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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3225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2-03-30
책 소개
목차
1부 건강한 슬픔
흔적
몸살
가마우지 덫
밥의 그늘
건강한 슬픔
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꽃무늬 벽지 여인숙
신발의 꿈
봄밤
중언부언의 날들
불타는 트럭
유리병 편지
살다 보면 비가 오는 날도 있다
데자뷰
말뚝
디아스포라
여고 괴담
날짜변경선
단풍
바닥
지긋지긋이 지극하다
울음
음치교정교실
2부 이명의 깊이
음악
사람의 그늘
이명의 깊이
가장 이른 깨달음
이불
역전 광장의 비둘기
바람의 정거장
사랑니
이름의 기원
무릎
봄날 저녁의 우주
울음
불 꺼진 창
관계
국물
금 위에서 서성거리다
거울 TV
표정
물웅덩이
立夏
아우라
환승역
능소화
3부 이 골목의 너무 많은 모퉁이
장독
조립식 비닐옷장
팽나무 가족사
텃밭
깊이 기피
영원의 그늘
이사
방울토마토 기르기
얼음 연못
이 골목의 너무 많은 모퉁이 1
이 골목의 너무 많은 모퉁이 2
꿈
제5원소
물고기 화석
돌절구
聖 일요일
쑥밭에서
벽
틈
덩어리
골목
빅뱅
해설 ‘아우라’의 글쓰기, ‘사이’의 존재론 · 이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동안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그녀와 나는 무척 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니 그녀나 나나 아무 얘기도 없이
다만 나뭇잎과 나뭇잎처럼 귀 기울였을 뿐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나보다는 건강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슬픔에도 건강이 있다
그녀는 이윽고 전화를 끊었다
그제서야 나는 혼자 깊숙이 울었다
-「건강한 슬픔」부분
내 기억의 못갖춘마디 속에 꾹꾹 도돌이표를 찍어놓고
너는 또 어느 봄날에 미쳐 해배된 것일까
이쯤에서 우리 그만두자고 큰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적어를 명시하지 못한 객기는 조금 불안했다
대신 하염없는 취생몽사의 어디쯤
옷깃만 스치는 생의 말엽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末葉, 그때는 정말 마지막 잎새처럼 악착같이 매달리지는 말자
다만 잘 지내지? 지나가는 말로 안부를 물어주는 게
그나마 세상의 인연을 껴안는 방식이라는 것
설마 외로운 건 아니었으면 싶다 나는 또 담배를 끊었다
-「중언부언의 날들」부분
지금은 없는 누군가의 서늘했던 그늘
그 어두웠던 눈 밑으로
문득 흔들렸을, 잠깐 반짝였을
불빛인지 물빛인지를 놓치지 않았으나
그저 놓치지 않았을 뿐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애써 멀리 외면했던
그늘의 길이를, 마침내는 깊이를
이제 와 곰곰 되짚는 일이다
그러나 눈 흐려진 지 오래
한 뼘 두 뼘 겨우 더듬을 뿐
사람의 그늘을 재어본 지 오래다
-「사람의 그늘」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