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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7413899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5-06-01
책 소개
목차
p.f.1
p.f.2
p.f.3
p.f.4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사람은 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따라서 좋든 싫든 그 기억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어딘가에 그 모든 기억들을 담아놓는 거대한 호수 같은 곳이 있고, 그 밑바닥에는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무수한 기억들이 앙금처럼 쌓여 있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잠에서 막 깨어 아직 아무 생각도 없는 아침, 아주 먼 옛날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을 기억이 호수 밑바닥에서 별안간 두둥실 떠오를 때가 있다.
“알겠어?”라고 얼음 소리를 뒤쫓듯 목소리가 이어졌다.
“으응, 알아”라고 나는 대답했다.
목소리의 기억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억이 이토록 선명하고 확실하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알겠어?” 단지 그 한마디만으로 나는 호수 밑바닥에서 흔들거리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십구 년 만에 듣는 유키코의 목소리였다.
“유키코지?” 그렇게 묻는 내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래.”
“으음 그건, 파일럿 피시(pilot fish)라는 게 있는데, 건강한 물고기의 똥 속에는 건전한 박테리아 생태계가 있게 마련이지. 그래서 수조를 설치하고 제일 처음 넣는 물고기가 중요해. 건강한 물고기가 생태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물속에서 똥을 싸잖아, 그러면 약 이 주 후에는 건강한 물고기의, 즉 비율이 적정하고 상태가 좋은 박테리아 생태계가 수조 안에 만들어지는 거야.”
“파일럿 피시?”
“그래.”
“어감이 참 좋다.”
“하지만 조금 슬프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