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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88932018263
· 쪽수 : 500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왕과 별
제2장 어느 겨울날의 오후
제3장 가족
제4장 여자들의 여왕
제5장 고뇌
제6장 운명의 입맞춤
제7장 성채
제8장 작별인사
옮긴이 해설 - 엘사 모란테의 삶과 <아서의 섬>
작가 연보
책속에서
어느 날 나는 그녀가 없는 방에 살짝 들어가 그녀의 옷에 입을 맞추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또다시 평소의 그 자존심이 나를 제지했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며 나는 그녀의 보살핌을 받는 가엾은 존재라고 말이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유혹에 승복하고 만 적도 있었다. 부엌의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그녀가 먹다 만 빵 조각을 집어들고 몰래 한 입을 뜯어 먹은 것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난 뒤의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마치 벌집을 훔친 것처럼 아파오기도 했다. (308쪽)
3월의 추위 탓에 그녀의 입술은 차가웠다. 첫 느낌은 풀을 씹을 때나 바닷물을 맛볼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제 나도 입맞춤이 무엇인지 알아! 이게 내 첫번째 입맞춤이다!’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조금은 으스대는 기분이 되었던 나는 그녀가 마음이 상한 것처럼 보이는 데 적잖이 놀랐다. 처음에는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일이 당황스러웠던지 어떤 대답도 거부도 하지 않던 그녀는 내 입술 사이에서 ‘아서’ 하고 중얼거렸다. 마치 나를 낯설게 느끼는 것처럼 나를 붙잡고는 도움을 구하는 것 같았다. 뻔뻔스럽게 나름대로 확신을 한 나는 더욱 세게 그녀를 붙잡고 입술을 눌렀다.
부드러운 그녀의 눈꺼풀 주위가 놀라 핏기마저 사라졌다. 차가운 입술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때서야 나는 입 안에 달콤함이 느껴지고 잠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갑자기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눈치아타! 눈치아타!” (333~34쪽)