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7216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16-01-20
책 소개
목차
구름 쪽으로
타르초, 타르초
밤비행기
사월
바닷가 여인숙
노래꾼
유령놀이
몸을 던지다
검은 비닐봉지
천국의 개
꽃울음
장마
벽 속의 사람들
붉은 눈
가로등 연구소
까마귀 빌라
반성
라일락 특급
가면과의 입맞춤
꽃이라는 말
기일忌日
신발을 낳다
사막의 악기
집을 찾아서
좀비들
욕실
염殮
지도
유목민의 눈
구름배낭
물고기나무
별들은 캄캄하다
강신현
거울 없는 집
스프와 세탁기
가족사진
춤추는 거울
나는 비행기다
푸른 벽 속으로
나무병원
사각형의 햇빛
그 여자의 새
오성민
나는, 쓴다
숫자들
가로지르다
어둠 속의 독서
산벚나무
의자 위의 말
사과의 힘
봉두난발
시간의 노을
뭉게구름
해설
성좌와 우울 _박대현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빨랫줄에 걸린 빨래를 입는 건 햇빛
아이를 입고 노인을 입고
어머니와 애인과 아내를 입고
발자국 없는 햇빛이 허공을 걸을 때
빨랫줄에 걸린 사람들을 읽는 건 바람
노래, 한숨, 비명, 침묵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두텁고 무거운 책
한 올 한올 읽고 한 벌, 두 벌 읽어
기꺼이 하늘로 풀어 올리네
구름 사이 햇빛이 보폭을 쫓아
세상 모든 숨은 목숨들 헤아리는
저 가벼운 바람의 독서
어떤 날은 읽히고
어떤 날은 캄캄한
청맹의 나날, 열독의 시간 사이로
펄럭이는 목숨들
출렁이는 노래들을 매달고
달려가는 빨랫줄의 팽팽한 질주
굳이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어딘가에 따박따박 새기지 않았어도
타르초, 타르초 네 몸이 깃발
먼 설산 신성한 경전이라는 속삭이는
빨래를 걷는 일은 하늘에의 경배
까치발을 딛고 활짝 두 팔을 벌려
햇빛과 바람 쪽으로 오체투지
그리고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생애들
―「타르초, 타르초」 전문
문을 열자 바다였다
바다를 열자 벽이었다
불쑥불쑥 흰 칼날을 들이밀며
마주 누워오는
무겁고 차가운 벽
서슬 푸르게 솟구쳐 올랐다
서슴없이 몸을 던져 허물어지는
허물어져 뒷걸음질 쳤다
달려와 다시 으르릉거리며
기어이 수평선을 딛고 일어서
귀를 찟고 입을 틀어막으며
살아 날뛰는 저 사나운 벽 속에서 달려 나오는
푸른 동맥 툭툭 불거진 거대한 혀
한 번도 답하지 못한
평생 답하지 못할 질문들을 던진다
펄럭펄럭
흔들리는 내 몸속 미친 말들의 집
문을 열자 바다는 없었다
첩첩 어둠을 적시며 걸어오는
축출한 혀들뿐
―「바닷가 여인숙」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