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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566382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9-05-1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수나 우주 비행사는 못 되더라도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버지’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당연한 일’이 내게만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있다. 누구에게라도 일어나는 ‘당연한 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까지 저절로 찾아오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만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이루어지지 못할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남에게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만은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된다. 세상의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평범한 현상이 나에게는 완전히 ‘기적’으로 보인다…….(중략)
어릴 적의 꿈이 깨어져 좌절하는 일 따위는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그럴싸한 직업으로만 치달은 꿈이란 그리 아름다운 발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생각하는 꿈. 이루어지는 게 당연할 터인 일상 속의 소박한 꿈. 어렸을 때는 평범한 것을 몹시도 싫어했지만, 그저 평범하게 남들처럼 되기를 원하는 어른의 꿈. 예전에는 당연한 일로 알았던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었을 때. 평범함에 좌절해 버렸을 때…….
그런 때에 사람들은 손을 맞대고 기원을 하는 것이리라.
인간이 태어나 맨 처음 알게 되는 부모자식이라는 인간관계. 그보다 더한 무언가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지만, 결국 태어나서 처음 알았던 것, 처음부터 그곳에 당연한 일처럼 있었던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고도 강력하고 결코 뒤집히는 일이 없는 관계였다고, 마음에 가시를 찔려본 후에야 가까스로 깨닫는다.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사랑을 원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그때서야, 인간은 확실한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름이 끝났다. 석연치 않은 사랑의 결말에 나는 울었다.
“종교라는 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단순한 사랑은 복잡한 눈물로 막을 내렸다. 학교에 가는 게 아연 싫어졌다. 공부하는 것도 싫어졌다. 예의 바르고 착실한 거 따위 똥이나 먹어라, 라고 생각했다. 한밤중에 교사의 창문 유리를 죄다 깨부수고 다니기는……, 물론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울었다. 남겨진 것은 머릿속에 천 페이지 분량의 성스러운 말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