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1022209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1-07-3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1부
2부
3부
작품해설
리뷰
책속에서
“욕실은 마치 마법의 집 같았다. 거무튀튀하게 때가 낀 벽마다 거친 손자국들과 절망에 찬 절규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거울 위쪽에는, 달리 놓을 곳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허연 도미 몇 마리와 속이 시커메진 양파 몇 알이 그려진 정물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찌그러진 수도꼭지에는 광기가 미소 짓는 것 같았다.
나는 취객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기묘한 형상들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거칠게 샤워기 꼭지를 잠그며 동시에 아름다운 호신의 주문도 중단해버렸다. 이제 온갖 불결한 것들 가운데 나 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일상의 삶이라는 비좁아 터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 속에 빠져 있었다. 짐짓 태평스러운 표정을 짓는 로만 삼촌도 예외는 아니리라. 아니, 로만 삼촌이야말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비열하고, 사소한 일상에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얽매인 인간이었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싶다는 열망이 그의 삶과, 능력과, 예술을 빨아먹었다.”
“낡아빠진 옷깃을 뚫고 스며드는 추위도, 처절한 곤궁함이 자아내는 슬픔도, 이 구질구질한 집이 주는 소리 없는 두려움도. 하지만 나에게 가해지는 강압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이곳 바르셀로나 생활을 숨 막히게 만든 것도 강압이었으며, 나를 자포자기하게 만든 것도, 나의 창의적 사고를 짓밟은 것도 바로 다 이 강압, 즉 앙구스티아스 이모의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