷다리로 서서 당신을 노리는 야수가 있다면 놈은 당신의 뇌와 근육을 통제할 것이다.
“두려움은 경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서입니다. 대공황 시대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생각해 보세요. 금융사에서 이보다 유명한 명언이 또 있던가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사실 두려움은 인간사에서도 가장 강력한 감정입니다. 새벽 4시에 행복감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도 강렬한 정서이기에 다른 정서적 요인에서 비롯된 노이즈를 걸러내고 이 신호에만 집중하는 일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최근의 시장 동요 추세와 매체에 나타난 ‘두려움’과 관련된 어휘, 즉 테러, 비상, 공황, 공포, 혼란, 불안, 위협, 탄저, 핵 등의 빈도를 대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얻어 낸 결론은 두려움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이었죠.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몽블랑 부두는 오늘따라 더 넓어 보였다. 작은 공원 안에는 라임 나무, 벤치, 잘 손질한 잔디, 벨 에포크 시대의 가로등, 그리고 짙은 녹색의 관상목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반원형의 제방이 부두에서 페리 선착장까지 이어지면서 물그림자를 그리고, 하얀 철제 부스 앞에 10여 명이 페리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빨간 야구 모자를 쓴 젊은 여자가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지나갔고, 청바지 차림의 남자 둘이 커다란 검은색 푸들과 산책 중이었다. 마침내 호프만의 시선이 갈색의 낡아 빠진 가죽 외투 차림의 비쩍 마른 유령에 가 닿았다. 남자는 연두색 라임 나무 아래에 서 있었는데, 마치 지금 막 구토를 하거나 기절했다 깨어난 사람처럼 안색이 너무나 하얗고 창백했다. 두 눈은 불룩 튀어나온 이마 깊숙이 틀어박히고 머리카락은 뒤로 바짝 당겨 단단히
묶었다. 지금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호프만을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