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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88927803690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12-09-28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피아노 대회에서 패배하기
내성의 계절-조연호의 「왼발을 저는 미나」
Ⅰ 감정의 귀족주의자들
Fragile
이제 기억을 버리고 상부구조로 Shift할 때다-기억과 정체성의 관계를 통해서 살펴본 김행숙·조연호·황병승의 시 세계
귀족 예절론-감정의 귀족주의자에 관하여
2000년대 한국 시에 나타난 환상의 의미와 전망-환상의 정신분석적 독법을 위한 시론(試論)
모두 만지고 있습니까?-김이듬·신해욱·김안의 애무들
사유의 전진-박판식 작품론
Ⅱ 우주로
에테르
카메라 옵스큐라-최근 시적 주체의 전능화된 지각 방식에 관하여
무한(無限)의 주인-신형철의 ‘윤리 비평’과 2000년대 “뉴웨이브”를 둘러싼 외설적 보충물에 관하여
왜가리 없는 왜가리를 어떻게 껴안아야 할까-이수명론
우주로-김경주 작품론
당신은 마…치 아름다…운 것, 처럼, 낱개가 되는 느낌으로 흩…어…지…ㄴ……ㄷ-조연호 작품론
Ⅲ 인간 동물
인간 동물
반복과 과잉으로서의 시 쓰기-‘주체’와 ‘행위’ 관점에서 살펴본 한국 시의 가능성
무한판단의 영역에서-최근 한국시의 어떤 ‘무한(無限)’들
바기나 모놀로그 미술지(Vagina monologe 美術誌)-진수미展, 사간동 ‘라라라 나는’ 아트센터, 2005. 8~
Ⅳ 외롭고 명랑한 공굴리기 서커스
우산이 필요해요
스펙터클의 언어에서 벗어나는 법-진은영·황인찬의 시
언어게임의 발명자들-박지혜·이제니의 시
어둠의 진정한 얼굴-김석환, 『어둠의 얼굴』
그 여자의 마지막 로맨스-정끝별 작품론
도시 화이트칼라의 생활밀착형 자조와 우울-허연,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서글픈 다정함, 사람이라는 눈물-김소연, 『눈물이라는 뼈』
말놀이꾼-독백자-되되/밋딤/아움-권혁웅·이기성·이제니의 시집
지나간 미래의 날들을 기록하는 대필가-장석원, 『역진화의 시작』
죽은 아이가 꾸는 태몽-김근,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정말 내 시가 그렇게 무섭니?-이영주의 시
병적 환상, 앓으면서 쓰는 시-장승리의 시
외롭고 명랑한, 공굴리기 서커스-이윤설의 시
더 나빠질 테다 -심지아의 시
에필로그
나의 첫 번째 남자 친구-황병승의 「어린이」
북극곰을 기억하는 아기 토끼씨처럼
저자소개
책속에서
“비평가는 자신의 모든 재능을 통하여, 그가 느낀 즐거움을 자신의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그 텍스트를 읽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다시 말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읽었던 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J.P. 리샤르)는 말을 오래 간직하고 있다. ‘재능’이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전력’이라는 말 때문이다. 시라는 텍스트가 ‘나’라는 비평가를 통과하였을 때, 바로 그 순간에 맺힌 특별한 이미지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나는 한번도 나의 비평이 ‘보편타당한 진리’의 자리에서 발화되기를 꿈꾸어본 적이 없다. 오직 최대한 편파적이기를 소망하였을 뿐. 하나의 시를 만나는 것은 하나의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이고 나는 최대한 그 세계를 환대하고 싶었다. 그것이 비평하는 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라고 믿었다. 그렇게 번역해낸 새로운 세계를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마치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깊은 애정을 담아. 나의 편파로 당신을 설득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았음을 고백해야겠다. 전력을 다한다는 것. 모든 재능을 건다는 것. 닿을 수 없는 꿈이었지만 아예 절망하지는 않았다고만 말해두려 한다.
최근 우리 시단은 2000년대 이후 첫 시집을 낸 젊은 시인들에 대한 논란으로 뜨거웠다. ‘미래파’(권혁웅)에서 ‘뉴웨이브’(신형철), ‘다른 서정’(이장욱), ‘진화하는 서정’(김수이)까지 명명은 다르지만 이는 모두가 젊은 시인들의 시에 나타난 미학적 징후에 대한 승인이자 적극적인 상찬의 말이었다. 이 논란으로 논란의 당사자인 시인들의 문단 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럽게 문단의 세대교체가 진행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게 쏟아진 관심이 거의 축복에 가까웠다는 한 비평가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한편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들 시에 대한 상찬은 세대론적 인정투쟁과 비평가적 욕망이 만들어낸 과잉담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일방향으로 질주하던 논의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 이어 소위 미래파 시인들을 지지하며 선도하는 비평가들에 대한 비판과 실제 젊은 시인들이 작품이 해독 불가능의 자폐적인 언어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뒤섞여 일종의 대항전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러한 비판의 심층엔 갑작스러운 문단의 세대교체와 지역교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젊은 시인들에 대한 비평적 조망은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농촌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던 시인들에서 도시 출신의 시인들로 출신지역의 교체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성 시인들에겐 농촌 공동체의 감수성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도시 출신 시인들의 시적 감수성이 낯설게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작용과 반작용의 벡터들이 모여 등장한 것이 바로 ‘서정시/환상시’의 대립구도다. 이는 분명 최근 젊은 시인들을 작품 성향을 쉽게 분류하고 그들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설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구도를 그대로 추인한다는 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한다. 여기에는 서정시는 물론이려니와 환상시의 개념을 혼란에 빠뜨릴 만한 논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정시와 환상시는 과연 대립적인 개념인가? 그렇다면 환상시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러한 기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환상’에 대한 논의로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
최근 젊은 시인들에 대한 논의는 주로 ‘환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환상이 주로 주체의 고통에 찬 비명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전면화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째서 2000년대 이후 젊은 시인들에게는 환상이 전면화되고, 그 환상은 어째서 그렇게 고통스러운가. 이 글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환상’이야말로 젊은 시인들의 시 세계를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요소라는 전제하에 젊은 시인들의 상상체계 속에서 ‘환상’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환상에 대한 전망을 탐색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