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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732145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3-12-22
책 소개
목차
1부
혼자 밥 먹는 사람은 / 포옹 / 물고기 발자국 / 자필 이력서 쓰는 밤 / 당신의 문체
/ 싱크홀 1 / 연밥을 입에 물어 마음을 달래다 / 수제비 뜨는 저녁 / 후드득 흐드득
/ 숨은 신 / 등신불 / 풍선아트 / 알리바이 / 인간적 / 돌탑 / 봄꽃의 선후 / 단풍지도
/ 저녁 깊은 밤
2부
내 입술의 모든 말 / 고독한 아이 / 퍼스트 펭귄 / 말뼈 원가 판매 / 당신의 좀비 / 비문증
/ 대관람차 / 신들의 전쟁 / 우리가 지구를 떠날 때 / 간판 / 향수 / 외로움을 잃어버렸죠
/공공의 적 / 잉크가 묻은 손가락 / 여반장 / 과거가 있다 / 벽화 / 처음에는 다 선의였으나
3부
얼굴 / 불우 / 하염없이 하염없는 / 오늘이 가면 / 책의 취향 / 지나간 연애 / 접촉사고
/ 놀이터 1 / 놀이터 2 / 백 년쯤 전에 당신은 / 첫눈 / 관계의 내연 / 나머지 / 하마르티아
/ 아웃도어 / 건강이 제일이지 / 중년 / 커튼
4부
스토리텔링 / 연금술 / 가족 / 파과 / 호랑이 / 늙은 아이 / 늦둥이 / 텃밭 / 예의 / 스마트워치
/ 유실물센터 / 사랑의 배신 / 싱크홀 2 / 구석 / 냉장고 / 오후의 손톱 / 이모티콘
/ 이 종이 다발의 한 낱장으로
해설
‘홀로’와 경청의 감각 | 이경수(문학평론가 · 중앙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외로워서 강해 보인다
기억의 부력은 놀라워서 언제든 기어이 떠오른다
너무 오랜 낮잠으로 불어터진 얼굴을 짓이기며
스쿠터가 슬리퍼를 끌 듯 지나간 게 전부인 오후다
세계가 고요하면 긴장해야 한다
목련의 실핏줄이 아프게 터지는 계절인데
꽃말처럼 흩어지는 신파를 거두며
찻물이 끓는 동안 입술이 식혀야 할 이름이 있다
혼자 노래하는 사람은 쓸쓸해서 강해 보인다
-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전문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당신
당신에 대한 기억은 귀로 시작되더군
당신은 서술어를 잠시 머뭇거리는 버릇이 있고
당신은 부정인지 긍정인지 모를 표정을 자주 짓고
그럴 때 세상은 비스듬히 깊어지는 것이어서
나는 내 속내를 털어놓는 줄도 모르고 다 털어놓아야 했지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먼 길을 가기로 작정했다는 것이지요
이쯤 해서는 내 입술이 당신의 귀에 살짝 닿기도 했을라나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누가 한 말은 탄식일까요 비명일까요
완성이었다면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도대체 생겼겠어요?
유행가 가사에 인생을 실어 나르기 시작하면서
이윽고 줄줄 나를 흘리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의 부끄러움을
스스로 못 이겨 조금씩 말이 늘어지고 서술어를 잠시
머뭇거린 것인데, 아 이건 당신의 버릇인데
당신의 버릇조차 닮아 가는 나를 들켜 얼굴이 벌게질 때
당신은 부정인지 긍정인지 모를 그 표정은 어딘가 참 익숙하다며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며 쫑긋 귀 기울여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얘기에 더 바싹 다가앉은 것인데
말하자면 내가 기어이 가장 먼 길을 가기로 작정하게 만든 것인데
참 오래고 오래된 얘기인데 당신의 귀는
참 오래고 오래된 얘기인데 당신의 문체는
- 「당신의 문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