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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청혼

배명훈 (지은이)
  |  
문예중앙
2013-07-22
  |  
13,8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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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책 정보

· 제목 : 청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27804550
· 쪽수 : 260쪽

책 소개

<타워>, <신의 궤도>, <은닉>, <총통각하>의 작가 배명훈의 신작. 우주에서 지구의 연인에게 띄우는 한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소설 <청혼>은,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킨, 아름답고 슬픈 프로포즈이다.

저자소개

배명훈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스마트 D」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 『미래과거시제』 『화성과 나』, 장편소설 『신의 궤도 1, 2』 『은닉』 『청혼』 『맛집 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썼다. 2010년 제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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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무튼 지구 출신들은 이상해. 프라이팬을 닮은 가짜 대지에 발을 딛고 서는 순간,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열광을 해. 아래와 위가 있다는 건 신의 축복이라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윤리는 근친상간에 관한 금기가 아니라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능력이래. 사람의 귀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아의 소리나 양심의 소리를 알아듣기 훨씬 이전에 중력이 몸을 끌어당기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나.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할 말이 없어져. 처음에는 저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요즘은 그런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네 생각을 해. 네가 느끼는 세상도 그렇겠지? 우주에 나오면 위아래 방향이 없어져서 우주 멀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던 너의 말이 떠오르곤 해. 예전에도 다른 사람들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려고 해본 적이 없었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너도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가 않아. 아, 너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 같은 우주에 갇혀 사는데도 우리는 전혀 다른 우주에서 사는 것 같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깜짝깜짝 놀라기도 해.


우리처럼 태어날 때부터 중력을 듣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지구인들의 사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해. 그날 내가 그 광경을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아니?
“쟤들 뭐냐? 완전 외계인이잖아!”
그런 강인한 사람들이 사는 세계. 나는 지구가 좋았어. 적응하기는 어려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지구에 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여기에서 늘 그랬듯 무심코 두 팔로 침대를 밀어서 방 가운데로 떠오르려고 버둥거리고 있었을 때, 살짝 눈을 뜨고 피식 웃던 네 얼굴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라. 쏟아지던 햇살. 쏟아져내린 건 비였던가. 아름다운 너의 등이 어제오늘 사이에만 수십 번이나 떠올랐어.


“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네가 나에게 “나도.” 하고 대답해주기까지의 시간이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네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단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줘도 너에게 닿는 데 17분 44초가 걸리고, 또 거기에 대한 너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17분 44초가 더 걸리는 지금의 이 거리를 두고 내가 가장 숨 막히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갑갑함이야.
적 함대와 첫 교전을 해보기도 전에 이곳 사람들은 이미 주정뱅이의 모순을 알고 있었던 거야. 35분 28초가 지난 뒤에도 그리운 그 사람의 마음이 그때 그곳에 한결같이 머물러주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이 옮겨갔다는 것을 아는 데는 또다시 17분 44초가 걸린다는 사실. 그게 우리를 한없이 불안하게 만들었어. 데 나다 장군의 용맹한 휴가 작전 계획도 어쩌면 그래서 나온 건지도 몰라.
마음을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어. 주정뱅이 모순이 일어나지 않는 거리까지 재빨리 다가가는 것.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그렇게 했어. 그리고 너에게 말했어. 사랑한다고. 그 말을 들은 네 표정을 읽는 데 또 35분 28초가 더 걸렸다면 나는 그만 말라비틀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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