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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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14678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03-12-22

책 소개

등단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비롯해 아홉 편의 단편을 모았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모두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저자소개

박형서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자정의 픽션』, 『핸드메이드 픽션』, 『끄라비』, 『낭만주의』, 장편 소설 『새벽의 나나』, 중편 소설 『당신의 노후』 등을 썼다. 대산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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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할 수 없이 창고에서 3단 냉장고를 포장했던 상자를 꺼내 아내를 담고, 집을 온통 뒤져 상자에 걸맞게 상당한 양의 동전과 쌀을 담았다. 그리고 반나절이나 땅을 판 다음에 묻었다. 명복을 빌고 있자니 어쩐지 아내에게 미안해져서 향을 한 상자 다 태웠다. 그리고 향마저 모두 타버리자 낙심한 나머지 가을바람에 시들어가는 정원에 불을 질렀다. 내가 지른 불은 금세 번져 정원을 홀랑 태워버리고, 아내가 추운 새벽녘 오들오들 떨며 기대어 잤던 창고까지 무너뜨렸다. 그리고 끝이었다. 불은 잠에서 깨어난 아이의 나른한 기지개처럼 조용한 몇 가닥의 연기를 토하고는 그 열기마저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제 내 짐에는 조금의 풀이나 화초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풀이나 화초를 갉아먹을 아무런 존재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아내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 본문 17쪽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