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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7841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납 Pb
물질의 최종 구조에 대한 무례한 질문
화학적 거세
최후의 생각
자이언트 네틀
나와 너를 닮은, 나와 너
당신과 나의 비比
텅스텐 W
네온 Ne
금 Au
철 Fe
실험 노트
사랑
티타늄 Ti
산소 O
갈륨 Ga
수은 Hg
비소 As
주석 Sn
백금 Pt
헬륨 He
세계世界
태엽
인 P
황 S
칼슘 Ca
질소 N
염소 Cl
수소 H
탄소 C
은 Ag
먼지의 화학식
먼지의 화학식 2
먼지의 화학식 3
꽃잎의 화학식
물방울의 화학식
술의 화학식
C2H5OH
부검
실험실
바늘구멍 안이 만들어낸 상에 대한 광학적 측면
바늘구멍 안이 만들어낸 상에 대한 수리적 고찰
눈물의 지형
길
화학자
알루미늄 Al
너의 침묵
밤의 질량
화합물의 명명법
원소들의 사회
대마
연금술
종이피로
글자들
중력
무중력
실험 노트 2
죽은 나무에 고함
눈의 결정
한 노래에 얹힌 다른 노래
아르곤 Ar
마그네슘 Mg
밤의 화학식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단단한 네 마음일지라도
금속피로*가 오지 않는 이유는
늘 피로한 빛을 하고 있어서 그래.
계속되는 슬픔은 피로해지지 않아.
등등함마저 버리고
네가 이 세상의 중심처럼 평형의 추처럼
떨어져 있는걸.
어느 날 낚싯바늘을 매달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을지라도
숲 그늘에 드러누운 눈밭처럼
넌 너대로 거기 있으렴.
어느 계절엔 반짝이지 않는 게
더 큰 빛이야.
* 금속 재료에 변형력을 가하면 연성(延性)이 점차 감소하는 현상. 결국에는 파괴된다.
―「납 Pb」 전문
너와 나를 붙들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
친절하거나 적대하도록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수조에 처박힌 나를 구원한 건
언제나 내가 체념한 후였다.
발버둥 치지 않는 것
내 체념이
그들에겐
나의 힘으로 보였다.
처박히며 깊게
숨을 들이마신 건
기포와 나란히 하려는
나만의 태도였던 것.
책이란, 세상의 눈물로 만든
얼음 고체
우리는 서로의 눈물을 깎아내리고
사들인 뒤 부풀리지.
나는 적 없이 쓴 글을 읽지 않는다.
요즈음은 어떤가?
눈썹이 길면, 맺혀 눈물방울이 커지듯
모든 상실이 그러한가?
너와 나를 붙들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
―「물질의 최종 구조에 대한 무례한 질문」 전문
어둠이 폐쇄한 저자에서 나는 너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을 아꼈다. 그 기다림마저, 사라질 일이라며, 손해 보는 느낌을 가졌다.
네가 오는 동안 그 기다림은 그 무거웠던 질량들을 줄였다. 그때마다 보이지 않는 밤의 경비들이 네온이 주입된 유리관에 전기를 흘려 보냈다. 전기들이 저잣거리를 흘러 다녔다.
빛의 당혹, 속에 너는 오고 있었다. 네온이 전기를 기다리듯 나는 최후까지 기다렸다. 기다림을 아꼈다.
네가 오는 동안, 비와 눈과 낙엽과 꽃들이 빛의 당혹으로 명멸했다.
네가 도착하기 전
나는 모두의 저녁을, 모든 기다림을 압도해야만 한다.
―「네온 Ne」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