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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25562575
· 쪽수 : 616쪽
· 출판일 : 2017-11-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935년 9월 12일
1막. 12월-6월
1장 불의 설교 9개월 전, 1934년 12월
2장 공기와 어둠의 여왕이여 1935년 3월
3장 변신 1935년 3월
4장 불의 재판 1935년 3월
5장 난 총을 견딜 수 없거든 1935년 4월
6장 버림받은 불행한 두꺼비 1935년 4월
7장 스톡햄가의 저주 1935년 5월
8장 지하세계 1935년 6월
9장 알 수 없는 쿵 씨 1935년 6월
10장 얼간이가 되느니 물에 빠져 죽는 것이 낫다 1935년 5월
막간 1 1935년 6월
2막. 7월-9월
11장 현세와의 균형 1935년 7월
12장 하늘이 내린 말썽쟁이 1935년 7월
13장 거대한 사냥감 1935년 7월
14장 당번병 1935년 7월
15장 사랑이 피 흘리며 누워 있다 1935년 7월
16장 한때는 더 좋은 단어를 알고 있었던 훌륭한 작가들 1935년 8월
17장 추락 1935년 9월 11일
18장 낭비하는 자들을 위한 재판
19장 잠든 이성
20장 헛된 희망
21장 짐승 같은 것들
22장 오래된 거짓
23장 작은 신사들
24장 염습지 작전은 이것으로 끝
막간 2
3막. 1935년 9월 12일
25장 파라벨룸
26장 날 용서하게, 전우여
27장 돌진하는 황소
28장 페이션스
29장 지구 한가운데로의 여행
30장 가면무도회
31장 일족 이상의 관계
32장 소리로 가득한 섬
33장 좋은 하인, 나쁜 주인
34장 끝까지 지켜보는 가포스 씨
35장 무기여 잘 있어라
36장 그저 사라질 뿐
37장 괴물과 싸우는 그녀
38장 말하세요, 아빠, 말해요 1935년 2월 5일과 1935년 9월 12일
39장 깨어나다
40장 형제여, 지체하면 죽을 것이다
41장 그녀가 피하려고 하는 것
42장 첫 나팔 소리
43장 독이 든 성배
44장 인간이 잠자는 사이
45장 뒤돌아보지 마
막간 3
에필로그 1935년 12월
감사의 말
책속에서
소녀는 총을 들고 웅크린 채 기다렸다. 포플러 지대에 걸쳐 있던 검은 형체가 비스듬히 기울더니 염습지 위로 급강하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녀는 참호 안의 젖은 벽에 무릎을 단단히 댔다. 괴물은 도저히 믿기지 않게 생긴 검고 우둘우둘한 날개를 퍼 올렸다. 소녀가 총을 뺨 쪽으로 가져가면서 팔꿈치 아래 구불구불한 함초가 짓이겨졌다. 개펄에서 오래된 책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콩팥 모양의 웅덩이는 구릿빛과 금빛으로 반짝였다.
소녀는 오래전 가르침을 가포스 씨의 조용하고 일정한 어조대로 주문처럼 되뇌었다.
새를 죽이려면 먼저 새의 속도와 궤도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총부리로 새의 움직임을 쫓아야 한다.
소녀는 총구를 위로 기울여 목표물 뒤로 1미터가량 떨어진 지점을 좇기 시작했다. 녀석이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_ 프롤로그 1935년 9월 12일 중
“맙소사. 모든 게 엉망진창이군.” 딱딱하고 묵직한 어조였다.
방의 반대편에서 검은 구두가 움직임을 멈추고 의자를 마주 보고 섰다.
“전쟁이 다가오고 있어.” 두 번째 남자는 느리고 가르랑거리는 목소리였다. 어떤 악센트인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첫 번째 검은 구두는 러시아인 같았다.
“당연히 일어나야지.” 의자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불가피한 일이야.”
“아니!” 슬리퍼 신은 두 발이 동시에 바닥을 쾅 치는 바람에 델핀은 움찔했다. “전쟁이 불가피한 경우는 없어! 그건 변명일 뿐이야. 자네, 자네 쪽 사람들 전부…… 하느님, 맙소사! 그들은 대화할 마음이 있었어.”
