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뜻밖인가?”
“조금.”
비에 젖은 그의 코트에서 빗물이 툭툭 떨어졌다. 마치 그날 밤의 연장선에 놓인 듯한 착각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구나 그가 찾아올 줄은 더더구나 예상하지 못했다.
“계속 세워 둘 건가?”
“아, 아니.”
그러자 그가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젖었어.”
“우산 안 써.”
누굴 집 안으로 들이는 일 같은 건 없는 그녀였었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며 남기는 진한 체취가 자극처럼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커피?”
그녀는 노란색 수건을 내밀며 물었다.
“아니.”
그는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아무렇게 닦아내며 대답했다.
“그럼.”
“섹스.”
“…….”
그녀는 우뚝 멈추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직설적이고 단호했다. 마치 당연한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거절은 사양이야.”
“그럴 생각 없어.”
“면접장에서부터 안고 싶었어, 너.”
“다만 뜻밖이라.”
“뭐가?”
“당신.”
“내가? 아님, 오늘 일이?”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