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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16948
· 쪽수 : 98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개울가 눈 오는 풍경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푸른 밤의 여로
가을밤이 되면
'아줌마'라는 말은
예쁜 가슴이 장독대에 숨어 있다
입동 무렵
눈이 내리면 총체적으로 불행하다
지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까막섬에 만조가 되니
마량항 분홍 풍선
검정 고무줄에는
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나의 실존주의가 없다
상강 무렵
보림사 참빗
박, 그 잠든 풍경에 동참하고 싶다
징검다리의 노래
말뚝 위의 거대한 망치
가을 호수는 무엇이든지 보면 유혹한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길
수선화가 오늘의 부실을 던져온다
청명에 뜬 무지개
저 탱자울이 내 귀를 잡아당긴다
분토리 옛 돌담
영산홍 쓰다듬으며 제암산 호랑이를 잡는다
넓고 깊은 거울
가을 하늘에 해금이 있다
나를 괴롭히는 메타포
무당벌레의 점과 함께
포장마차는 멍게로 사수하는 거야
갈참나무숲 노래방으로 오라
몽대항 폐선
덕유산 칠연계곡에서
눈
여량역에 홀로 서성이니
장재도에선 해안선을 조심하자
아름다운 주름살
백령도 건배
나는 가끔 장미꽃과 충돌한다
칠량 저녁 하늘 기러기
고향 가을 하늘 비행기
저 하얀 소를 몰고
백열등을 위로해주세요
밤마다 그녀는 기선이 된다
윈드서핑 하는 저녁 풍경
12월동해
해설 : 서정에 주관이 들어설 때 / 김주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푸른 밤의 여로
둥글다는 건 슬픈 거야. 슬퍼서 둥글어지기도 하지만 저 보름달을 한번 품어보아라. 품고서 가을 한가운데 서봐라.
푸른 밤을 푸르게 가야 한다는 건 또 얼마나 슬픈 거고 내가 나를 아름답게 잠재워야 하는 모습이냐. 그동안 난 이런 밤의 옥수수 잎도, 옥수수 잎에 붙어 우는 한 마리의 풀벌레도 되지 못했구나. 여기에서 나는 어머니를 매단 저 둥근 사상과 함께 강진의 밤을 걷는다. 강진을 떠나 칠량을 거쳐 코스모스와 만조의 밤안개를 데리고 걷는다. '무진기행'은 칠량의 전망대에 맡겨두고 부질없는 내 시와 담뱃불만 데리고 걷는다. 걷다가 도요지 대구에서 추억의 손을 꺼내 보름달 같은 청자 항아릴 하나 빚어 누구의 뜨락에 놓고, 나는 박처럼 푸른 눈을 욕심껏 떠본다.
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