“대화?” 검은 구두가 말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협상할 마음은 없지.”
델핀은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이제 어떡하지?” 의자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이반? 이제 어떡하느냐고! 전부와 싸울 순 없어. 자네가 한 일이 밝혀지면 우린 끝장이야.”
“정말 그들이 침공을 계획한다고 생각해?”
“지금은 그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자네가 그녀에게 완벽한 개전 이유를 줬으니까. 그들도 달리 선택권이 없어.”
가죽 구두는 세 걸음 만에 의자로 다가갔다. 델핀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순간적으로 그들이 벽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입술을 깨물었다.
외국인이 목소리를 죽이고 다급하게 말했다.
“이게 네 결점이야. 순진함. 정의는 유리 방패일 뿐이야. 우린 현명해져야 해.”
슬리퍼를 신은 다리가 벌어졌다. 의자에 앉은 남자가 크게 세 번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계속할 수 있겠어?”
외국인의 검은 구두 굽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반질반질하게 닦인 구두 콧등에 주름이 생겼다. 의자에 무게가 더해져 삐걱거렸다.
“친애하는 친구여.” 검은 구두는 속삭이듯 말했지만 델핀에게는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목이 메고 소름이 돋았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자네는 날 믿어야 해.”
_ 1막 2장 공기와 어둠의 여왕이여 1935년 3월 중
딩동.
“문 열지 마세요!” 델핀은 새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밖에…… 뭐가 있어요. 박쥐예요.”
해그스트롬 부인은 먼지떨이를 내리고 못마땅하고도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소처럼 코를 힝힝거렸다.
뭔가가 문을 쾅쾅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베너 양……”
딩동.
쾅쾅.
“여기 있으면서 초인종 소리를 못 들은 척할 순 없어.” 부인이 흑백의 네모 무늬 바닥을 지나 문으로 걸어갔다.
(중략)
해그스트롬 부인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주먹을 꽉 쥐더니 다시 펴고 델핀을 보았다.
“난 네 편을 들어준 몇 명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럼 제 말 들으세요!” 땀투성이 손에 든 병이 점점 무거워졌다.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저택으로 뭔가가 오고 있다니까요.”
“뭔가라.”
딩동.
델핀은 호흡을 했다. “괴물이에요. 바보처럼 들리겠지만 정말로……”
해그스트롬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베너 양.” 그녀가 문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내가 지식이 뛰어나진 않지만 내가 알기로 ‘괴물’은 초인종을 누르지 못해요.”
“안 돼요! 이거 떨어뜨릴 거예요!” 해그스트롬 부인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빗장이 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악! 악! 문 닫아요! 빨리 문 닫아요! 맙소사!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 헉헉대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카마이클 교수였다. 부인이 서둘러 문을 닫고 빗장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 있는 거 봤어요? 박쥐예요! 수백 마리도 넘어요!” 또 헉헉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청나게 커요. 마치…… 마치……”
델핀의 뒤쪽 복도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1층으로 오라고 하세요!” 델핀이 소리쳤다. “총기실로 가야 해요!”
사방에서 쿵쿵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우박이 내리듯 타다닥 소리가 쉼 없이 이어졌다.
까만 누더기 같은 것이 그레이트 홀 출입구에 몰아쳤다. 해그스트롬 부인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괴생명체들이 날개를 치고 날아오르면서 들이찼다. 쉿쉿거리고 탁탁 소리를 내면서 불탄 종잇조각처럼 빽빽한 나선형으로 돔 모양 천장을 향해 솟아올랐다. 교수는 짧고 뻣뻣한 수염이 난 턱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 보였다. 해그스트롬 부인은 교수의 스웨터를 꽉 붙들고 아래로 홱 잡아당기려고 했다.
델핀은 입이 딱 벌어졌다. 얼굴이 있었다. 나팔 모양의 벨벳 같은 귀 사이에 자리한 담비 같은 날카로운 털투성이 얼굴.
_ 2막 20장 헛된 희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